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집중취재] 여기저기서 '펑펑'… 폭발하는 주방 소화장치

전국 곳곳서 폭발, 한 아파트 100건 넘기도
펑펑 터지는 폭발 소화장치는 불량품이었다
S사 제조공정서 과도한 조임으로 파열 불러
문제 없다던 S사 뒤에선 밸브 두께 키웠다
불량 사실 알고도 숨긴 S사는 돈까지 벌어
불량 얘기 쏙 빼놓고… 아파트엔 교체 권고
확인된 유통량 18만개 넘어… 466억원 규모
전국 폭발 가능성 있는 제품 아직 ‘수두룩’
지난해부터 예견된 논란, “KFI 이미 알았다”

광고
최영,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19/09/30 [19:50]

[집중취재] 여기저기서 '펑펑'… 폭발하는 주방 소화장치

전국 곳곳서 폭발, 한 아파트 100건 넘기도
펑펑 터지는 폭발 소화장치는 불량품이었다
S사 제조공정서 과도한 조임으로 파열 불러
문제 없다던 S사 뒤에선 밸브 두께 키웠다
불량 사실 알고도 숨긴 S사는 돈까지 벌어
불량 얘기 쏙 빼놓고… 아파트엔 교체 권고
확인된 유통량 18만개 넘어… 466억원 규모
전국 폭발 가능성 있는 제품 아직 ‘수두룩’
지난해부터 예견된 논란, “KFI 이미 알았다”

최영, 박준호 기자 | 입력 : 2019/09/30 [19:50]

▲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세대에서 발생한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 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제품에서는 지난 1월 폭발한 전남 무안의 제품과 동일한 형태의 파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지난 9일 <FPN/소방방재신문>이 보도한 전남 지역 아파트 주방 자동소화장치와 동일한 폭발 사고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약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실제 폭발이 일어난 세대는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모두 특정 업체인 S사 제품이다.


올해 1월 전남 지역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는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피해만 3건이었다. 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던 세대의 처리 이후에는 제조업체가 유상으로 수리를 해주면서 지금은 세대가 각자 해결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폭발하거나 사고를 걱정해 교체하는 곳이 있지만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1월 2일에는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폭발 제품 사진이 그대로 게재되는 등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전남에서 민원이 제기된 것과 제품 폭발 후 형상이 똑같다. 소화장치 용기와 연결된 밸브의 중간이 완전히 쪼개져 이탈된 모습이다.


특히 인천의 한 아파트는 지난 2년 동안 약 100여 곳이 넘는 세대에서 소화장치가 폭발했다. 취재 과정에서 일주일 간 해당 아파트에 요청해 피해 사례를 수집한 결과 34가구나 접수를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17년부터 약 150세대가 넘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계속 터지는 폭발 사고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며 "제품에 분명 불량이 있는 것 같은데 업체는 오래됐다는 이유로 유상 교체를 해주겠다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사의 주방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최소 60여 세대 이상에서 터졌고 폭발을 걱정해 교체한 세대까지 치면 100군데가 넘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폭발사고가 한 달에도 몇 건씩 일어나고 있어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에선 30여 세대, 왕십리에서도 30세대가 넘는 곳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의 한 아파트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950곳이 넘는 세대가 폭발 피해를 입거나 사고를 우려해 수리비를 주며 소화장치를 교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기도 용인 기흥과 동백, 수원, 김포, 인천 청라, 송도, 경남 거제 등 전국에서 2017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2012년부터 2014년께 준공된 아파트들이다.

 

수원의 한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 21일 폭발 사고를 겪었다. 90세대 밖에 안되는 이 오피스텔에선 약 13곳에 달하는 세대에서 폭발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사고 유형 역시 모두 동일하다. 소화약제 용기 밸브 중간이 쪼개지면서 '펑' 소리가 난 뒤 약제가 사방으로 분출됐다. 외출을 했다 돌아온 뒤 흘러내리는 약제를 보고 폭발 사실을 안 곳도 여럿 있다. 동일 제품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조차 이해 못할 형태의 폭발 사고가 수백 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치면 얼마나 많은 소화장치가 폭발했는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피해를 겪은 세대들은 주방에 놓여있던 주방 후드부터 렌지, 주변 식기와 집기류 등이 모두 소화약제에 오염되면서 청소하는 데에만 수 시간씩을 허비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떤 세대는 '펑'하고 폭발하는 소리에 어린 아이들이 놀랐고 새벽 시간에 갑자기 터진 소화장치로 인해 한동안 공포에 떨기도 했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아파트 입주자 카페와 지역 주부 카페 등에는 이 황당한 사고 피해를 호소하는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첫 보도 후 잇따른 제보, 현장 찾아가보니…

