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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심폐소생술 장치

Human vs Mechan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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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소방교육대 반명준 | 기사입력 2020/04/07 [10:30]

자동 심폐소생술 장치

Human vs Mechanical

경남소방교육대 반명준 | 입력 : 2020/04/07 [10:30]

1700년대 영국 제임스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을 이용해 면직물 대량생산을 가속화한 게 바로 산업혁명의 시작입니다. 이후 수많은 기계가 발달하면서 공업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계의 사용은 마치 우리가 호흡해 산소를 마시는 것처럼 일상에서 무척 흔한 일이 됐습니다.

 

이 글은 11월 5일 서울소방학교에서 열린 2019년 현장응급처치 세미나 ‘현장에 반(  )하다’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참고로 <119플러스> 창간호인 5월호에 실린 ‘사람을 살리는 기계식 자동 심폐소생술 장치, 얼마나 아시나요?’에서 추가되는 내용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 꼭 필요할까? 

구급대원이라면 수많은 구급 출동 현장에 나가 요구조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중 심정지 현장하면 어떤 걸 떠올리게 되나요? 아마도 CPR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016년도 대한심폐소생술협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고품질의 CPR을 하기 위해선 ▲적절한 압박 깊이, 속도 ▲충분한 이완 ▲가슴 압박 중단의 최소화 등을 권장합니다.

 

하지만 우리 구급대원 입장에서는 현장 출동인원 부족, 이송 중 구급차 내부 공간 협소, 긴 이송시간으로 인한 구급대원 피로도 증가, 안전 문제 등으로 심정지 환자에게 고품질의 가슴 압박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환자의 생존율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2018년 12월 31일 기준 소방청에서 운영 중인 119구급대는 1424대입니다.

 

3인 구급대가 100%로 탑승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이며 전국적으로 볼 때 3인 구급대 탑승률은 평균 63.8%입니다.

 

 

2018년 전국 구급출동 및 전문구급장비(자동 심폐소생술 장치)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총출동 건수는 224만6752건, 이송 건수는 143만7712건으로 전체 출동 중 이송환자의 비율은 64%입니다.

 

이중 심정지 환자 이송 건수는 3만480건,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를 사용한 건수는 2279건으로 자동심폐소생술 장치 사용 비율은 7%에 불과합니다.

 

전국 구급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는 451대입니다. 전체 대비 약 31.6%만이 이 장치를 구급차에 싣고 출동을 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심폐소생술협회에서는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를 권고하진 않습니다. 단 통상적인 가슴 압박이 어렵거나 소생술이 길어질 때 사용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인원으로 출동을 나가야 하는 우리 구급대의 현실에서 ‘이만한 차선책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 비교ㆍ분석

우리나라 구급대에서 사용하는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는 Autopulse, Easypulse, Corpuls, Lucas2 등 네 가지입니다. 

 

장비 장착 시간은 구급대원의 숙련도나 현장의 변수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장착에 따른 시간 분석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가슴 압박 방식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능동 압박-감압 방식은 스웨덴 PHYSIO CONTROL사에서 제작한 Lucas2와 독일 corpuls사에서 제작한 Corpuls입니다. 하중 분산 밴드 방식은 미국 ZOLL사에서 제작한 Autopulse이며 동시흉골흉강 방식은 스위스 SCHILLER사에서 제작한 Easypulse입니다.

 

AUTOPULSE

미국 ZOLL사에서 제작한 Autopulse는 auto(자동)+pulse(맥박)의 합성어입니다.

 

압력형태는 하중 분산 밴드 CPR이며 압력방식은 가슴 펌프 방식입니다. 압박속도는 분당 80회, 가슴 깊이 20%까지 압박합니다. 크기는 네 가지 장비 중 가장 크고 무게는 10.6㎏입니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전국에 132대가 보급돼 사용 중입니다.

 


Easypulse

스위스 SCHILLER사에서 제작한 Easypules는 easy(쉬운)+pulse(맥박)의 합성어입니다.

 

압력형태는 동시흉골흉강 CPR이며 압력방식은 가슴 펌프 방식입니다. 크기와 무게는 네 가지 장비 중 가장 작고 3.5㎏으로 가볍습니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전국에 90대가 보급돼 사용 중입니다.

 


Corpuls

독일 corpuls사에서 제작한 Corpuls는 cor(심장)+puls(맥박) 독일어의 합성어입니다.

