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군 추자면 묵리, 신양리간 도로에서 익수자를 수송하기 위해 출동하던 제주소방서 추자출장소 소속 119구급차가 7m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혼자 구급차량을 운전하던 이경훈 소방관이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로 42주년을 맞고 있는 소방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생명에 대한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늘 사고와 대형 재난을 겪는 조직이면서도, 동료들의 희생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무덤덤해지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대한 유가족들의 아픔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은 지난 95년 12월 개정된 소방공무원법 보훈조항에 따라 연금혜택이나 순직 시 국립묘지 안장 등 국가유공자로서의 얼마간의 예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그렇지만 턱없이 적은 보상금 문제로 인해 순직자에 대한 예우는 고사하더라도 남은 가족에 대한 실질적 도움마저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순직한 소방관의 가족이 받는 실질적인 보상금은 유족보상금(보수월액의36배), 사망조의금(보수월액의3배), 유족연금(공무원연금법), 장제비(국민건강보험법), 순직자특별위로금(소방공제회법), 국가유공자 지정 시 보훈연금 등이 나오고 있지만 유가족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보상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고인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느냐, 아니냐가 유가족들에게는 더욱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실례로 지난 8월 순직한 문행배 소방관의 유가족들은 고인의 빈소에서 조차 현충원에 안장되는지를 더 걱정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故문행배 소방관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인이 된 소방관들이 안장되어 있는 국립현충원의 일반묘역을 둘러보면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군.경의 묘역과는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데서 비롯된다.
군인 및 경찰관들의 묘역은 계급에 따라 묘역을 나눠 군인은 사병과 하사관, 장교, 장군의 묘역으로, 경찰은 간부와 비간부 묘역으로 정리 정돈이 되어 있으며 묘비 역시 고인들의 계급에 맞춰 그 크기와 모양을 똑같이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소방의 묘역은 다르다. 군.경과는 달리 소방의 묘역은 간부와 비간부의 묘역이 같다.
그러면서도 묘비의 모양과 크기를 군․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같은 묘역이 모여 있다보니 통일성이 없어 육안으로 보기에도 군․경의 묘역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라리 간부와 비간부의 묘비 모양에 차이를 두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 순직소방관 유가족은 “양지바른 일반 묘역에 동일 사고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이 계급에 관계없이 차례대로 안장되는 것은 보기 좋은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묘역에 세워져 있는 제각기의 묘비를 보며 바로 옆의 군ㆍ경의 묘역과는 많은 차이가 나 묘지를 찾을 때마다 매번 가슴이 저려옵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국립현충원의 일반묘역에는 현재 현직 소방관이 38위, 의무소방대원 1위를 포함 총 39위의 소방관이 안장되어 있다.
재난의 대형화 및 사고의 빈발로 소방관들의 희생은 과거에도 많았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보훈당국은 군.경과 비교하여 60만이란 대군에 비해 소방관 순직이 매년 몇이나 되느냐고 반문하지만 2만 5천여명의 소방관들은 항상 위험 속에 살고 있는데 현충원 안장마저 까다로워 안장되지 못하는 소방관들이 더 많이 있다.
순직소방관 추모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소방관들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소방방재청은 물론 범국민적으로 순직소방관에 대한 공감대 조성에 힘써야 하며 소방관 묘역이 따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는 “사후에도 계급에 따라 그 묘비마저 들쑥날쑥하여 다른 묘역을 참배하고 지나가는 일반인들조차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정비가 시급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순직소방관 추모회는 소방관 순직 시 순직범위의 확대 및 현충원 안장, 현충원내 소방관 묘역 조성, 순직소방관 추모의 날 등을 위해 지난 98년 119 홈페이지를 통하여 안내를 시작했고, 2003년 10월 정식으로 순직 소방관 추모관을 인터넷상에 설립하였으며 2004년 3월에는 대한민국 순직 소방관 추모위원회로 명칭을 확정하고 조직을 구성하여 지금도 추모행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추모위원회의 관계자는 “94~95년까지 2년간 소방공무원 순직공상자는 92년 순직 10명, 공상(부상)175명, 95년 순직 10명, 공상 180명으로 이 중 화재ㆍ구조ㆍ구급 등 재해 현장에서의 순직 또는 공상자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며 항상 위험한 상황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이 순직이나 공상을 입는 경우 좀더 체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소방은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 아닌 그야말로 위기에 처한 경우의 시민들에게만 해당되므로 그 수혜를 접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러한 정서 속에서 소방관들의 순직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늘 닫힌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 접근이 쉽지 않은 관공서, 늘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그들의 업무가 가깝고도 먼 소방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또 큰 사고로 소방관들이 순직한다 해도 이기적이고 망각이 쉬운,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빠르게 추구하는 사회에 사는 국민들 또한 일일이 자극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순직 소방관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이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순직소방관추모회와 같은 단체가 지속적으로 생겨나 우리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소방과 같은 조직의 어두운 면을 국민들에게 잘 이해시켜 소방의 희생과 가치에 대한 재평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