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든 학교는 매달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충청북도 소재 학교 역시 충청북도학교안전공제회 점검팀이 매달 방문해 소방시설 전반을 꼼꼼히 확인한다. 필자는 과거 소방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 업무는 혼자 담당하기에는 벅차다. 그러나 이들이 도와줌으로써 학교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점검팀은 발신기의 정상 작동 여부, 수신기의 손상 상태, 소화기의 내용연수를 확인하고 옥내소화전 펌프 기동 시험까지 수행하며 ‘소방시설 외관점검표’를 빈틈없이 작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점검표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최근 발생한 비화재보(화재가 아님에도 경보가 울리는 현상)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제회의 월간 점검을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 점심시간, 학교 전체에 요란한 경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정실 구성원들이 급히 주수신기로 달려가 CCTV를 확인한 결과 대피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장난에 의한 발신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비화재보는 단순히 기기 오작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사례처럼 학생들의 호기심이나 장난에 의한 고의적인 경보 발신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화재보가 반복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위험성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화재 경보에 대한 신뢰성은 안타깝게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화재보가 반복되면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소방시설 오동작에 따른 학생과 교직원의 피로도 급증이다.
둘째, ‘또 고장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져오는 안전 불감증이다.
셋째, 실제 화재 상황에서도 경보를 무시해 초래되는 피난 지연 시간 증가다.
화재경보의 불신에 기초한 이같은 요소들이 실제 화재 시 허용 피난 시간(RSET)을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기를 점검하는 수준을 넘어선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시설이 노후화돼 법적으로 소방시설의 즉각적인 증축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현재로서는 지속적인 안전교육과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학생들이 입학하는 시점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안전에 대한 신뢰가 뿌리내린 학교 환경이 조성되길 기원한다. 아울러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 안전담당자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이 글을 마친다.
청주대성고등학교 행정주무관 원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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