 

압력형태는 능동 압박-감압 CPR이며 압력방식은 가슴 펌프 방식입니다. 분당 80~120회 속도로 깊이는 2~6㎝, 무게는 5.5㎏입니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광주에서만 19대가 사용 중입니다.

 


Lucas2

스웨덴 PHYSIO CONTROL사에서 제작한 Lucas2는 성경 인물인 누가에서 인용한 이름입니다(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의사 누가).

 

압력형태는 능동 압박-감압 CPR이며 압력방식은 심장 펌프 방식입니다. 분당 80~120회 속도로 깊이는 2~6㎝, 무게는 7.8㎏입니다. 2017년 12월 31일 기준 전국에서 200대가 사용 중입니다.

 

 

사람과 기계의 대결, 그 승자는?

위 네 가지 장비는 공통적으로 ▲외상성 심정지 ▲임산부 ▲18세 미만(단, 체형이 성인과 비슷하면 사용 가능) ▲CPR 허용 한계 초과 환자(초고도 비만 등) ▲비정상적인 가슴 구조 ▲앉은 자세(일부 장비)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각 장비 특성에 따른 별도의 금기증도 있습니다.

 

이 장비들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동 시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공학적으로는 고품질의 가슴압박이 제공된다 해도 혈역학적 평가에서 고품질의 가슴압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부 장기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하는 도수심폐소생술은 혈역학적 모니터링에 근거해 최적의 압박위치를 찾아내는 유연함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의 경우 ▲균일한 강도로 가슴압박 제공 ▲심정지 현장에서 효율적인 인력 배치 가능 ▲이송 중에도 가슴압박 가능 ▲기계 전원이 꺼지지 않는 한 지치지 않음 ▲환자에게 다른 처치를 할 수 있음 ▲심정전기 충전 중에도 가슴압박이 가능함 등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부적절한 사용 시 내부 장기 손상이나 골절, 비효율적인 가슴 압박, 성인에게만 적용, 고비용, 사용자 교육 필요 등의 단점이 존재합니다. 

 

결론은 공학적으로는 기계가 ‘승’이지만 혈역학적 유연함은 사람의 ‘승리’입니다.

 

실전 CPR

필자는 경남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소방교육훈련장 구급전담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번 호 제목처럼 실제로 사람과 기계의 대결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네 종류의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와 제29기 신임소방사 177명을 대상으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실전 CPR’이라는 명칭으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대결은 소방교육훈련장에서 약 7㎞ 떨어진 의령소방서까지 시속 50~60㎞/h로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 환자를 가장한 마네킨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최고 점수 98%와 최저 점수 0%로 평균 53.3%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자동심폐소생술장치 중 Autopulse는 0%, Easypules는 46%, Corpuls는 75%, Lusas2는 75%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 기계는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시행한 건 아닙니다.

 

0%가 나온 Autopulse는 나머지 세 가지 장비와 다른 방식의 가슴압박이 이뤄지므로 0% 나온 값이 심정지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는 아닙니다. 위 네 가지 장비의 실제 임상실험은 사람이 아닌 실험동물(돼지)에게서 얻은 값입니다. 

 

각종 학술지와 논문을 검색해보면 개발된 지 가장 오래된 Lusas에 관한 연구결과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잇는 게 Autopulse입니다.

 

자동심폐소생술 선택 시 고려사항

자동심폐소생술 장치에 관한 최신 연구 논문에는 ‘기계의 공학적으로 고품질의 가슴압박을 제공하나 환자의 상황, 상태에 따라 적용이 달라야 하며 사람이 하는 가슴압박은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으나 가슴압박자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기계와 사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가슴압박을 제공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가슴압박이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¹⁾ 라고 기술돼 있습니다.

 

그럼 구급대원 입장에서 자동심폐소생술 장치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뭘까요?

 

전문가들은 배터리 성능이 1시간 이상 가야 하고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것, 경량일 것 등의 의견을 내놓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급차 적재가 용이하고 유지 비용이 적거나 없는 게 우리 실정에 맞는 자동심폐소생술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이 구급대원 여러분께서 향후 자동심폐소생술 장치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심폐소생술시 자동 흉부압박장비의 압박 매커니즘에 따른 예후. 김원희. 2019


 

경남소방교육대_ 반명준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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