 

전남 지역 아파트 사례를 첫 보도한 직후 폭발 사고를 겪거나 폭발을 걱정하는 제보들이 쏟아졌다. 실제 폭발 사고를 겪은 곳과 주변 폭발 사고 탓에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어떤 제보자는 방금 전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며 다급히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세대에서 발생한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 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제품에는 지난 1월 폭발한 전남 무안의 제품과 동일한 형태의 파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 대표 포털사이트에서 운영되는 카페 중 전국 각지 아파트 세대주 커뮤니티에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이미 많은 피해 사례가 게시돼 있었다. 대부분 영문도 모른 채 폭발 사고를 겪은 뒤 황당하다는 내용이었다.

 

▲ 실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전국 곳곳의 주방 자동소화장치에서는 모두 동일한 형상의 밸브 파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최영, 박준호 기자


실제 폭발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현장을 직접 찾아 피해자들을 만났다. 관리사무소로부터 협조를 받거나 주민으로부터 피해 당시 상황을 들은 후 제품을 수거하기도 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아파트 주방에 이런 소화장치가 설치된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펑’하는 폭발 소리와 함께 도시 가스가 터진 줄 알고 환기를 시키거나 몸을 움츠려 식탁 밑에 숨는 등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고 이후 작은 소리에도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제품의 불량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품 자체의 불량 사실을 밝힐 길도, 항의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갑작스런 비용지출이 부담스러워 제품을 떼어내자니 불법이 되고 제품을 고치자니 해당 업체 요구에 맞춰 작게는 3만5천원부터 많게는 27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제조사 말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소방용품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그들을 대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돈을 주고 제품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았다.


화재 시 생명을 지켜주는 소방용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지만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피해를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전적인 추가 손해까지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제조과정 불량이 원인"


전국에서 일어나는 S사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가 제품의 제조과정에서부터 발생한 불량이 원인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게다가 소방청과 소방용품 검사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은 이를 알고도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해는 수많은 국민이 짊어진 꼴이 됐다.


S사의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 민원이 접수된 것은 올해 1월 28일.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당시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이 사건 이후 소방청은 전라남도 소방본부와 기술원에 사고 조사를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2월 11일 진행된 조사에는 전남 소방공무원 1명과 기술원 관계자 1명이 투입됐다. 민원 신청인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입회하에 실시된 조사에선 S사 제조공정에서 밸브의 균열 등 결함이 발생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함 부위로 지속적인 부식이 진행돼 최종 파열사고까지 이어졌다는 분석 결과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작성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과도한 힘으로 조립된 주방 자동소화장치의 밸브 나사에 균열이 발생해 그 틈 사이로 소화약제의 암모니아 성분이 침투해 부식과 파열이 일어났다고 적시돼 있다.  © 국회 김영호 의원실 / 소방방재신문


한 달 이후 시점인 3월 14일 기술원은 결함여부 확인을 위한 성능조사를 또 한 차례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민원 제기 아파트의 주방 자동소화장치 25대를 수거해 표본 성능을 시험했다. 이 시험에서도 제품 불량은 또 확인됐다. 수거된 25개 소화장치 용기 중 13개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 S사의 소화장치 용기 밸브는 60Nㆍm 이상으로 조립 시 부식과 균열, 파열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약제 용기에 밸브를 체결할 때 무리하게 힘을 줘 제품에 하자가 생겼다는 결론이다. 당초 제품 제조 공정에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이었다는 얘기다.


소화약제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를 발생시켜 수소이온농도의 허용범위에서 벗어났다는 결과도 나왔다. 당시 기술원이 실험한 6개의 소화장치 속 소화약제 모두 법에서 정한 규정치를 초과했다.


결국 기술원은 해당 소화장치의 폭발 사고가 "과도한 힘으로 조립돼 발생한 밸브나사의 균열 틈 사이로 소화약제의 암모니아 성분이 침투해 부식과 파열을 일으켰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소방용품 생산 직후 출고 전 진행되는 제품검사(개별검정)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과 부식이 발생했다는 게 기술원 분석이다.


