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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구급 시스템의 선두주자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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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0/12/21 [10:00]

북유럽 구급 시스템의 선두주자 덴마크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0/12/21 [10:00]

덴마크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부유한 북유럽 복지 국가? 대니쉬 페이스트리나 덴마크 요구르트? 아니면 유명한 동화 작가 안데르센?

 

덴마크라는 국가에 대해선 북유럽의 복지 국가라는 이미지 외에 선뜻 떠오르는 게 없을 텐데요. 우리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높은 수준의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이번 화에서는 덴마크의 구급 시스템이 우리와 어떤 부분에서 다르고 어느 정도 수준의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덴마크 응급상황 112ㆍ의료상담 1813

▲ [그림 1] 덴마크의 위치(출처 덴마크 구급 백서)

▲ [그림 2] 덴마크 지도(출처 wwwnc.cdc.gov)




 

 

 

 

 

 

 

 

덴마크는 독일의 북쪽 국경에 인접한 북유럽 국가로 인구는 약 580만명, 면적은 4만3천㎢ 정도로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는 1/8 수준입니다. 

 

응급상황엔 112로 신고하면 됩니다. 경찰과 소방은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영하는데 EU 유럽연합 국가 모두 같은 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가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12로 신고해야 하는 걸 기억하는 게 좋겠습니다. 또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답게 구급차 비용은 모두 무료입니다.

 

의료상담이나 병원문의 등은 1813 번호로 별도 운영되는데 한국의 1339, 현재는 119구급상황센터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파라메딕, 간호사 같은 전문 의료인과 더불어 의사 역시 적극적으로 전화 상담에 개입하고 있어 조금 더 넓은 의료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간 사설 구급업체가 국가 구급 서비스를 담당?

북부 지역(region nordjylland) : 인구 60만

중부 지역(Region midtjylland) : 인구 120만

남부 지역(Region syddanmark) : 인구 120만

쉘란 지역(Region sjaelland) : 인구 80만

수도 지역(Region hovedstaden) : 인구 160만
 

▲ [그림 3] 덴마크의 행정 구역과 인구 분포(출처 덴마크 구급 백서) 

 

대부분 국가에서는 구급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채용해 공공 구급 서비스(Public Ambulance Service)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덴마크는 구급 시스템 대부분을 민간 업체(Praivate Ambulance Company)에 위탁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미국 외곽지역이나 몇몇 국가에서는 사설 구급업체(AMR, St. John Ambulance, Ambulance Victoria 등) 또는 의용소방대가 일부 지역에서 구급차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국가 구급대 대부분이 사설 구급업체에 위탁해 운영된다는 점이 놀랍지 않나요? 

 

덴마크는 [그림 3]과 같이 크게 5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 단위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 정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구급 서비스도 5개 지역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1926년 덴마크 정부는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구급대를 운영하거나 사설 구급업체와 계약해 소방과 구급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후 덴마크 전역에서 사설 구급 서비스 업체들이 소방과 구급 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덴마크의 소방 구급 업체인 ‘팔크(Falck)’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현재 덴마크 구급 서비스의 85%, 소방 서비스의 65%를 담당합니다.

 

▲ [그림 4] ‘Falck’의 로고(출처 Falck 홈페이지)

유럽에서 가장 큰 소방과 구조, 구급 서비스 제공업체일 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06년 창립돼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팔크는 덴마크의 소방 구급 역사와 같이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입니다.

 

팔크 이외에도 BIOS, Ambulance Syd 등의 업체가 덴마크의 구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아닌 민간 구급업체가 구급 서비스를 담당해 구급대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장비 수준 등 퀄리티가 저하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으나 덴마크 사례를 비춰보면 꼭 그렇진 않았습니다.

 

덴마크 민간 구급업체에선 지역 구급 입찰 계약에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와 차량을 구입합니다. 심정지 환자 소생률 향상을 위해 구급대원들을 교육하고 피드백하면서 새로운 구급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준비합니다.

