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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조사서에 대한 반론인가? 반대급부인가? 진정한 의견인가?- Ⅳ”

화재조사 민원부터 소송, 사실조회, 내부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1/07/20 [09:40]

“화재 현장조사서에 대한 반론인가? 반대급부인가? 진정한 의견인가?- Ⅳ”

화재조사 민원부터 소송, 사실조회, 내부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경기 김포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1/07/20 [09:40]

소송 중 1심과 2심 판결문을 살펴본다.

원고는 모 보험회사고 피고는 모 주식회사였다.

 

청구 취지인즉 “피고는 원고에게 2억2천만원 및 이에 대하여 00년 00월 00일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였다. 이런 내용은 원고의 주장이었다.

 

피고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원고와 피고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피고는 필사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면서 방어했다. 원고는 소방서 화재현장조사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반해 피고는 모 학회에 화재 현장감식을 의뢰한 ‘현장감식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이어 화재 원인이 된 멀티코드에 있던 단락 흔적을 감정한 후 ‘전기콘센트 감식보고서’를 제출했다.

 

화재 원인은 원고, 피고 모두 전기적 요인이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의견은 원고나 피고 다툼이 없었다. 다만 전기적 요인이 발생한 지점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즉 원고는 바닥에 있던 멀티코드에 잔류한 전기적 흔적, 즉 단락 흔적을 이 사건 원인으로, 피고는 모 학회 현장 감식보고서를 토대로 천장을 지나는 케이블 트레이(Cable Tray)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 주문은 다음과 같다.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러한 판결은 화재조사관이 작성한 ‘화재현장보고서’를 신뢰하지 못한 데 있다. 아니 법정 대리인이 주장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모 학회에서 제출한 ‘현장감식보고서, 전기콘센트 감식보고서’가 신뢰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일 거다.

 

인력이나 시간 그리고 학위, 자격증명 등을 보고서에 붙여 신뢰성을 더했다. 하지만 현장을 가보지도, 조사하지도 않은 화재조사관이 두 현장 보고서를 놓고 봤을 때 차이가 있었다. 목표를 정하고 현장보고서를 작성했는가? 현장을 그대로 해석해 보고서를 작성했는가? 하는 차이가 느껴졌다.

 

화재조사관으로서 자존심은 상하는 판결이지만 어쩌겠는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고 신뢰해야 한다. 필자는 이렇게 1심으로 끝나는 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상당히 흘러 기억에서 잊힐 때쯤 원고 법정 대리인이 어떻게 필자를 알았는지 사무실로 찾아와 항소했다는 내용을 알려줬다.

 

1심에서 화재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배척됐다는 사실에 의문이 많았다. 왜 화재조사관이 작성한 화재현장조사가 폄하되고 배척됐는지, 그리고 1심 전문심리위원이 결정됐다가 변경됐는지… 화재조사관으로서, 법원 전문심리위원으로서 상당히 궁금했다.

 

항소심 진행 중이라고 하기에 1심 법정 대리인을 수소문해 전문심리위원 변경 내용을 문의하기도 했다. 당시 법정 대리인도 왜 결정됐다가 변경됐는진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피고 측에서 변경 요청을 했던 게 아닐까… 미뤄 짐작해 본다.

 

원고는 1심 판결이 난 후 항소했고 2심(항소심) 판결은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1천만원 및 00년 00월 00일부터 00년 8월 20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판결문에는 기초 사실에서 든 각 증거와 증인 이종인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볼 때 ‘창고 내 설치한 4구 멀티코드에 연결된 이 사건 전원코드 배선의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는 내용을 인정했다.