하지만 소방청과 기술원의 후속 조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소방청과 기술원은 불량 제품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민원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최초 민원 제기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를 위해 제품을 수거해 간 이후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고 그 이후 다른 세대들은 유상으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소방청은 앞으로 만들어질 소화장치 밸브에 대해 강화된 부식시험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졌다. 잠재적 폭탄이 돼버린 소화장치의 리콜조치 등 대책조차 내리지 않았다.


결국에는 지금도 여전히 이해 못 할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주방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의 원인을 최초 제조 공정부터 잘못된 불량품으로 결론 내 놓고도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당시 사고가 제품 불량으로 결론이 났던 것은 알지만 일부 제품에서 나타난 문제로만 판단해 향후 기준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웠다"며 "전국적으로 많은 아파트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제품 불량 아니라던 S사, 뒤에서는 제품 보완


줄 곧 불량 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S사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달리 뒤에서는 몰래 제품의 구조를 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주부 A씨는 폭발 사고 이후 A/S를 해 준 기사에게 “또 폭발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앞으로는 폭발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관계자에게 따졌지만 명쾌한 답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취재 결과 당시 A/S기사가 이렇게 자신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품의 불량 문제를 알고 구조를 완전히 변경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는 폭발 발생 제품과 폭발 사고를 겪은 아파트에서 아직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제품, 폭발 이후 S사가 교체한 제품 등 세 가지 유형의 소화장치를 여러 개 수거해 구조를 분석해 봤다.


이 결과 밸브 두께가 변화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발 현상이 발생한 밸브 나사부의 두께는 3.62mm였다. 하지만 A/S 후 교체된 제품은 4.63mm로 약 1mm가 두꺼워진 상태였다. 기존 밸브 두께에서 약 27.9%를 키운 것이다. 제품의 폭발 사고를 염려하지 않았다면 필요가 없었던 일이다.

 

▲ 폭발이 발생하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의 유상 AS를 통해 제품을 교체하고 있는 S사는 새로운 제품의 나사부 두께를 기존 제품과 달리 두껍게 보강했다.  © 최영 기자

 

고압가스 밸브류를 생산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금속의 두께는 압력을 견디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제조 과정에서 밸브 금속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원가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불량 소화기 유통한 S사 "불량 사실 숨기고 돈 더 벌었다"


황당하게도 불량 제품을 유통한 S사는 제품의 불량 사실을 알고도 수리 명목으로 뒷배를 채우고 있었다. 제품 자체가 불량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수많은 국민은 오래된 소화장치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에 떨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리비를 지불하고 있었다.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를 겪은 대부분의 아파트는 S사로부터 유사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이 문건들에는 황당한 내용이 가득하다. 자사 제품의 불량 얘기는 쏙 빼놓고 폭발 사고가 마치 제품 노후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처럼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공동구매를 진행하면 제품을 싸게 교체해주겠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5곳의 문건은 그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 우선 폭발 사고를 약제통 분리 현상으로 칭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방차원의 대안이라며 제품 교체를 제안한다.


S사는 문건에서 “당사가 제조한 약제통의 경우 권장사용온도가 0~40℃ 설치환경, 내용연수 5년으로 이를 소홀히 사용했을 경우 약제통 내부압력에 의해 일부 제품에서 자연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약제통 자연방사로 인해 2차 손상피해가 발생, 당사가 입주민과의 불필요한 마찰과 손해관계를 없게 하기 위해 예방관리 차원에서 전 세대 약제통 교체 공사를 요청드린다”고 말하고 있다.

 

▲ S사가 폭발 우려가 있는 주방 자동소화장치 설치 아파트에 보낸 내용증명에는 제품 불량 사실 여부는 빼놓고 오래된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처럼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교체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영 기자


그러면서 미 교체로 인해 발생된 세대 손상피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S사는 교체 필요성으로 건설사 하자보증기간 3년과 내용연수 5년이 경과됐다고 설명한 뒤 자연방사 시 후드나 가스렌지, 오븐, 소화기, 기타 주변 주방제품의 2차 손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또 교체 공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소화장치 교체 값 25만원과 또 다른 피해로 손실이 커져 세대 부담이 가중된다며 약제통 교체공사 비용은 최소비용으로 협조토록 하겠다는 입장도 전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에서 강조하는 ‘제품에 이상 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분은 국민들에게 공포감마저 심어주고 있다. 미리 교체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이 공문을 받은 다수의 아파트들은 공동구매를 추진하거나 해당 내용을 엘리베이터 등에 게시했고 사고를 걱정한 주민이 돈을 들여 제품을 교체하는 일로 이어지고 있다.


