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을 찾는 우리들은…
화재조사관은 화재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함께한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목격자와 신고자 등을 상대로 탐문을 시작한다. 때로는 전화로 신고자에게 현장 상황과 목격 내용을 문의하며 출동하기도 한다.
화재현장에서는 화재와 관계된 이권관계에 따라 진술이 번복되거나 목격한 진술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현장 도착 후 조사과정에서는 다시금 목격 내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화재조사는 국민을 위한 길… 발화지점은 화재조사관의 자존심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 소방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화재현장의 소훼(燒毁)형태나 소실(燒失)형태가 심하면 화재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발화지점을 반드시 밝혀야 하는 심적 부담 역시 화재조사관의 몫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4만여 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똑같은 화재현장은 단 하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화재원인이 달리 나타나고 가연물의 연소속도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에서는 특정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화재원인을 놓고 하나씩 소거하는 소거법에 의해 화재원인을 찾는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 유사 화재의 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화재 피해자의 억울함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행정 목적 달성을 통한 예방정책 전개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작게는 화재 당사자가 손해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발전 거듭한 화재법률, 세상을 바꾸다 우리나라의 화재 관련 법률 중 가장 쟁점이 됐던 법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1961년 4월 28일 제정ㆍ시행돼 왔다. 당시 법률에는 ‘민법 제750조의 규정을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경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실화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돼 있었다. 이 법의 제정 취지는 화재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민사적 손해배상을 가중하면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화재로 타인의 손해가 있다면 타인의 손해를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976년 12월 17일에 대구 서문시장에서 성냥불 추정 화재가 발생해 650개 점포가 전소됐다. 11억4000만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났다.
1997년 7월 30일에는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의 헌법소원을 제소하기에 이르렀지만 합헌으로 결정됐다.
2005년 12월 29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또 한 번의 화재가 발생해 500여 개 점포가 소훼 또는 소실돼 600억원이라는 재산피해를 불러왔다. 이때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헌법재판소에 제소돼 심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법률 내용의 개정이 진행됐다. 눈에 띄게 변경된 조항은 ‘실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손해배상의 경감에 관한 민법 제765조 특례를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직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화재조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화재조사 직위를 화재조사관으로 상향조정하고 직급을 ‘지방소방위’로 보한다는 결정이 이어졌다.
이 일들이 화재조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당시 화재조사 교본은 대부분 일본을 답습하고 인용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사회는 물론 건축양식이 일본과 닮았고 화재 양상 또한 비슷했기에 그랬던 것으로 생각된다.
화재조사관들의 지식체계도 학력, 상식, 전공, 과학을 토대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인이 곳곳에서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직위는 ‘화재조사관’, ‘지방소방사 내지 지방소방위’ 직급에서 전문 지식과 자격을 기반으로 화재 현장을 조사하는 체계가 정립됐다.
주변 국가나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식, 학위, 노력, 열정이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우리나라 화재조사 체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방문하기도 한다. 화재조사관인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발전은 충실한 기본에서부터 시작된다 원활한 화재조사를 위해서는 기본의 충실함이 지켜져야 한다. 그 중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바로 필수 단어인 ‘불, 연소, 화재’의 구분이다. 불은 가연물이 단순하게 타는 것이고 연소는 어떤 물질이 산소와 화합할 때 빛과 열을 내는 현상이다. 화재는 불로부터 시작되는 재난 또는 재앙이다.
미국의 경우 급격한 산화과정으로 빛과 열을 내는 화학적 반응이라고 말한다. 영국은 불, 연소 등의 특이한 형태로 진행되는 연소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렇듯 다양한 국가에서 일컫는 화재의 정의도 우리 화재조사관이 인식해야 하는 지식 중 일부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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