 

화재조사관이 작성한 ‘화재현장보고서’가 맞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제1심 내용과 제2심의 내용이 다르면 피고는 혼란스러울 거다. 이에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1심과 2심 판결의 사실관계 확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다. 왜 제1심에서 모 학회의 ‘현장감식 보고서’를 채택하고 제2심에서 배척했는지, 왜 제1심에서 화재조사관이 작성한 ‘화재현장조사서’를 배척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또 왜 이렇게 상반된 결론이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모 학회와 법원 전문심리위원 의견이 같았기 때문에 그런 결론이 나온 거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알아보던 중 피고가 필사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피고는 이 사건 관련, 본 소송 외 다른 소송이 법원을 달리해 두 건 더 진행 중이었다. 자세하게 알아보진 않았으나 귀동냥으로 들은 건 건물주와 1건, 다른 임차인과 1건이라고 들었다.

 

어쨌든 피고는 억울해 하며 모 학회 주장이 객관적이고 2심 심리 내용이 부당하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 이유 첫 번째, 원심판결의 요지 및 부당성

원고의 청구에 대해 제1심 판결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가 이 사건 창고의 임차인인 피고가 지배, 관리하는 영역 내에 있던 이 사건 전기배선의 전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임대인인 소외 회사가 지배, 관리하는 이 사건 창고 천장에 설치된 전력선 케이블 트레이에 포설된 전기배선의 전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단된다.

 

1심 판결 내용은 천장 전기배선의 하자를 보수ㆍ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소외 회사의 의무에 속하며 피고가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증거도 없으므로 소외 회사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 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피고에게 물을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구상 청구도 이유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제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2심) 법원은 ‘항소심 판결문이 원용하는 제1심 판결문에 기재된 기초 사실에다가 앞서 든 각 증거, 제42호증의 기재(의견서 추정), 당심 증인 이종인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이 사건 창고 내 설치한 4구 멀티코드에 연결된 전원코드 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소외 회사에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인용했다.

 

피고는 “상고심 주장에서 항소심(2심) 판결은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심리미진 및 경험칙 등 채증법칙에 위반한 사실인정으로 입증책임의 법리를 왜곡되게 적용했고 그릇된 판결을 하기에 이르렀는바 이는 법률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리미진이나 경험칙 위반에 대한 내용은 사실상 설득력이 없었다. 재판부에서 심리를 미진하게 하거나 어느 한쪽의 의견을 들어 편파적으로 판결했다는 취지는 어불성설이다.

 

화재조사관의 보고서 작성이 모 학회 ‘현장감식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게 작성됐고 증인 선정이나 출석은 원고, 피고가 동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증인을 법정에 출석시키고 이 사건 내용에 관한 질의응답을 동등하게 했으며 증거를 객관적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채증법칙 위반은 없었다.

 

상고 이유 두 번째, 심리미진, 경험칙 등 채증법칙 위반에 의한 사실 오인(증인채택 및 진술의 인용에서 있어서의 채증법칙1) 위반) 증인의 부당성은 항소심 증인이었던 ‘이종인’은 이 사건 화재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아니어서 증인으로 채택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즉 항소심에서 ‘이종인’을 증인으로 채택한 부분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증인 이종인’은 자신이 경험한 객관적 사실을 진술할 수 없었고 이 사건 화재 원인을 처음 감식한 모 소방서 입장에서 대변하는 ‘이종인’은 개인적 의견을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인용해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할 증언과 감정에 관한 채증법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호에 연재한 1심과 2심 내용, 그리고 사진 등을 토대로 필자 주장에 주관적인 내용은 없었다. 독자분들이 전화로 결론이 어떻게 됐는지, 어느 학회인지, 실명을 거론하며 어느 분이 쓴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을 제시했다.

 

보고서 연재 내용을 판단했을 때 객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 필자와 연이 있기에 그렇게 얘기했을까? 아니다. 독자들은 정확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읽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제2심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소방서 입장을 묻는 말에 “답을 하면 화재조사관을 옹호하는 답변이 될 것 같아서 그 답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아마도 항소심(2심) 증인이 탄핵당한다면 제2심 판결 내용에 영향을 미처 채증법칙 위반 여부를 다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 증인은 선서와 함께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데 증인으로 출석해 화재조사관을 옹호한다고 편파적인 증언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고가 제2심에서 ‘이종인’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여 ‘이종인’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종인’은 이 사건 화재 현장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자로서 단지 화재감식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다.