 

또 점점 높아지는 국민과 시민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교육 역시 진행합니다. 계속해서 노력해야 지역 구급업체 계약에 성공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꾸준한 자본 투자와 인적자원 교육, 선순환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급대의 도착시각이 지연되고 응급처치 능력이 형편없거나 노후한 장비와 구급차를 계속 운용한다면 시민의 불만은 커지고 결국 구급업체는 입찰 계약에서 탈락하게 될 겁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한국이나 일본의 구급대원에겐 생소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나태해질 수 있는 우리에게 덴마크 구급 시스템은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 [그림 5] 덴마크의 민간 구급차(출처 구글, 트위터)


덴마크 구급 서비스의 다양성

덴마크는 한국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송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병원 도착 전 일차적인 응급실 역할뿐 아니라 의사나 전문 간호사가 현장에 출동해 적극적인 처치를 제공합니다. 기존 국가 구급 서비스에서 소외된 환자들에게도 필요한 상담이나 행정적 지원과 동시에 필요한 시설,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1. AMBULANCE

일반적인 구급차는 덴마크 구급 서비스의 뼈대가 되는 자원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320여 대가 운영 중입니다. 주 처치를 담당하는 파라메딕과 운전을 담당하는 EMT 또는 EMT Assistant가 탑승합니다. 연간 13만건의 출동을 하고 이 중 60%가 응급상황이라고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3인이 탑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2인(1명은 파라메딕) 구급대로 운영됩니다. 

 

2. MCCU(Mobile Critical Care Unit)

중환자 구급차는 응급전문 의사가 탑승해 심정지, 중증외상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구급차와 동시에 현장에 출동하거나 중간지점에서 합류해 환자에게 전문적 또는 침습적인 처치를 제공합니다. 또 연간 1만건의 응급환자 병원 간 이송도 담당합니다. 그중 3천여 건은 의사가 직접 탑승한다고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 전원 업무는 민간 구급업체가 담당하지만 덴마크는 공공의료 서비스 제도를 도입한 북유럽 국가답게 병원 간 이송 업무도 국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게 차이점입니다.

 

3. Babylance/Specialized Neonatal Transport Unit

분만 또는 신생아 응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아기 구급차(특수 신생아 구급차)는 훈련된 파라메딕뿐 아니라 신생아, 소아 전문의사와 소아 전문간호사가 탑승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아기와 가족을 동시에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 [그림 6] 수도 지역의 Babylance(출처 트위터)


4. Major Incident Mobile Control Centre 

이동식 대량 사상자 지휘 센터는 대량 사상자나 다수 사상자 현장에 출동해 최대 80명의 환자를 안전하게 상주시키고 분류할 수 있는 시설을 전개합니다. 충분한 의료 장비를 제공하고 현장 구급대원이나 소방관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또 마라톤이나 축제 등 대형 이벤트에서도 훌륭한 임시 의료 시설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 Special Response Car/Rapid Response Unit

특수 대응 차량/신속 대응 차량은 대형 사고나 다수 사상자 현장에 응급실 최고 책임 의사(chief emergency physician)가 탑승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필요하면 침습적인 처치를 제공하거나 구급 현장을 지휘하게 됩니다.

 

6. Mobile Phychiatric Care Unit/Mental Health Ambulance 

정신과 구급차/정신건강관리 구급차는 정신과 의사가 탑승해 자살 시도나 우울증 등 정신 응급환자 현장에 출동하고 의학ㆍ정신적 상담을 제공하거나 필요한 경우 병원이나 시설로 환자를 이송합니다. 

 

스웨덴에서 최초로 운용된 정신건강관리 구급차는 덴마크에서도 운용 중입니다. 흔히 북유럽 국가의 경우 아주 높은 수준의 복지가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행복할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직업 없이 국가 보조금이나 연금 등으로만 연명하는 사람이 많아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자도 많다고 합니다. 

 

7. Social Ambulance/Socialance 

사회적 구급차는 사회복지사와 구급대원이 탑승합니다. 노숙자나 저소득층, 사회 취약 계층의 비응급 상황 또는 행정적 처리가 필요한 현장에 출동해 현장 처치를 하거나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한국의 경우 노숙자나 취약계층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몇 시간씩 구급차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이송할 때도 있습니다. 만일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도 도입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복지 선진국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 [그림 7] 사회적 약자를 위한 Socialance(출처 dreamstime.com/덴마크 구급 백서)


8. HEMS/Heli-EMS 

구급 헬기는 현재 4대가 운영 중이며 덴마크 5개 지역을 효과적으로 협업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원거리에 있거나 현장에서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 구급 헬기가 일반 구급차, 중환자 구급차와 함께 현장으로 동시에 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2017년 기준 한해 3658회의 출동을 했다고 하니 HEMS 시스템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림 8] 덴마크의 Heli-EMS

