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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5 낙상환자가 준 절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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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1/09/17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5 낙상환자가 준 절박감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1/09/17 [10:00]

지하 주차장까지 구급차는 진입하지 못한다. 지하 2층으로 주들것을 이용해서 들어갔다. 지하 2층의 바닥은 내 얼굴이 비칠 정도로 깨끗했다.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장소로 갔다.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한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우 반장은 다리를 살짝 움직여 보았으나 허벅지의 움직임이 장딴지로 옮겨지지 않았다. 골절이었다. 환자를 분리형 들것으로 들어서 주들것으로 옮겼다. 여성은 다리가 아파서 눕지 못하겠다고 한다. 구급차로 와서 부목으로 다리를 고정했다. 

 

환자 정보를 받아 적었는데 1948년생, 73살이다. 골다공증이 있다고 한다. 즉 뼈에 구멍이 많은 환자이고 그런 분은 뼈가 더 잘 부러진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뼈가 뼈가 아니고 유리인 것이다. 보호자 역할을 해준 50대 동생이 말했다. 

 

“일 다 끝났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네요…”

 

그 이야기를 두 번이나 했다. 하청 청소 업체 직원이었다. 나는 ‘혹시 산재처리가 안 될까?’라는 생각에서 ‘4대 보험은 가입했을까?’라는 생각으로 발전되었지만 굳이 여쭈어보지는 않았다. 

 

우리는 응급실에 도착해 환자를 인계했고 보호자는 병원비 걱정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봤다. 우리 할머니는 언제까지 돈을 버는 노동을 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봤다. 2001년에 할머니가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잔디 심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때 할머니 나이는 69살이었다. 할머니는 새참으로 받아온 빵과 우유를 먹지 않고 나에게 주었다. 

 

왜 이렇게 뼈에 구멍이 송송 난 노인까지 일해야 되는지 조금 더 넓게 생각해 본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자료를 찾아봤다.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70~74세 고용률은 33.1%라고 한다. OECD 평균 고용률은 15.2%이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즉 3명 중 1명이 일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평균 수명이 증가했다. 둘째로는 모아 놓은 돈이 없다. 그게 개인이 잘못일까? 아니면 국가에 책임을 미루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유시민 전 장관의 노력으로 노령연금도 있다.

 

119안전센터 뒤편에 작은 공원이 있다. 아침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청소하고 쉬고 있다. 나라에서 어떤 사업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만 60살 은퇴 후 소방관 선배님들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많은 분께서 계약직으로 소방안전분야에서 일한다. 은퇴한 친한 한 선배는 말했다.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증을 꼭 취득하라고…

 

난 은퇴를 하면 사실 노인 버스킹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이 사십에 둘째가 태어났으니 일흔 살 언저리까지는 더 일해야 될 것 같다. 즉 쉽게 말해서 이상은 노인 버스킹인데 현실은 노동현장에 투입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는 아니지만 생계를 위해서 소방시설관리사가 무엇인지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충남 아산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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