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는 산의 고장이다. 설악산의 웅장한 능선에서부터 방태산의 깊은 숲, 대암산의 청량한 바람에 이르기까지 인제의 자연은 계절마다 새로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수많은 등산객이 인제를 찾고 그 발걸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산 속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언제나 행복한 결말을 맺는 건 아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산에서의 사고가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나는지 수도 없이 봐왔다. 잠깐의 방심, 작은 준비 부족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 길을 잃는 순간 산은 낯선 미로가 되고, 발을 헛디디는 순간 평화롭던 풍경은 위급한 현장이 된다. 구조대가 출동해도 험준한 지형과 긴 이동 시간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 이게 인제 산악사고의 가장 큰 특성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소방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가장 중요한 구조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산행 전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기상 상황을 확인하며, 최소한의 안전 장비를 준비하는 일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다. 충분한 식수, 휴대용 충전기, 손전등, 비상약품은 산에서의 ‘생명줄’이다. ‘혹시’를 무시하면 불안이 되고 ‘혹시’를 준비하면 든든함이 된다.
특히 산행 전에는 119안전신고 앱이나 ‘국가지점번호’를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익혀 두길 권한다. 사고 상황에서 구조대가 위치를 신속히 파악해 골든타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인제소방서는 다양한 산악구조 장비와 전문인력을 갖추고 365일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드론, 구조용 로프, 시스템 들것 등을 활용해 신속한 구조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구조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래서 늘 강조한다. ‘예방이 곧 최고의 구조’라는 것이다. 소방의 역할은 사고를 줄이는 것이지 단순히 사고 뒤에 뛰어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쉼을 주고, 도전을 주며, 삶을 넓혀 준다. 그러나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은 산행은 결코 추억이 될 수 없다. 산을 오를 때는 안전을 짐처럼 여기지 말고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준비된 산행이야말로 산과 인간이 오래도록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다.
인제의 자연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자랑이다. 그러나 안전이 전제되지 않은 자연 체험은 즐거움이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산을 찾는 모든 사람이 철저한 준비와 안전수칙 준수로 산에서의 추억을 온전히 즐거움으로만 남기길 바란다. 소방서는 옆에서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안전하게 산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조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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