폭발 사고 아파트에서 교체 권고 게시물을 접한 서울의 모 아파트 주부 A씨는 "소화장치 폭발로 주방이 초토화된 것을 입주자 카페에서 보고난 후 엘리베이터 게시물에서 교체를 권고하는 공지를 봤다"며 "어린 아이가 집에 있어 큰 일이 날 것 같아 무서워 업체에 전화해 수리를 받아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약제 용기 교체 비용으로 8만원을 지불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주부는 소화장치가 터진 후 제품 수리와 교체 비용으로만 27만원을 지불한 곳도 있다.

 

▲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소화장치 폭발사고를 겪은 모 주부는 수리비용으로만 27만원을 지불했다면서 영수증을 보여줬다.   © 소방방재신문


부산의 한 아파트는 30세대가 넘는 곳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자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신청 세대는 950곳을 넘어섰다. S사는 제품의 불량 사실을 숨긴 채 제품을 유상 수리해주는 방식으로 돈을 더 벌고 있는 셈이다.

 

▲ 전국 곳곳의 소화장치 폭발 사고를 겪은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에게 소화약제 용기를 교체하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하고 있다. S사가 보낸 내용증명을 토대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체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아파트 마다 공동구매를 하는 가격도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아파트는 3만8천원, 4만원, 6만원 등 제각기 다른 가격으로 교체를 해주고 있었다.  © 소방방재신문


S사가 적시한 5년의 내용연수 기간도 논란이다. 현행 소방법상 소방용품의 내용연수를 정하고 있는 제품은 분말소화기 10년뿐이다. 사실상 어디에도 주방 자동소화장치에 대해 내용연수를 정하는 기준은 없다.


동종 제품을 생산하는 관련 제조업체들 마저 “아무리 업체가 자체적으로 내용연수를 정했다 해도 그 기간 이후 단순한 오작동이나 오류, 성능 저하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지 금속재 부품이 쪼개져 폭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문제의 제품 수리를 유상으로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폭발 가능성 있는 불량 제품 전국에 18만개 넘는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동소화장치 폭발 사고처럼 언제든 폭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전국 아파트 등에 18만 개가 넘게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실과 함께 폭발 사고가 발생한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전남, 전북 등의 제품을 직접 분석한 결과 동일 형식을 가진 제품은 현재까지 다섯 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용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최초 제품에 대한 형식승인을 받은 뒤 양산 때마다 샘플 검사를 통해 보급 전 모든 제품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업체가 재질이나 구조 등을 변경할 경우 이 형식승인번호가 바뀐다. 예를 들어 자동소화장치의 경우 자소 00-00으로 승인을 받은 뒤 구조나 재질이 정상 절차를 밟아 바뀐다면 00-00-1 식으로 번호가 올라가는 형태를 띈다. 결론적으로 형식승인 번호가 같다는 건 해당 제품의 구조 또는 재질 등에 변화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폭발 사고를 겪은 전남 아파트와 인천 아파트, 경기 수원 오피스텔 등 세 곳 경우 같은 형식승인 번호(자소11-15-4)를 갖고 있었다. 폭발 후 제품의 형태는 모두 같았지만 생산된 시기는 달랐다. 전남은 2013년 2월, 인천은 6월, 수원은 7월이다. 생산 시기와 관계없이 폭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십 세대가 폭발 사고를 겪고 900세대 이상이 공동구매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의 모 아파트는 가장 오래된 형식승인 번호(자소 10-17)로 2011년 12월 생산된 제품이다. 경기 용인에서 폭발한 제품(자소11-15-15)은 2012년 9월 생산됐다. 지금도 여전히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서초구와 성동구의 아파트 제품(자소-11-15-14)은 2013년 8월,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폭발 사고 아파트 제품(11-15-12)은 2014년 1월 만들어진 제품이다.