▲ [그림 9] 덴마크 구급 헬기 베이스(출처 덴마크 구급 백서)




 

 

 

 

 

 

덴마크 심정지 환자 소생률

덴마크에서는 매년 4천여 명의 사람이 병원 밖에서 심정지로 쓰러집니다. 2001년 4%에 머물렀던 심정지 환자 소생률은 현재 12%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을 구급대원만의 실력이라고 평가할 순 없습니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구급교육, AED 보급률, 지역사회 병원과의 관계, 구급상황실의 심정지 인지, 구급상황관리사에 의한 심폐소생술 지시 등 다양한 요소가 결국 심정지 환자 소생률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2005년 덴마크에서는 시민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국가적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운전자들과 초등학생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트레이닝 키트를 나눠줬습니다. 공공장소와 지역사회에는 자동심장충격기를 1만9천개 이상 설치했습니다. 또 구급상황관리사에 의한 목격자 심폐소생술 지시를 강화했습니다.

 

AED의 경우 네트워크에 등록돼 있어 누구나 온라인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근에서 심정지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시민이나 구급대원, 의료종사자 모두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장 가까운 위치의 AED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상황실의 구급상황관리사나 출동 중인 구급대원이 신고자에게 AED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줍니다. 따라서 목격자나 신고자가 구급대 도착 전에 AED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겁니다. 이로 인해 목격자의 전기충격 제공이 2008년 2.1%에서 2016년에는 13.4%까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 [그림 11] Heart Runner 애플리케이션(출처 덴마크 구급 백서)

 

덴마크 수도 지역과 중부 지역에서는 구급상황관리사가 ‘Heart Runner’라는 옵션을 활성화 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의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에게 덴마크 AED 네트워크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심정지 환자 발생과 위치를 전송해 줍니다. 남부 지역에서는 ‘first responder, 최초 반응자’라는 자원봉사자 출동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덴마크는 EU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심정지 환자 소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목격자 심폐소생술은 19%에서 67%까지 상승했고 30일 생존율은 76.6%에 달합니다. 이는 유럽 국가뿐 아니라 미국의 시애틀, 네델란드 등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심정지 환자 소생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뿐 아니라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엔 구급차 내에서 심전도 감시와 더불어 혈액검사까지 동시에 실행됩니다. 전 세계 최초로 시행된 시스템으로 심전도로 감별되지 않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심혈관 센터로 즉시 이송합니다.

 

이송 중 구급차 내에서 매우 빠른 진단과 조기에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덴마크에서는 많은 심정지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다시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었습니다.

 

▲ [그림 13] 2016년 유럽 연합 중 자발순환 회복률 3위(출처 Europian resgistry of caridac arrest)

▲ [그림 14] 2016년 유럽 연합 중 목격된 전기충격 가능 리듬 환자의 생존 퇴원률/EU 국가 중 2위(출처 Europian resgistry of caridac arrest)

 

 

 

 

 

 

 

 

 

 

 

▲ [그림 15] 2001~2016년 목격자 심폐소생술이 제공된 환자의 30일 생존율. 67.5%의 높은 목격자 심폐소생술(출처 Europian resgistry of caridac arrest)

 

대한민국 구급대가 가야 할 길

덴마크의 구급 시스템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한국의 구급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을 느낄 수 있으셨나요? 전 대한민국 구급대의 부족한 부분과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구급차를 증차하고 구급대원들을 지속해서 채용해 양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구급대의 질적인, 그리고 디테일한 구급 서비스의 성장은 어느 수준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정신질환자나 자살 시도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구급대가 온 도시를 헤매고 노숙자나 취약계층의 환자를 수용해주는 병원이 없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2020년 대한민국 구급 현실을 나타내주는 어두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출동 건수와 환자 이송을 바탕으로 소방조직과 구급 업무를 확장시켰다면 이젠 조금 더 시야를 넓혀 구급 업무의 외연을 넓혀야 할 때입니다. 지금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우리도 선진화된 구급 서비스를 준비해야 합니다.

 

전문적인 교육과 새로운 외부 인재의 채용, 소외된 취약계층에 대한 구급 서비스에서의 보살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덴마크 구급 시스템이 우리의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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