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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14 피는 계속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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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서북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2/07/20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14 피는 계속 흘린다

충남 천안서북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2/07/20 [10:00]

의도적이지는 않은 출혈이었다. 유리에 찔렸다고 한다. 주소지에 도착했다. 청년 2명의 눈이 다급함을 말해준다.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빌라 3층으로 들어갔다.

 

한 명은 문 쪽에 쓰러져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방 안의 베란다로 향하는 창문에 쓰러져 있었다. 창문의 유리는 별 모양처럼 깨져 있었고 청년은 쓰러져 있었다. 청년의 다리, 엉덩이는 크게 다쳤다. 창문틀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청년을 옮겼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드레싱하고 붕대로 환부를 정성스레 감았다. 출혈이 너무 심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응급실로 환자를 옮기고 보호자인 다른 청년에게 왜 이런 사달이 벌어졌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사연인즉슨 청년 A가 자고 있었는데 다른 청년들과 술을 먹고 있던 청년 B는 청년 A를 계속 건드렸다고 한다. 청년 A는 자다가 화가 나서 일어나서 청년 B를 밀었다고 한다. 청년 B의 몸은 창문을 깼고 몸도 깨졌다. 과도한 장난과 유리의 위험성을 동시에 깨달았다.

 

충북 영동에 갈 일이 있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노근리 평화공원이 보였다. 짐작 가는 바는 있어서 확인코자 평화공원으로 들어갔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이다.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요는 한국전쟁 당시 1950년 7월에 미군이 영동 노근리의 일반 주민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일단 왜 그랬을까 물었더니 아직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미군의 공식적인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학살했다는 기록만이 남아 있다.

 

철길에 주민들을 모아 놓고 총질을 시작했다. 소녀는 총을 맞아서 양쪽 눈알이 튀어나왔다. “어머니 앞이 안 보여요. 이것 좀 떼어주세요” 어머니도 총을 맞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 소녀는 나중에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서 어두운 세상을 60년 버텼다). 주민들은 움츠리고 있었다. 조금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곧바로 사격을 시작했다. 죽은 시체들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조금 전에 어미를 잃은 아기가 사레가 걸린 듯 운다. 그 소리에 미군은 또 미친 듯 총알을 퍼붓는다. “애 소리 때문에 우리 다 죽어요” 그때 애 아버지는 아이를 한쪽 물가로 데려가더니 아이를 물속에 집어넣고 죽였다. 200명이 죽었고 20여 명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철길은 피로 물들었다.

 

미군에게 우리나라 주민은 무엇이었을까?

 

군대에서 명령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부터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감사했다. 닥치고 감사했다. 지금 당장은 이런 전쟁이 없으니까 말이다. 역사의 진보가 평화를 지속해줄 것을 믿는다. 가끔 겪는 출혈 신고가 별것이 아닐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 힘의 줄다리기는 멀어져간다. 냉전을 거치고 독재를 거쳤다.

 

또 촛불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요구하려고 피를 흘리지 않는다. 이 얼마나 값진 진보인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흘린 많은 피의 값을 우리는 공짜로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라디오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충남 천안서북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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