[COMPANY+] 신개념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 개발 (주)케이제이지아이티설계ㆍ개발에 기업 역량 집중, 제품 완성도 높이고 가격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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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2일 오후 9시 4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도로에서 70대 A 씨가 몰던 전기차가 상가 건물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물을 이용해 화염을 진정시키고 이동식 소화수조에 담궈 배터리를 냉각시켰다. 불은 신고 접수 50분 만인 오후 10시 30분께 완진됐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소방에도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화재 대응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는 불이 나면 화재를 진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배터리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내부 온도가 1천℃ 이상 치솟는다. 고열로 인한 화재는 순식간에 확산하고 열이 식기 전까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소방에선 질식소화덮개와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고 있다. 차량에 물을 뿌린 뒤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질식소화덮개를 덮고 이동식 소화수조를 설치해 배터리의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특히 이동식 소화수조가 전기차 전체를 냉각하고 열폭주로 인한 재발화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기차 화재대응 장비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이동식 소화수조를 출시하는 기업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케이제이지아이티(대표 고건혁, KJ G.I.T.)가 주목받고 있다.
기술 개발ㆍ제품 생산 능력 겸비한 케이제이지아이티
2019년 ‘환경ㆍ산업ㆍ기술 가치를 바탕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자’란 기업이념으로 설립된 케이제이지아이티.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저감장치(DPF) 클리닝과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을 개발ㆍ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케이제이지아이티는 DPF 클리닝 장비를 개발ㆍ생산해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DPF는 디젤 차량의 엔진 배기가스 중 PM(입자상 물질)을 물리적으로 포집ㆍ제거하는 장치다.
DPF에 쌓인 매연을 정화하려면 고열로 태워야 한다. 이 때문에 클리닝 장비에서 가장 핵심은 역시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 선택이다.
케이제이지아이티의 클리닝 장비는 고열은 물론 변형과 부식에 강하고 가볍기까지 한 금속 소재를 사용했다. 작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터치스크린 자동화 기능까지 더해 타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화했다.
소방ㆍ안전 분야에는 2022년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처음 진입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타사 제품에 비해 전개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케이제이지아이티 관계자는 “소방관들과 소통하면서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 성능을 높여왔다”며 “그 결과 소방관들에게 전기차 화재진압 시 꼭 필요한 장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떠한 장소에도 ‘OK’ …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
케이제이지아이티가 전기차 화재대응을 위해 개발한 제품은 ‘이동식 접이 침수조(LCFT-M10)’와 ‘지하주차장 EV 화재진압 자동시스템(LCFT-A10)’이다.
‘LCFT-M10’은 사용자가 직접 화재 현장으로 이동해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침수조와 바퀴 등으로 구성된다. 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수조에 물을 채워 배터리를 냉각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한다.
2인 기준 15초 만에 설치가 가능하고 바퀴가 장착돼 사용자가 손쉽게 화재 발생 지점까지 옮길 수 있다. 화재 현장의 구조ㆍ층높이와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LCFT-A10’은 침수조와 질식소화포, 천장 아이볼트 등으로 구성된다. 사람이 직접 설치하는 ‘LCFT-M10’과 달리 원격 제어를 통해 자동으로 작동한다.
지하주차장 내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상부에 설치된 수조가 내려와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는 걸 막아준다. 침수조가 완전히 바닥에 안착하면 스프링클러에서 방수되는 물로 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식히며 화재를 진압하는 구조다.
수조는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구성품이다. 무엇보다 불이 붙은 전기차에서 뿜어내는 화염을 견뎌야 하고 채워지는 물의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하기에 내구성이 높아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케이제이지아이티는 수조 제작 시 특수 금속 소재를 사용했다. 또 바닥과 높은 기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EPDM 특수 고무 패킹을 적용했다.
“전기차 시대 발맞춰 획기적인 화재대응 제품 개발할 것”
[인터뷰] 고건혁 케이제이지아이티 대표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을 우리나라 곳곳에 보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탁월한 제품을 제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고건혁 대표는 어려서부터 유독 환경과 안전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사업을 이어왔지만 그의 가슴 한쪽에는 늘 환경과 안전 분야에 대한 열망이 자리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그는 지난 2019년 환경ㆍ안전 전문기업 케이제이지아이티를 설립했다. 개발 제품이 세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빛이 나다’란 의미를 담은 ‘루스터(luster)’를 시장에 출시하기도 했다.
“평소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 뉴스를 접할 때면 늘 사건ㆍ사고 보도를 빼놓지 않습니다. 특히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왜 없었을까’란 고민에 빠지곤 하죠. 제가 안전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기도 합니다”
고 대표는 애플과 같이 주문자위탁생산(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운영 방식을 고집한다. 소비자들에게 더욱 완성도 높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설계와 개발 과정에 본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테스트 제품 제작은 대표인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후 직원들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합니다. 생산에 집중할 여력을 제품 개발에 쏟아부은 덕분에 더욱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갖출 수 있었죠. 생산 비용 절감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결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고 대표는 환경 분야에 이어 안전 분야에서도 첫 번째 제품을 탄생시켰다. 바로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3년에는 제15회 소방산업대상에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보통 전기차 화재진압에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장시간 고열을 견뎌야 하기에 변형이 없어야 하죠. DPF 클리닝 장비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시간 고열에 견디는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 대표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화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검증도 안 된 제품들이 시장에 난립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검인증 제도가 마련돼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능 확인 절차가 없다 보니 고객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만 믿고 제품을 구매합니다. 결국 이런 구조는 제품 성능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야기하고 시장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죠”
전기차 화재대응 시스템 출시로 소방ㆍ안전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고 대표. 그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앞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더욱 발전된 기술을 연구하고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야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우수한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