 

반면 모 학회 감식보고서를 보면 초기 모 소방서 화재조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화재의 실질적인 원인을 오인한 판단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증인으로 참석해 객관적 사실만 증언했고 질의에만 답변했을 뿐 내 주관적 견해를 밝혀 발언한 사실은 없다. 피고 입장에서 살펴보면 모 학회 내용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주장은 했으나 입증하지 못했다. 피고가 불리해 지도록 증인으로 출석한 필자에게 부적합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 화재감식 보고서가 제출되고 모 소방서 화재현장조사서의 부당성이 인정돼 모 소방서는 감사받게 됐다”고 주장했으나 필자가 아는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모 학회 감식보고서가 제출된 후 그것으로 소송을 유리하게 하려고 모 소방서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방서와 소방본부, 도청 감사관실, 소방청, 신문고, 감사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민원으로 담당 화재조사관과 담당 팀장님은 정신적 고통이 무척 컸다고 토로했다. 당시 필자가 9장에 달하는 의견서를 써 담당 팀장님(고 원OO)께 전달한 사실이 있다. 그것조차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화재 현장을 전혀 방문한 사실이 없는 자가 작성한 의견서는 신뢰할 수 없고 객관적 사실을 진술하는 증인으로 채택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은 객관적이고 증인의 주장은 주관적이라는 논리다. 사실 의견서는 외부에 대외비로 전달했기에 사용 여부는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작성 당시부터 철저히 객관적으로 작성했고 왜곡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원고, 피고 모두 동의해 증인으로 소환했고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특별한 학식이 있는 자가 화재 현장을 목격하고 그 경위를 말하면서 동시에 화재 원인에 관한 전문적인 진술을 하는 경우라면 감정증인으로서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항소심 증인 ‘이종인’은 화재 현장을 목격하지도 않았고 초기 화재 현장감식을 한 모 소방서 화재조사관을 대변하는 의견서를 작성한 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화재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모 학회 감식보고서, 전기콘센트 감식보고, 모 소방서 화재현장조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감정서, 경찰청 감식보고서’ 등을 모두 세밀히 살펴보고 비교해 내용을 정리했다. 전문지식이 있고 없고를 논하며 헐뜯는 내용도 있으나 그건 상대의 주장이라 그렇다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모 학회 보고서 내용은 화재조사관이나 화재 현장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문점이 생길 정도로 부실해 보였다. 마치 겉 포장이 잘된 제품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항소심(2심) 법원이 채택한 이종인은 객관성이 담보돼야 할 증인채택에 있어 채증법칙 위반이라는 게 피고 측 주장이다.

 

재판부는 화재 현장 감식보고서에 대한 증인의 의견 진술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제1심 판결을 파기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감정에 대한 채증법칙을 위반한 거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자유심증주의와 증거채택주의 입장을 취하는 우리 사법부는 객관성을 담보하고 전문심리위원 의견, 증인의 증언 등을 고루 살펴 판단했다.

 

이 사건은 제1심에서 화재 현장에 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법원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해 진술하도록 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그런데 왜 항소심(2심) 법원에서는 전문위원 채택도, 감정인 채택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점을 제시했다.

 

제1심과 같이 법원 전문심리위원이나 법원 감정인을 통해 감정하는 객관성을 확보해야 했는데 원고가 신청한 증인을 일방적으로 소환하고 화재 현장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관계가 아니라 실제로는 감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고는 이를 그대로 원용해 판결했다는 것이다.

 

제1심 법원의 전문심리위원의 객관적인 감정 의견을 배척하고 원고 측 의견을 대변하는 자에 불과한 증인의 진술을 그대로 인용한 건 부당하다고 했다. 

