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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산불 위험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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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이강렬 | 기사입력 2021/05/20 [10:00]

호주의 산불 위험 관리

소방청 이강렬 | 입력 : 2021/05/20 [10:00]

호주는 광활한 대륙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관광 국가지만 산불이나 홍수, 태풍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방대해 재난 피해도 심각하다. 2019년 11월 여름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그 당시 필자는 호주에서 국외훈련 기간1) 중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당시 수집한 재난위험관리(Disaster Hazard Management) 자료와 산불 관련 뉴스 등을 포함해 산불 재난위험관리 중 주목할 만한 세 가지 주제인 화재 위험 등급과 항공 산불 진압, 처방화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화재 위험 등급(Fire Danger Rate) 

호주 정부는 2009년 Black Saturday 산불로 173명이 사망하자 발생 원인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한 후 여러 가지 개선점을 발굴했다. 그중 하나가 화재 경고 시스템의 고도화다. 기존의 화재 경고 시스템의 등급을 3단계에서 6단계로 자세히 분류하고 단계별 국민행동요령을 명확히 정의했다.

 

산불 시즌이 다가오거나 산불이 발생할 경우 각 지역에 적용되는 화재 위험 등급을 매일 뉴스와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내 지역의 산불 위험 정보를 쉽게 습득하고 좀 더 일찍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필자도 2019/20년 산불 당시 ABC 뉴스 보도를 통해 산불 확산 상황과 기상 정보를 매일 얻을 수 있었다. 산불 관련 정보의 실시간 습득은 산불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 [그림 1] 화재 위험 등급 표시판(출처 Yasstribune)

 

화재 위험 등급은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을 설명하는 산술적 지표다. 해당 지역의 온도와 습도, 바람, 건조 같은 기상예보 자료를 기초로 산출한다. 화재 위험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위험한 조건을 나타낸다. 

 

화재 위험 등급은 주(State)2)내에서 지역마다 각각 다를 수 있다. 화재 위험 등급을 통해 잠재적인 화재 위험을 알고 있는 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아주 중요하다. 여행객의 경우 주변 지역 정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소방청 관계자는 “모든 시민은 본인과 가족을 위해 산불을 대비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면서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산불이 발생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디로 이동할지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산불이 발생할 경우 소방당국 홈페이지나 화재 경고 애플리케이션, 지역 라디오 방송을 통해 최신 산불 정보를 얻는 것도 필수적인 사항이다”고 강조한다.

 

참고로 화재 위험 등급은 화재 위험 지수(Fire Danger Index) 데이터를 주로 활용해 결정된다. 화재 위험 지수는 크게 산불(Forest) 화재 위험 지수와 잔디(Grass) 화재 위험 지수로 나뉜다.

 

6단계의 화재 위험 등급과 달리 화재 위험 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표시된다. 보통 화재 위험 지수가 50이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며 75에 이르면 조건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화재 위험 지수는 다른 시스템과 통합돼 조기 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는 데도 활용된다. 빅토리아(VIC) 정부는 기존의 산불예측시스템과 지리정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장지휘관은 산불과 관련된 가장 위험한 지역사회를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주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위험경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과거 몇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10분 이내로 단축시켰고 산불 발생 시 시민의 대피를 신속하게 만들어 인명피해를 상당히 감소시켰다.

 

항공 산불 진압(Aerial Firefighting)

호주는 광활한 대륙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항공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본래 농업에 사용되는 소형항공기를 원거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진압을 위해 사용한 게 항공 산불 진압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현재는 소형항공기와 헬리콥터뿐 아니라 고정익 항공기를 포함해 약 160대를 운영하고 있다. 산불 발생 시기가 반대인 북반구의 미국, 캐나다 대형 항공기를 임차해 활용하는 등 다양한 항공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 [그림 2] 항공 산불 진압(출처 ABC news)

 

기상 변화로 인해 산불이 점점 대형화되고 산불 발생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대형 항공기 추가 도입 등 항공 산불 진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산불 진압에 대한 책임이 있는 주ㆍ준주 정부는 항공기로 산불 진압과 기타 화재 관리 활동을 지원한다.

