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입에 ‘착’ 달라붙는 멘트가 있다.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의 이태영입니다. 먼저 한 주간 발생한 사건사고 통계입니다”
하긴 5년 동안 매주 쉬지 않고 했으니 잊으려야 잊을 수 있을까 싶다. 15년 차 소방관인 내게 지난했던 그 시절이 가장 그리운 이유는 뭘까? 어쩌면 고통의 깊이만큼 행복은 더 컸는지 모른다.
2015년 소방본부에 첫발을 내딛게 될 때 케이블 TV를 통해 소방뉴스가 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뉴스는 종료됐다.
“방송국 사정상 부득이하게…”
준비 없이 맞이한 폐지 통보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사라진 것이다.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소방뉴스를 제작하면 될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못했고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카메라나 마이크, 편집 소프트웨어조차도 없는 그야말로 Zero의 상태라는 점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 이제 우리 힘으로 자체 제작을 해보자”
함께 근무한 선배에게 내년도에 딱 1천만원 예산만 세워주면 혼자서 소방뉴스를 만들어 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어느 순간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 캐비닛을 가득 채웠다. 이제 시작만 하면 되는데 앞이 깜깜했다. 내뱉은 말은 있는데 캐비닛 속 카메라를 바라볼 때마다 깜짝 놀랐다.
그렇게 뭉그적거리다 첫 번째 ‘광주소방 뉴스브리핑’ 영상을 만들고 팀원들이 다 모인 사무실 한편에서 작은 시연회를 열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첫 번째 영상이지만 그땐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며 영혼을 갈아 만든 영상이었다.
4분 분량의 짧은 시연회가 끝날 때쯤 박수가 터져 나왔고 “잘했다”, “고생했다”고 격려해 준 팀장님과 과장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쩌면 그때 그 격려가 5년 동안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을 진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아니었나 싶다.
“태영이, 이거 우리한테만 보여줄 게 아니고 지금 본부장님한테 가서 보여드려” “네? 본부장께요? 이게 뭐 보고할 사항까지는…” “자네가 고생해서 만든 건데… 그리고 이건 본부장이 꼭 알아야 할 보고사항이네”
그렇게 영상으로 본부장 보고를 마치자 본부장께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네 혼자 만들 생각을 했다니 대단하군. 앞으로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을 매주 간부회의가 있을 때마다 틀도록 하게”
그렇게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은 매주 간부회의 때마다 광주소방 수뇌부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상영됐다. 영상은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 더 발전해 나갔고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라고 했던가? 유튜브와 SNS 채널을 통해 업로드하며 한 주간의 광주소방을 알렸다. 그리고 어느 날 케이블 TV에서는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을 송출시켜 주겠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매주 지역 케이블 TV 2곳에 송출되기까지 했다.
아마 방송 폐지 통보를 받았을 때 아쉬워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면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은 영영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 한편으로 팀원의 사기를 북돋아 준 팀장부터 과장, 본부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일지도 모른다.
2년이 지난 지금, 광주소방 뉴스브리핑은 새로운 후임자가 한 달에 한 번 제작하고 있다. 새로운 얼굴과 모습으로 더 멋진 브리핑이 되고 영원하길 바라본다.
<광주소방학교 이태영 소방위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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