 

필자가 보기엔 제1심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은 객관적이지 못했다. 자신이 쓴 석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인용한 감식보고서를 부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전기콘센트 감식보고서에서 그 논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논문 내용을 인정하는 수준으로 작성한 의견서처럼 여겨졌다.

 

제1심에서 전문심리위원 채택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모 학회 감식보고서, 전기콘센트 감식보고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이 전문심리위원이었다.

 

그러니 같은 내용의 의견을 제시했고 일맥상통한 내용으로 모 학회, 전문심리위원, 감식보고서 등이 내용을 같이하니 재판부에서는 증거로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의문점인 건 전문심리위원이 왜 변경됐냐는 거다.

 

만약 피고가 모 학회나 전문심리위원과 관계있는 사람이었다면 도울 방법을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찾아 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만일 피고와 관계없이 용역에 의한 보고서를 작성했더라면, 좀 더 알차고 세밀하게 사실을 직시해 작성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필자였다면 국가 3개 기관이 의견을 같이한 내용을 즉 발화지점을 바꾸려 하지 않고 화재 원인을 토대로 도울 방법으로 찾았을 것 같다. 이 사건 소송에 현장감식 보고서를 작성해 3개 국가기관이 감식한 내용을 변경하려는 것보단 이를 토대로 제조물 책임법을 안내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단락 흔적을 화재 원인으로 판단한 건 논리칙이나 경험칙을 위반한 증거 채택이라면서 단락 흔적의 해석에 따른 걸 오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항소심은 증인 이종인이 썼던 의견서, 즉 고 원○○ 팀장님이 써달라 요청받아 쓴 그 의견서를 지적하고 모 소방서 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견 등을 모두 부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단락 흔적 분석은 현미경으로 분석하지 않아 가정적 단락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은 국가기관의 감식기능과 감정 기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반발내용이다. 그렇게 가정적 단락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원인이 된 멀티코드에 꽂혀 있던 미상의 플러그 단락이 2차 단락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은 누가 조언했는지 모르겠으나 어불성설이다. 통상적으로 통전 되는 전선 어느 지점에 전기적 요인에 의한 단락 흔적이 남는다면 그 이후로 전기적 흔적이 남기 어렵다는 건 기초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건 현장에 확인된 전선 중 단락 흔적이 잔류해 있던 건 딱 두 개였다. 하나는 벽면 콘센트에 꽂혀 있던 3구 멀티코드 단락 흔적이고 하나는 3구 멀티코드에 꽂아 연장한 4구 멀티코드에 꽂혀 있던 미상의 플러그 단락 흔적이다.

 

그렇다면 피고가 주장하는 2차 단락은 어떻게 생겼을까도 고민해 봐야 한다. 천장 케이블 트레이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연소가 시작되고 연소 확대 과정에서 바닥의 멀티코드에서 단락이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도 같은지 묻고 싶다. 수도꼭지에 긴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뿜을 때 수도꼭지를 잠그면 호스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즉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흐르고 수도꼭지를 잠그면 물이 멈추는 간단한 논리다.

 

즉 천장 케이블 트레이에 전기적 문제가 생기면 인입 전선에 문제가 발생해 전원이 끊긴다.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벽면 콘센트에 연결한 멀티코드에 용융이 아닌 2차 단락이 발생한 거란 논리는 전혀 맞지 않는다. 전혀~

 

그럼 이렇게 되려면 어떤 경로로 형성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천장의 전기 케이블 트레이에서 화재가 먼저 발생하고 연소 과정에서 소락된 불티가 떨어져 멀티코드에 응착돼 2차 연소가 시작되면 단락 흔적이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정립하면 된다.

 

즉 천장 케이블은 이 사건 현장을 지나가긴 하나 이 사건 현장에 전원을 공급한 사실이 없고 다른 구역으로 이어져 있다. 이 사건 원인이라고 규명된 4구 멀티코드에 꽂혀 있던 단락 흔적이 발생한 전기선과 전혀 다른 전선이라는 걸 입증하면 가능성을 고려해볼 만하다. 