 

항공기는 적절한 경험과 자격을 갖춘 상용 항공기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된다. 소방과 토지관리 관련 정부 기관은 주ㆍ준주 사이의 경제적인 항공자원 활용을 위한 산불대응 지원시스템의 협력과 공유를 통해 산불 진압 역량 향상,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항공자원과 같은 고가의 고도로 전문화된 자원의 경우 특히나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임무는 국립소방항공센터(NAFC)3)가 담당하고 있다. NAFC는 산불 진압을 위한 소방항공자원을 제공해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적인 대비를 제공한다.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주ㆍ준주 정부와 호주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또 호주 전역의 비상 서비스와 토지관리 기관 간 소방항공자원 공유를 보장하고 소방항공에 필요한 작전 절차와 시스템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항공 산불 진압 특성상 항공기 종류와 소화약제 특성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산불 진압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전한 작전 절차를 위한 연구ㆍ개발, 관계 기관과의 정보 교류, 공동 연구, 현장 적응 시험 등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 [그림 3] 항공 산불 진압 현장연구(출처 AFAC)

 

소방항공 작전의 임무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 물, 폼, 소화 약제 살포(Firebombing)

- 원거리 산불 지역 소방관 긴급 이송

- 화재 감지, 정찰, 지도 작성

- 지휘, 통신, 통제

- 소방관ㆍ장비 운송

- 맞불이나 처방화입을 위한 항공 발화

 

다양한 크기의 고정익ㆍ회전익 항공기가 산불 진압 작전에 사용되는 데 항공기 선택은 구체적인 작업 내용에 대한 적합성과 비용에 따라 좌우된다. 대형 헬리콥터는 화재진압이나 소방관 수송에 가장 자주 사용되고 소형 헬리콥터는 지휘나 통제, 지도작성, 항공 발화에 주로 사용된다. 산불 진압에 사용되는 고정익 항공기는 농업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공기를 개조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항공기는 단발 엔진을 갖춘 소방항공기로 활주로 길이가 짧은 농업용 활주로가 많은 호주의 경제ㆍ지형적 특성에 적합하다. 근래엔 산불 규모가 커짐에 따라 3만5천ℓ를 적재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도 산불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처방화입(Prescribed Burning)

▲ [그림 4] 처방화입 현장(출처 www.afac.com.au)

 

미국, 호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림 4]와 같이 소방관이 작은 기름통을 들고 산이나 들에 불을 붙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필자도 국외훈련 가기 전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처방화입(Prescribed burning)이라는 정책으로 산불의 원료가 되는 나무나 풀을 미리 제거하는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처방화입은 특정 지역 토지 위에 존재하는 과다한 쓰레기와 연료 위험물을 계획ㆍ의도적으로 연소하는 작업이다.

 

위험 감소 연소(hazard reduction burning) 또는 제어 연소(controlled burning)라고도 불리며 산불 발생 이후 시행하는 맞불(backburning)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고온 건조한 기상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형산불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 호주에서 처방화입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처방화입은 전통적으로 다양한 자연환경 개발을 위해 인류가 사용해 왔다. 약 6만5천년 전 호주에 인간이 처음으로 발을 들였을 때 거주지를 마련하고 사냥을 위해 자연환경을 불태운 후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전개됐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에 걸친 초기 유럽 이주민 정착지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 예술적 기록을 살펴보면 제한적이나마 에버리진4)의 불태우기 행동과 당시의 자연식생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원주민의 화재 활용의 문화적ㆍ생태학적 중요성에 대한 현재 관심은 대부분 Rhys Jones가 1969년 제출한 논문 ‘Fire-stick farming’을 통해 시작됐다.

 

Jones는 당시 호주의 자연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그 당대 사람들의 시각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현대 호주는 화재 관련 활동을 통해 현재의 자연환경으로 변화한 것으로 단정했다.

 

이 이론은 이후 연료 부하 관리를 위해 처방화입의 중요성, 즉 광범위한 자연환경 불 지르기 행위를 ‘지역을 깨끗이 정리하기’라는 국가 의무로 받아들여졌다.

 

근대 사회 이후 호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진행된 처방화입 활용은 다음과 같다. 식민지 초기 처방화입은 주로 유럽에서 온 이민자가 개별적으로 농업이나 목축을 위한 토지를 개간하기 위해 시행했다.

 

이후 1900년대 초 자연 산림 지역을 가꾸고, 보호하고, 확실히 하기 위해 산림 관련 정부 기관에서 진행했다. 1960년대 초까지 산불 관리 정책의 주요 목표는 체계적인 화재 방지를 통한 화재 제거 시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처음부터 적어도 일선 화재 통제 실무자들은 방화선 구축과 구획 사이의 좁은 산길 연소를 포함한 방화 관리를 함께 진행하고 더 나아가 산림 표면 연료 부하를 줄이기 위한 제어 연소(처방화입의 초기형태)를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게 된다.

