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빠른 맥박 두려워 말자

광고
경북 영천소방서 박윤택 | 기사입력 2022/01/20 [10:00]

빠른 맥박 두려워 말자

경북 영천소방서 박윤택 | 입력 : 2022/01/20 [10:00]

구급대원에게 심장질환과 관련된 응급상황은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심정지 상황은 소생술 지침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마련돼 있지만 부정맥과 관련한 현장 활동 지침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해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모든 심장질환 환자는 심장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 분석을 해야 한다. 자격 등급과 구급대 성격에 따라 사지 유도와 12-Lead 심전도를 찍을 수 있다. 심전도를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심전도가 일치하는 소견을 놓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최근엔 생명을 위협하는 심전도를 쉽게 분석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졌으나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평소 심전도 판독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출동을 나갔던 증례를 통해 심전도 분석의 중요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환자 발생

주말 근무하던 어느 날. 승용차 한 대가 안전센터 앞에 급히 정차했다. 보호자는 차에서 황급히 내리더니 “여기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차에서는 보호자 부축을 받는 할머니 한 분이 아픈 모습으로 힘겹게 내리며 도와 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79세의 할머니는 저녁 식사 후 TV를 보던 중 갑자기 가슴 두근거림을 심하게 느꼈다고 했다.

 

이후 식은땀과 어지러움이 동반돼 심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참기 어려워 ‘119안전센터’가 보여 방문했다고 했다.

 

동료에게 출동에 대한 조치를 부탁하며 구급차 안에서 환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1. 1차 평가 (생체징후)


생체징후는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에 비해 호흡과 혈압, 산소포화도에 특별한 문제가 관찰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가슴 두근거림과 식은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볼 때 발작성 심실상성빈맥이 강하게 의심돼 심전도를 찍어 보기로 했다.

 

2. 심전도

▲ [그림 1] 초기 심전도

 

1) 리듬이 규칙적인가?   ☑규칙적 □ 불규칙

2) 맥박수가 정상인가?(정상: 60~100회)   □ 정상 ☑ 빠름 □ 느림

3) P 너비가 정상인가?(정상 ≤ 3칸)   □ 정상 □ 넓음 ☑P파 없다

4) PR 간격이 정상인가?(정상 ≤ 5칸)   □ 정상 □ 늘어남 확인 안됨

5) QRS 너비가 정상인가?(정상 ≤ 3칸)   ☑정상 □ 넓음


심전도는 증상과 일치하는 심실상성빈맥(발작성 심실상성빈맥)을 나타내고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인근 응급의료센터 진료가 필요함을 설명하고 2차 평가를 진행했다.

 

3. 2차 평가

 

4. 현장 처치: 미주신경 자극 술기(Vagal maneuver) 시행

▲ [그림 2] 목동맥궁 마사지법과 심전도 변화


환자는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여 1차로 미주신경 자극 술기를 환자에게 설명했다. 목동맥에 대한 죽상경화증에 대한 병력이 없고 청진상에서1) 잡음(Bruit)이 특별히 들리지 않았지만 노인 환자인 만큼 조심스럽게 목동맥궁 마사지를 시행했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목동맥궁을 노출하게 한 다음 10초 단위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시행했다. 환자에게는 ‘항문조임근 힘주기’ 법도 병행하게 했다. 시행하고 몇 분이 지났을 무렵 심전도 리듬에 변화가 생겨 마사지법을 중단했고 ‘가슴 두근거림’은 조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5. 이송단계

▲ [그림 3] 이송 중 병원 도착 전 심전도 리듬 변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인근 응급의료센터로 출발 전 리듬에서 줄어든 심박동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강캐뉼라로 산소 2ℓ/min 공급과 심전도 리듬을 감시하면서 증상을 관찰했다. 의료지도를 받아야 할 만한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빠른맥에 따른 혈압 저하나 식은땀 등의 증상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빠른 맥박을 유지하며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응급실에서 빠른 맥박치료를 위해 Adenosine 6㎎을 정맥으로 투여받은 후 안정화되는 심장 리듬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의료지도를 받아야 할 사항>

1) 환자 의식이 저하된 경우

2) 수축기 혈압이 90㎜Hg 이하로 정맥로 확보와 수액 공급이 필요한 경우

3) 제세동 적응증에 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심실빈맥의 경우 무맥성 심실빈맥과 감별에 대한 조언)

4) 빠른 맥과 호흡곤란을 같이 호소하는 경우

5) SpO2 94% 미만을 보이는 경우

6) 의료기관 선정이 어려운 경우

 

6. 심전도 의견

증례에서 보이는 심전도는 12-Lead 심전도가 아닌 II-Lead 심전도인 관계로 정확한 판독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초기 심전도에서는 SVT(발작했으므로 PSVT로 간주)였다.