 

1차 단락인지, 2차 단락인지, 열 흔적인지, 맨눈으로 구별할 수 없고 현미경을 통해 구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금속 현미경을 통해 분석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 제시된 ‘전기콘센트 감식보고서’ 내용의 금속조직 분석 사진을 살펴보면 폴리싱(Polishing)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스크래치(Scratch)가 그대로 있었다. 

 

화재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소방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어느 기관에서도 화재 원인이 된 단락 흔적의 성격을 밝히기 위한 현미경 분석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제1심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진술과 항소심(2심) 증인 이종인의 진술이 상반됐다. 즉 법원 전문심리위원은 “멀티코드 전선에 생긴 단락흔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 불꽃에 의해 전선에 불이 옮겨붙어 전선의 절연 피복이 용융돼 나선 상태에서 발생한 걸 의미하고 이는 화재 원인과 관계없는 2차 단락 흔적으로 보입니다”라고 진술했다.

 

여기서 의문점이 드는 건 단락 흔적을 보고 외부 화염에 의한 흔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을까? 외부 화염에 의해 형성된 단락 흔적인지, 전기적 요인에 의한 단락 흔적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연구논문이나 학술서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이 더 개인적, 주관적 주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2심 항소심 판결은 ‘화재 층 천장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니란 근거로 증인 이종인의 증언을 원용하면서 이 사건 창고 천장에서 천장 하단 전기 케이블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소실된 이 사건 전기 케이블이 발견됐는데 모 소방서 화재조사관은 상부로부터 두껍게 쌓인 연기 층에 의해 이 사건 전기 케이블이 먼저 부분 소실되고 상대적으로 아래에 있던 전기 케이블이 불길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연소가 시작되면 발화부의 화염이 수직으로 상승해 천장 하단에 있는 전선보다 천장 가까이에 있는 전선이 더 소훼된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PVC가 전선 피복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전선이 화염에 있다고 하더라도 피복이 모두 소실되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피고는 항소심 판결이 들고 있는 사유 중

1. 두껍게 쌓인 연기 층에 의해 이 사건 전기케이블이 먼저 부분 소실되고 상대적으로 아래에 있던 전기케이블이 불길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 연소가 시작되면 발화부의 화염이 수직으로 상승해 천장 하단에 있는 전선보다 천장 가까이에 있는 전선이 더 소훼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3. PVC가 전선 피복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전선이 화염에 있다고 하더라도 피복이 모두 소실되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은 모두 위 이종인의 독단적 견해를 밝힌 것일 뿐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과학적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는 위와 같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열은 대류에 의해 상승하고 천장 면에 부딪히면 그때부터 측면과 하단으로 내려온다고 설명한 사실은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중성대를 설명할 때 한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화재감식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이종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이론은 전혀 근거가 없는 독단적인 것으로 전혀 인정될 여지가 없다.

 

제1심 법원 전문심리위원은 “멀티코드에서의 발화로 천장에 설치된 전기배선 중 특정 배선만 타들어 갈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바닥의 멀티코드에서 발화로 천장에 설치된 전기배선 중 특정 배선만 타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열역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1심 전문심리위원의 답변 내용은 논리칙이나 경험칙에 부합하는 것이고 대다수의 화재감식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식보고서를 작성한 분들도, 제1심 전문심리위원도 필자보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았다. 전문가라고 하는 부분도 사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제1심 전문심리위원의 답변은 석사학위 논문을 인용해 그대로 쓰였다. 마치 원인을 껴맞추려 하는 듯해 보였다. 화재감식에 참석한 인원, 즉 화재감식 보고서에 성명이 명시된 분들은 화재 현장감식 경험이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화재 현장경험이 전혀 없는 분의 성함이 보이기도 했다.