 

1961년 발생한 대형산불은 공중점화기술을 포함한 대규모 연료감소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선구적인 화재 성상 연구의 기반이 됐다. 그 이후로 영향력 있는 연구 개발이 이뤄져 처방화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발전했고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Leonard Stretton 판사가 보고한 1939년 Black Friday 산불에 대한 왕립위원회 보고서는 산불 위험 관리에 대한 개혁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신중하면서도 신랄한 이 보고서는 연료 절감 연소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이슈화시켰다. 그 여파로 모든 호주 관할권에서 새로운 산불 법률을 공포하고 의용소방대 조직을 확대했다. 

 

1960~1961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 산불 시즌에 관해 Geoffrey Rodger가 작성한 왕립위원회 산불 보고서는 화재 강도와 산림 피해를 줄이고 소방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기적인 연료 절감 연소 작업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화재 방지를 보장하기 위해 처방화입 작업을 개선하고 처방화입의 확산을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표 1] 뉴사우스웨일스(NSW) 처방화입 처리 면적(10년 단위)(출처 ABC news)


처방화입의 효과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 남서부 산림지역을 조사한 결과 매년 실시한 처방화입의 규모와 산불 발생 피해 사이에는 강한 부(-)의 상관관계5)가 확인됐다.

 

산림 연료감소를 위한 처방화입은 처리 이후 최대 6년 동안 산불의 규모와 발생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표 1]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에서 실행된 처방화입 처리 면적으로 1970년 이후 처방화입 처리 면적이 급증한 걸 알 수 있다.

 

산불진압은 소방과 산림, 경찰,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협력이 필수다. 또 위 세 가지 주제를 포함한 산불위험관리 관련 정책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돼야 산불 현장에서의 새로운 전략 전술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개발 활동이 연계돼야 대형산불 재난으로부터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다. 

 

 


1) Master of Disaster Resilience and Sustainable Development, The University of Newcastle in Australia.

2) 정확하게 호주는 6개의 주(State)와 2개의 준주(Territory)가 있다. 6개 주는 뉴사우스웨일스(NSW)와 퀸즐랜드(QLD),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 태즈메이니아(TAS), 빅토리아(VIC),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다. 2개의 준주는 수도 준주(ACT), 노던 준주(NT)가 있다. 준주는 주(State)와 달리 자체 법을 제정하지 않고 연방 정부에 의존해 법을 제정하고 승인한다. 또 다른 주의 요구를 받지 않으며 호주 의회가 직접 통제한다. 

3) NAFC : National Aerial Firefighting Centre

4) 에버리진(Aboriginal) : 유럽인의 호주 이주 이전부터 호주 대륙에 살았던 최초의 종족을 말한다. 2016년 기준 총인구는 약 80만 명으로 호주 전체 인구의 약 3.3%에 해당한다. 이들은 약 4만~7만 년 전 처음 호주 대륙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5) 처방화입 처리면적이 넓을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감소(-)하고 처방화입 처리면적이 작을수록(-)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증가(+)한다.

 

참고문헌

1. ABC news(2009.9.14.) ‘Code red’: bushfire warning system overhauled

2. ABC news(2019.11.15.) Are bigger water bombers the answer to Australia’s bushfire woes?

3. ABC news(2020.1.22.). Has NSW seen more than twice the amount of prescribed burning in national parks this decade compared with the last? 

4. www.rfs.nsw.gov.au/fire-information/fdr-and-tobans?a=1421

5. www.bom.gov.au/weather-services/fire-weather-centre/fire-weather-services/index.shtml

6. www.bushfirecrc.com/news/media-release/early-warning-system

7. www.nafc.org.au

8. Russell-Smith, J., McCaw, L., &Leavesley, A. (2020). Adaptive prescribed burning in Australia for the early 21st Century–context, status, challenges. International journal of wildland fire, 29(5), 305-313.

9. Australasian Fire and Emergency Services Authorities Council (2016) National Position on Prescribed Burning (AFAC Publication No. 2036). East Melbourne, Vic: Australia. AFAC Ltd


 

 

소방청_ 이강렬 : leekyi@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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