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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시한폭탄 배터리들… “터지기 전 ‘이 소리’ 들리면 즉시 피해야”

국립소방연구원-부산소방, 충청소방학교서 생활 속 배터리 화재 위험성 실험
개방 공간보다 서랍 등 밀폐 공간 화재 시 더 위험… “진압보단 빠른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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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5/08/26 [13:50]

생활 속 시한폭탄 배터리들… “터지기 전 ‘이 소리’ 들리면 즉시 피해야”

국립소방연구원-부산소방, 충청소방학교서 생활 속 배터리 화재 위험성 실험
개방 공간보다 서랍 등 밀폐 공간 화재 시 더 위험… “진압보단 빠른 대피”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5/08/26 [13:50]

▲ 배터리 열폭주 모습  © 최누리 기자

 

[FPN 최누리 기자] = “피유우웅~”, “펑!”

 

야외의 한 컨테이너. 배터리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화염이 솟구치고 유독가스가 내부를 가득 메웠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배터리가 순식간에 시한폭탄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지난 13일 충청소방학교에서 국립소방연구원과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진행한 생활 속 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됐다. 보조배터리부터 마사지건, 무선청소기, 전동휠 등 용량ㆍ형태가 다른 10여 종의 다양한 배터리가 실험체로 등장했다. 이 시험은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날 실험에선 두 가지 상황이 재현됐다. 먼저 가로 3, 세로 6m 크기 컨테이너 속 개방된 환경에서 열패드를 설치한 뒤 그 위에 배터리를 올려 열폭주를 유도했다.

 

두 번째 실험에선 가로ㆍ세로ㆍ높이 90㎝ 크기의 투명 박스 형태 공간을 만들어 배터리를 그 속에 넣고 열패드를 통해 화재를 일으켰다. 통상적으로 개방된 주거 공간과 ‘서랍 속 충전’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 서랍처럼 밀폐된 공간을 가정한 실험에서 무선청소기 배터리가 폭발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두 실험에선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개방 공간에서 진행된 무선청소기 배터리(3천mAh)에 열을 가하고 2분 11초가 지나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주변이 연기로 가득 찼다. 이후 8분 10초부터 9분 17초, 9분 53초, 10분 4초까지 네 차례 연속적으로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뿜어냈다.

 

서랍처럼 밀폐된 공간을 가정한 실험에선 더욱 위험한 현상이 나타났다. 2분 2초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5분 58초쯤엔 화염이 솟구치며 4분이 넘도록 ‘펑, 펑’ 소리와 함께 여섯 차례 연달아 폭발을 일으켰다. 열과 가스를 가두게 되는 밀폐 공간 속 배터리 화재가 더욱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4만mAh 파우치 배터리에서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배터리 용량이 증가할수록 폭발력이 컸다. 박스에서 진행된 1만mAh 보조배터리 실험에선 4분 5초에 착화한 이후 점차 불길이 줄어들었다. 반면 2만mAh 보조배터리의 경우 측면으로 화염이 분출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이 폭발력으로 카메라가 요동치기도 했다. 4만mAh 파우치 배터리는 4분 40초쯤 착화한 이후 점점 타오르더니 이후 두 차례 더 시뻘건 화염을 뿜어냈다. 

 

실험을 주도한 국립소방연구원은 배터리 열폭주 전 내뿜는 오프가스가 피난 골든타임의 기준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화재원인분석팀장은 “오프가스 방출 시 ‘피유우웅’ 같은 소리가 난다”며 “이때 즉시 피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김 팀장은 “원통형 배터리는 열폭주 시 (파편이) 사방으로 튀기 때문에 용량을 떠나 위험하다”면서 “성인조차 대응이 어려워 불을 끄기보단 재빨리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층에서 배터리 발화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신고자는 ‘펑’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 방에서 충전 중이던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걸 보고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이 꺼지지 않으면서 연기는 순식간에 단지 전체로 번졌다. 

 

이달 17일엔 서울 마포구의 18층 규모 아파트 14층에서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2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숨지고 아버지를 포함한 주민 16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소방과 경찰 등은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를 발화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달 13일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1층의 한 세대에서도 배터리 화재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졌다. 당시 화재는 전기오토바이 분리형 배터리의 충전 중 폭발음과 함께 시작한 것으로 소방은 추정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5년간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총 678건에 달한다. 2020년 98건이던 사고는 2021년 106, 2022년 178, 2023년 17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117건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관련 화재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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