 

필자의 생각은 화재조사에 있어 전문가나 배테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장을 탐구하고 연구해 결론을 얻는 자세로 늘 학습해야 하고 현장은 현장 그대로 봐야지 사심을 갖고 본다면 그건 그릇된 논리나 원인으로 결론짓기 마련이다. 이런 그릇된 논리나 원인은 오류가 많고 간단한 명제로도 깨진다.

 

모 학회 보고서에서 절연 피복이 벗겨진 케이블이 금속 본연의 광택을 유지한 건 전기적 발열이 있었다고 확인시켜준 거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 학회에서는 이 사건 전기 케이블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니 금속 본연의 광택을 갖고 있어 이는 전기적인 과열로 인해 피복이 용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인 이종인은 이와 반대로 전선은 수열을 받으면 그게 전기적 요인이든, 외부 수열에 의한 요인이든 변색하기 쉽고 원색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리 성분으로 된 전선은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 변색하기 쉽다는 일반적인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을 뿐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서 전선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금속 본연의 광택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엔 전기적 발열 현상이 있다고 인정되는 건지 여부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이 원용하고 있는 이종인의 진술 내용은 전선에서 전기적 발열 현상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사항임에도 이를 근거로 금속 본연의 색채를 유지한 피복이 벗겨진 전선에서 전기적 발열 현상이 없었다고 인정한 건 증거의 채택이나 판단에 있어 논리칙이나 경험칙을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잘못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금속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과부하에 의한 전기적 발열을 주장했다. 과부하에 의한 발열이라면 전선에 열이 발생하고 금속 본연의 색이 수열에 의해 변색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금속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 내용은 석연치 않다.

 

전선은 발열 현상이 있으면 온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변색하고 그 온도가 미미하다면 구리 본연의 색깔을 갖는다. 이러한 현상으로 발열 현상을 주장하는 건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백화현상과 관련한 주장도 했는데 설득력이 부족하다. 항소심에서 피고는 모 학회가 주장한 백화현상과 관련해 이 사건 전기 케이블 트레이에서 백화현상이 발견됐고 이는 고온 수열에 의한 거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 의견은 달랐다.

 

이 사건 전기 케이블 트레이 일부만 백색으로 보이는 건 진압을 위한 주수(注水)로 변색했을 가능성도 존재하며 모 소방서 화재조사관이 촬영한 증거 사진과 비교해볼 때 카메라 플래시로 인해 백색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같은 장소를 촬영했음에도 한쪽은 백색에 가깝게, 한쪽은 회색에 가깝게 촬영된 거라면 플래시 불빛에 의한 왜곡 현상이 맞다. 여기서 백화현상이 철재에도 나타나는지는 의문스럽다. 백화현상은 어떤 가연물이 타서 더는 연소되지 않을 때 하얗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또 다른 견해는 어떤 가연물이 완전하게 소실돼 깨끗하게 타고 남은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케이블 트레이’에서 백화현상이라…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이다.

 

항소심 판결은 옥상 변전실에 큰 연소흔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해 ‘화재 현장 천장에서 발견된 피복이 벗겨진 전기 케이블이 발화 원인이라면 위 전기 케이블에 연결된 옥상 변전실이 먼저 소실돼야 한다’는 위 이종인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해 옥상 변전실에서는 큰 연소흔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위 전기 케이블이 화재의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이는 증거 채택이나 판단에 있어서 논리칙과 경험칙에 위반된 명백한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기 케이블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전기 케이블에 전기적 흔적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또 인입 전선이 단선되면 말단에서 단락이 발생할 수 없다. 이러한 논리가 성립돼야 비로소 객관성이 확보된다.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논리를 정립할 수 없다.

 

그건 직책이나 학위 자격증 따위로 대신할 수 없고 과학적이거나 논리적, 객관적이어야 한다. 옥상 변전설비 차단기가 트립된 형상이 있는 것만으로 전기 케이블에서 발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단락 위치나 트립, 연소 패턴 등이 일치해야 비로소 전기적 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

 

전기적 요인이라면 전기는 대부분 현장에서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관찰된 지점이라면 인입 측인지, 부하 측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말단 부하 측에서 발견된 단락 흔적이라면 최초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가 필요하다.