 

▲ 소화장치 폭발 사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는 수 많은 아파트에서 사고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형식승인번호를 가진 제품은 제조월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형식승인을 보유한 제품에 잠재적 폭발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 소방방재신문


이 제품의 형식승인과 국회 김영호 의원실에 기술원이 제출한 S사의 주방 자동소화장치 제품검사 현황을 대입해 보면 동일 형식의 제품이 국내에 보급된 양은 18만6577개에 달한다. 한 세대당 한 개씩 설치되는 제품 특성상 아파트 세대 숫자나 다름없다. S사가 내용증명을 통해 교체 시 발생하는 자동소화장치 세트 비용인 25만원으로 추산할 경우 466억4425만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재질이나 구조를 정상 절차 없이 불법 변경하지 않은 이상 모두 동일한 형태의 제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형식을 가진 제품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제보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차원에 확실한 리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호 의원은 “이번 사건은 화재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설치한 소방용품이 반대로 위협이 되고 시민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됐다"며 "단순한 제품의 불량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어서 생긴 인재인지 확실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불량 제품을 쉬쉬한 소방청과 기술원이 불량 제품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업체와 어떤 커넥션은 없었는지 감사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기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1년 반전 알았다"


소방용품의 검ㆍ인증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 기관인 기술원은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불량 주방 자동소화장치 문제를 1년 6개월 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주방 자동소화장치의 폭발 사고가 1년 반 전 예견됐지만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3월 기술원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밸브가 쪼개져 소화약제 용기가 분리되는 사고를 인지했다. 이와 관련해 기술원에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비공식 민원을 받았고 9월에는 정식 공문을 통한 민원까지 접수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 2018년 9월 20일에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정식으로 민원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기술원은 사진으로는 제품의 이상유무를 판단하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2018년 상반기와 하반기에서 동일한 문제의 민원이 제기됐던 것이다.  © 국회 김영호 의원실

 

복수의 기술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정했다. 기술원 관계자 A씨는 “지난해 문제가 제기됐을 때 관련 조사를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민원인의 특징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느 특정한 사건이 있었고 다음 건이 나오기 전까지 잠잠했다가 간헐적으로 또 발생하다보니 다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술원의 B씨는 “당시 S사가 제품의 문제를 인정했었고 수정 보완을 했다고 얘기했다”며 “작년에 있었던 문제는 리콜해 주고 교체해 줬다고 S사가 말했지만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밸브 재질을 SUS(스테인리스)로 바꾸는 방향으로 기준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형식승인이나 제품검사를 할 때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유통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발생된 것이어서 사실 난감한 부분이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대해 A/S에 관한 걸 얘기하면 명백한 갑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하게 말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술원관계자 C씨도 “지난해 문제가 제기돼 S사에 A/S에 관해 얘기를 했었다”면서 “문제에 대한 수리를 다 해 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소 1년 반 전 S사 제품에서 이해 못할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이미 알았다는 얘기다.


이 역시 올해 초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전남 지역 아파트의 소화장치 폭발은 물론 최근 연이어 나타나는 폭발 사고와 동일한 형태의 문제였다. 그 사이 전국적으로 이어진 폭발 사고는 셀 수조차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최영,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FPN/소방방재신문에서는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일반인들은 주방 자동확산소화기, 주방 자동식소화기 등으로 부르기도 함.) 폭발 또는 분리 이탈 사고에 대한 추가 제보를 받습니다. 본지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취재를 추가 진행 중에 있으며 해당 건 외에도 상당수의 피해 사실이 확인됩니다. 과거 폭발사고를 경험하셨거나 현재 유사 문제로 인해 애로를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할 곳 : young@fpn119.co.kr / 최영 기자>

 

‘주방자동소화장치 폭발’ 관련 반론보도문

 

소방방재신문은 지난 2019년 9월 8일, 9월 30일, 10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①S사가 제조한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가 제조 공정에서부터 불량을 원인으로 ‘폭발’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②S사는 이러한 불량 사실을 알고도 숨기거나 오히려 제품 교체를 통해 많은 이득을 거두고 있으며, ③S사의 대표이사가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한국소방산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의 직위를 남용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부분품 검사를 시행 받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S사 측은 “①S사의 ‘주거용 주방자동소화장치’는 제조 공정에서 수차례의 비파괴검사와 부정기시험 등을 거치고 국가 공인 검증기술원으로부터의 검정에 합격한 정상품으로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제품의 소화용기와 헤드가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원인파악 및 해결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②S사는 정해진 법에 따른 담보책임기간 이내에 있는 소화용기에 대해서는 이를 무상 수리하고, 그 기간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가능한 저렴한 가격에 이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③S사의 대표이사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소화용기 부품 교체 등 합리적인 A/S가 가능하도록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부분품 검사 시행을 요청하였던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소방방재신문 편집국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