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됐지만 방치된 소방… 인사 표류에 길 잃었다“유임? 교체?” 도통 알 수 없는 앞날에 혼란 빠진 소방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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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소방조직 인사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소방청장 교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위직 인사 역시 정체되며 소방조직 전반이 큰 혼란에 빠졌다.
소방조직 특성상 청장과 소방정감 인사가 완료돼야만 본청 과장급과 시ㆍ도 본부장 등 소위 ‘별자리’ 보직 인사가 연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청장 교체 여부조차 알 수 없어 조직 전반이 자리 변동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혼란 속에서 정상적인 업무 추진조차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울산소방본부장 퇴임으로 자리를 비운 지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109만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소방 지휘관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조직의 한 관계자는 “청장 인사조차 윤곽이 안 잡히면서 내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정권 교체 이후 청장이 바뀌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지만 교체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크게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차기 소방청장 후보군은 전국적으로 4명밖에 없는 소방정감 계급 인물들로 압축된다. 진급 순으로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 김재병 경기소방재난본부장 등이다.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의 경우 명예퇴직을 신청해 8월 말 조직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퇴직예정일에서 9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권 본부장을 제외하면 차기 청장 후보군은 3명으로 압축된다. 이 중 이영팔 차장은 지난해 12ㆍ3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진보 성향 언론사 대상 단전ㆍ단수 지시를 내린 직후 가장 먼저 당시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협조 요청에 협력하라고 당부한 인물로 지목된다. 일각에선 위헌적 계엄 사태 속 부당한 지시에 앞장서 차기 청장 배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병 본부장도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함께 12ㆍ3 계엄 이후 진행된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승진 임용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 등에선 날선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당시 소방정감 승진 대상 1ㆍ2순위는 소방청에서 주요 국장직을 수행하던 홍영근 화재예방국장과 윤상기 장비기술국장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탄핵 정국 상황에서 인사 검증 자료를 추가 요구하며 소방정감 승진자는 지방 소방본부장을 지내던 권혁민, 김재병 소방감으로 뒤바뀌었다.
당시 소방조직 내부에선 “중앙에서 장기간 고생한 인물들을 승진 대상에서 모조리 배제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탄핵 정국을 틈탄 알박기, 보은성 인사”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김조일 부산본부장의 경우 지난해 1월 1일 소방정감으로 진급해 알박기나 보은성 인사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12ㆍ3 비상계엄 당시에도 부산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어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내년 말을 기점으로 연령정년에 도래해 청장 발탁 시 임기 제한이 생긴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소방조직 안팎에선 권혁민 서울소방본부장의 명퇴 이후 빈 자리에 소방감 인물을 승진시킨 뒤 청장으로 발탁하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소방감 계급 인물을 두 단계 진급시키는 방식으로 소방 고위직의 새판을 짤 수도 있을 거란 분석이다.
소문과 뒷말은 무성하지만 실제 소방청장 등 고위직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정권 교체 이후 소방청장이 바뀌는 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유임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방조직 내부의 한 관계자는 “언제 있을지 모를 인사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세우거나 주요 현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누구는 떠날 준비를 하고 누구는 승진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불안정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업무 회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체라면 교체, 유임이라면 유임으로 무언가 결론이 나와야 한다”며 “청장 인사 지연이 소방의 행정력과 현장 대응력의 약화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