 

하지만 이후 목동맥 마사지를 시행하던 중 발생한 리듬 변화는 SA-node에서 AV-node의 전달이 지연 또는 잠시 막혔을 때 남은 전류의 흐름에 의한 ‘이상심실내전도(Aberrant intraventricular conduction)’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설명이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은 VPC라는 의미다. 이후 병원 도착 전 리듬에서 작은 떨림처럼 보이는 불규칙한 P파와 QRS 간격은 A.fib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심실상성빈맥과 심실빈맥

심실상성빈맥(Supraventricular tachycardia)은 심실 위 동결절 외 심방과 접합부의 전기적 흥분으로 발생하는 빠른 맥으로 정의된다. 외부인자(저체액성 상태, 운동, 흥분, 저산소 상태 등)에 의한 보상성 기전에 따른 동성 빠른맥(Sinus tachycardia)과는 비교된다.

 

빈맥은 발생 위치에 따라 심방 내에서 기인하면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한다. 심실에서 기인하면 Wide QRS 형태의 빈맥을 만든다는 걸 알아야 한다.

 


1. 원인

발작성 심실상성빈맥은 비정상적인 회귀 회로(Reentry)의 발작성 흥분에 의한 것으로 전기가 심장 내 전도로를 맴돌면서 발생한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심장질환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과로, 흡연, 카페인에 의해서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는 죽상 경화성 심질환, 류머티즘성 심질환을 앓는 경우 연관되기도 하나 심근경색에서의 발생은 드물다. 또 Wolff-Parkinson 증후군과 같이 부전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빠른 심박동은 심실 충만 시간을 부족하게 만들어 일 회당 심박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심박출량 감소의 결과로 관상동맥 관류가 줄어 협심증이나 저혈압, 울혈성 심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2. 증상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곤란, 눈앞이 깜깜해짐, 어지러움, 가슴 답답, 실신, 간혹 체한 것 같다는 호소를 하는 환자들도 있다. 모두 빠른 심박수에 따른 불충분한 혈액순환 때문에 발생하므로 심박수를 안정화할 수 있는 처치가 필요하다.

 

3. 특징

대부분 환자는 휴식을 취하는 행동으로 증상이 완화된다. 발작은 수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대개는 수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짧은 시간 내 재발하는 특징이 있어 구급대원은 증상이 사라지기 전에 심전도를 찍어 확인 후 병원에 전달하는 게 도움이 된다.

 

<PSVT의 응급상황>

1) 혈압강하       2) 급속한 의식상태 변화       3) 쇼크 소견

4) 허혈성 흉부 불쾌감       5) 급성심부전2)이 있으면 응급상황이다.

 

▲ [표 1] SVT vs PSVT의 참고

 

<이송 중 관찰해야 하는 상황>

이송 중에는 환자 의식과 혈역학적 상태와 심전도 감시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특별구급대는 될 수 있으면 12-Lead 심전도를 찍으며 PVC(심실 조기수축) 6개 이상이 보이거나 VT(심실빈맥)가 3개 이상으로 확인되는 경우 심정지(Pulseless VT, PEA, V.fib) 상황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다시 빠른맥이 나타나 생체징후와 의식 변화 등 빈맥으로 인한 혈역학적 증상이 있다면 의료지도를 통해 수액과 산소공급에 대한 지도와 이송 병원에 사전 통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자 발생

1.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경우

미주신경 자극술(Vagal maneuver)

▲ [그림 4] 목동맥 마사지 위치

 

-목동맥 팽대 마사지(우측 먼저 5~10초간 호전 없으면 좌측 마사지, 양쪽 동시 사용금지, 노인, 목동맥경화증 환자 금지)