 

전기선 연결에서 접촉저항이 증가하면 부하 측 전류의 크기에 따라 발열하게 된다. 부하 측 전류가 클수록 저항값이 작고 전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 발열 온도는 더욱 높아진다.

 

발열 초기에는 발열 온도가 낮아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하 측 전류의 증가나 열방산 조건 미비 등으로 발열 온도가 증가하게 된다.

 

“온도가 증가하면 산하 피막이 형성돼 접촉저항은 더욱 증가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발열 온도는 증가해 전선 피복을 발화시키거나 전선의 용융물이 형성되면서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발화하게 된다”

 

접촉저항이 증가하면 온도가 상승하고 온도가 상승하면 발열 온도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런데 인용을 이상하게 해서 마치 온도가 상승하면 접촉저항이 증가하는 것처럼 주장했다. 접촉저항은 전선의 이음 부분, 즉 전선 이음이나 터미널, 하우징 같은 지점에서 주로 발생한다.

 

“위 이종인은 중앙소방학교 교재에 설명된 사항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의견을 임의로 진술한 것인데 항소심 판결은 아무런 비판도 없이 단순히 위 이종인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한 다른 부분을 살펴보면 발화 층 내부에서 단락 흔적이 발생했음에도 발화 층에 공급되는 전기를 통제하는 누전차단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누전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은 건 당시 발화 층은 통전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걸 추정케 하며 발견된 단락흔의 성격은 전기적 발열에 의한 단락흔이 아니라 화재 열에 의해 용융된 ‘열흔’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전차단기가 작동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다. 다만 부하 말단에서 발견된 단락 흔적이 통전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단기를 촬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화재조사관이 현장 분전반을 촬영했는지 아니면 필요치 않아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피고 측 의견으로 이런 내용은 얼마든지 반론이 가능하고 화재조사관의 조사 내용을 일부 탄핵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화재발생종합보고서 전반에 걸쳐 입증한 내용을 모두 논리칙 위반이라 한 건 어불성설이다.

 

항소심 판결은 ‘화재 층 누전차단기가 작동되지 않은 사실’로부터 단락흔이 열 흔적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은 도외시하고 ‘옥상 변전실에서 연소흔이 발견되지 않는 사실’은 중앙소방학교 교재 내용을 통해 그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된다.

 

그런데도 단락흔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전기 케이블을 화재 원인에서 배제했는데 이는 전혀 논리칙이나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화재 현장의 하방 연소 흔적과 관련해서는 ‘종이상자가 쌓여 면과 면이 맞닿는 부분은 소염 구간이 형성돼 미연소로 남아 있을 수 있고 대류 열로 상부에서 압력이 발생하면 하부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부에 그을린 형태가 잔류한다’는 이종인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해 화재의 하방 연소를 부인하고 있으나 이는 증거의 채택이나 판단에 있어 논리칙과 경험칙을 위반한 지극히 잘못됐다는 주장도 했다.

 

이종인은 ‘대류에 의해 상승한 열에 의해 상부에서 압력이 발생하면 하부로 진행 과정에서 상부에 그을린 형태가 잔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는 화재 현장의 천장이 석고보드로 차단돼 있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주장은 석고보드가 있어 하단에서 불길이 시작되면 석고보드에 막혀 천장으로 연소 확대는 없다고 주장하는 거다. 그렇다면 반대로 천장에서 발화한 불길이 석고보드에 막혀 있는데 하단으로 소락됐을까?

 

이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화재가 발생해 하단에 가연물이 많기에 연소가 확대되면서 하소(煆燒) 현상에 의해 석고보드가 소락되고 반자가 개방돼 연소 확대됐을 거로 판단된다.