-모든 환자는 목동맥 잡음(carotid bruit) 유무를 확인

-발살바 법: 숨을 깊게 들이마시게 한 후 숨을 참은 상태에서 복부에 강한 힘 주기

-얼음물에 6~7초간 얼굴 담그기

-기침 유발

-위장관 튜브 삽입

-Gag reflex 유도

-안구 압박

-트렌델렌버그 자세

-항문조임근 조이기(항문수축)

 

ㆍ주의: 맥박이 감소하거나 잡음은 금지. 머리를 약간 과신 전, 산소 2~4ℓ 투여, 심전도 감시하면서 리듬 변화하면 중단.

 

ㆍ원리 : 대동맥에 혈압이 오르며 미주신경의 영향이 증가(미주신경 자극) → 방실 결절에 영향을 주어 빈맥을 차단하는 원리. 초기에 사용하며 시간이 지나면 교감신경계 영향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 [그림 5] 표준형 미주신경 자극법과 변형된 미주신경 자극법의 비교표

 

전통적인 미주신경 자극술은 5~20%의 낮은 성공률과 지속성 유지가 어려워 병원 전 단계에서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45° 앉은 자세에서 10㏄ 주사기에 바람을 불어 심박수를 떨어뜨리는 방법(성공률 17%)이 구급대원에게도 소개됐다. 이후 변형된 형태의 주사기 불기법(성공률 43%)이 더욱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45° 앉은 자세에서 혈압 압력계(준비가 되지 않으면 10㏄ 주사기가 앞으로 조금 밀려날 정도의 압력으로 분다)와 연결된 10㏄ 주사기를 이용해 15초 이내로 압력을 40㎜Hg까지 올린 다음 머리를 바닥에 놓고 다리를 45° 올린 자세로 15초간 유지하고 45° 앉은 자세에서 30초간 머무는 형태로 진행된다. 효과가 없으면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게 권장된다.

 

▲ [그림 6] 압력계가 없을 때 주사기 불기법


2.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저혈압이나 호흡곤란, 심부전 증상, 의식장애, 지속적인 흉통이 있는 경우 산소공급과 심전도 감시를 하면서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으로 변화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 무맥성 심실빈맥(PEA)이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TCP를 통해 동시화된 전기적 심장 율동전환을 시행한다(병원 단계 수행).

 

현행법상 119구급대원은 미주신경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약물과 전기적 치료를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장 단계에서 꼼꼼한 환자병력 파악과 심전도 분석을 통해 빠른 빈맥의 종류를 감별하고 원인에 따른 증상의 중재가 시행돼야 한다. 치료 가능한 응급의료 센터급 이상의 병원 도착 전까지는 증상과 심전도를 지속해서 관찰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 Bruit Sound :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동맥경화가 생긴 경우 ‘혈액 난류’ 현상이 발생한다. 박동이 있을 때 청진기나 초음파 도플러 검사에서 “쉿~쉿”하는 소리가 들린다. 잡음이 있는 혈관에 압박과 마사지를 하게 되면 침전물이 떨어져 나가 작은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2)호흡곤란, 발목부종, 피로감의 증상과 경정맥압 상상, 폐수포음, 말초부종의 징후를 보인다.

 

참고문헌

1. 한국형 병원 전 시나리오 2017, 한미의학, 박윤택 외.

2. 내과전문 응급처치학 5th, 한미의학 2018, p108.

3. 현장전문응급처치학, 2020, 아카데미아, 윤형완 외.

4.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소방청 2020.

5. Appelboam A, Reuben A, Mann C, et al. Postural modification to the standard Valsalva manoeuvre for emergency treatment of supraventricular tachycardias (REVERT):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The Lancet. 2015;386(10005):1747-1753. doi:10.1016/s0140-6736(15)61485-4

6. Garcia,T.B., & Holtz, N.E (2001). 12-Lead ECG:The Art of Interpretation. Sudbury, MA:Jones and Bartlett.

* 심전도 해석에 도움 주신 분 : EM. 김기운, 박세훈, 김현종

 

경북 영천소방서_ 박윤택 : fatimaemt@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광고
소다Talk
[소방수다Talk] 계급장 불문하고 소방관을 교육하는 소방관들… 교수 요원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