 

스티로폼이 늘어진 형태가 드롭다운(Drop Down)의 근거라고 설명한 게 아니라 스티로폼이 녹아내리면서 천장 전체로 연소 확대하는 원인이 됐고 천장 전체로 확대된 연소로 인해 천장 전체가 드롭다운(Drop Down) 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내용도 필자와는 다소 견해차가 있었다. 천장 전기 케이블 트레이에서 발화해 하단으로 소락한 화재라면 드롭다운이 아니라 연소 과정에서 소락한 화재고 바닥에서 발화했다면 수직으로 상승한 연소 현상에 의해 연소 확대한 화재로 해석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견해차는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론 지어진 내용에 대해 보편타당한 진실 주장이 아니라 단순한 견해를 주장하는 건 피해 당사자의 피해를 가중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화재건물의 임차인인 피고가 ‘화재의 원인이 된 화재 층 천장의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피고는 입증책임에 대한 법리 위반 주장도 펼쳤다.

 

항소심 판결은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입증사항을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으로 전가하는 잘못을 범했다는 게 골자다.

 

피고는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된 화재 층에서 발견된 하자’를 전혀 알지 못했고 원고는 이에 반하는 사항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어야 함에도 입증책임의 법리를 전가해 원고의 항소를 인용하는 판결을 했는데 이는 법률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상황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파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상의 사유로 항소심 판결은 법률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상황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파기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결국 화재 원인은 천장 전기 케이블 트레이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이고 이런 하자는 임차인인 피고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제2심 재판부에서 발화지점을 벽면에서 꽂혀 연장한 멀티코드 3구와 4구에서 발생한 단락 흔적이 있는 곳으로 판단함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증인채택은 이 사건의 화재 현장 조사도 안 한 사람이 현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증인으로 출석해 민원도 받고, 청문 감사도 받았다. 법원에서 발송한 소환장에 따라 법원에 출석한 게 잘못된 건가?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재판이 있던 날은 야간근무였고 주간에 출장을 갔다가 야간근무를 했는데 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 내용은 당시 4년 전 강의한 내용, 무슨 이유로 법원에 출장했는지, 왜 보험회사 편을 드는지, 보험회사와 결탁한 건 아닌지, 권한 없는 불법 사적 화재조사 행위가 있는 건 아닌지 등등 민원인 회사가 제출한 자료 입수 경위 등 내용에 대한 경위서도 제출했다. 이 사건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화재조사관이 아무리 현장 조사를 정확하고 신중하게 해도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로 인해 손해 보는 사람이나 시달리는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우리 화재조사관이 신중히 처리하고 또 신중을 기해도 이익을 바라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에 피해 보는 사람이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 발생은 필연이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멀티코드 이상에 의한 화재였다면 멀티코드 혹은 멀티코드에 꽂혀 있던 플러그가 어느 제품인지, 제조사가 생산물 책임보험에 가입했는지를 알아보고 제조물 책임법 적용 여부를 알아봤다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가중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대법원 상고 이후 기다리던 중 다른 지방법원에서도 이 화재 사건으로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얘기를 다시 한번 들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는 거였다.

 

이에 같은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토록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는 게 대법원 결론이다.

 

사건 종결에 따라 화재조사관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화재현장조사서의 내용이 제1심에서는 배척되고 제2심에서는 인용됐다. 화재현장조사서를 정확하게 작성했고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화재조사관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있다.

 

반면 피고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1심에서 모 학회의 감식보고서를 인용해 승소했는데 제2심에서 화재 현장과 전혀 관계없는 이종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을 적시했고 이게 인용돼 원심인 제1심이 반전됐다는 걸 무엇보다 인정하기 어려웠을 거다.

 

피고를 생각한다면 마음은 답답하고 한없이 아프지만 반면 정도(正道)를 걸었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사건이었다.

 


1) 채증법칙: 재판은 양측 당사자의 증거자료를 잘 검토해 사실을 확정한다. 여기에 법규를 해석ㆍ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작업으로 증거 없이는 유리한 판단을 끌어내지 못한다.

 

경기 김포소방서_ 이종인 : allway@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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