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또다시 산불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기사입력 2021/12/20 [10:00]

또다시 산불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 황정석 | 입력 : 2021/12/20 [10:00]

2019년 호주산불로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1860만㏊와 건물 5700여 채가 소실됐다. 세계최강의 산불대응력을 갖춘 미국은 물론 러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가 매년 반복되는 재난성 대형산불로 몸살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산불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으며 인간의 능력으로 전쟁은 막을 수 있지만 산불은 막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산불이 무서운 이유는 산불은 불가항력적인 기후의 영향을 받아 확산범위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상치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산불은 특정 지역에서 2~5년 주기로 발생했다. 그런데 2015년 이후 지역 구분 없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계 당국은 분주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 [표 1] 최근 10년간 산림피해면적 50㏊ 이상 중ㆍ대형산불 발생 현황

 

그런데 2021년 3월 이후 잦은 강우로 산불발생량이 줄어들고 코로나19 팬데믹에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면서 산불은 한순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물론 작금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산불보다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산불역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산불을 회피하려고 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늘 산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가 또다시 시즌이 다가오면 호들갑을 떨며 홍보에만 집중해 왔다. 

 

산불관리기관은 실질적인 대책보단 올해 같은 연운(年運)이 지속되길 원할 거다. 하지만 기후는 늘 변화무쌍하다. 만약 2022년 봄 가뭄으로 인해 또다시 재난성 대형산불이 발생한다면 산불 이슈가 세월호 사건과 맞먹을 수도 있다.

 

이유인즉 내년 3월 9일 산불 최고 위험시기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13~18대 대통령선거는 12월 중순이었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선거일이 3월 9일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탄핵당한 18대 대통령 취임 13일째 되던 2013년 3월 9일 우리나라 산불역사에 있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포항산불이다.

 

당시 산불이 산림 반대편 도심을 가로질러 확산되면서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주무관청은 전국 동시다발적인 대형산불에 갈팡질팡했고 이원화된 지휘체계는 혼란만 가중했다. 형식적인 산불대응체계의 총체적인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이후 산림청은 국민적 공분에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 [그림 1] 2013년 3월 9일 포항산불 확산 모식도

 

그로부터 4년 후인 2017년 5월 6일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강릉과 삼척, 상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당시 강릉산불은 2013년 포항산불을 재현하는 듯했다. 확산 방향도, 피해사례도 유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대응력에서는 4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리더쉽은 커녕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무관청 책임자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관련 정보는 부실했으며 기관별 정보공유도 인색했다.

 

산불은 산림청, 시설물 화재는 소방청이 감당하긴 했으나 산불은 종합적인 상황판단이 필요한 복합재난임을 간과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가 현장에서 주민들 하소연을 듣고서야 우리나라 산불관리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이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산불정책이 최우선과제로 다뤄졌다.

 

당시 대통령은 산불정책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엿보여 위기가 기회가 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관계기관별 실무협의 과정에서 조직 이기주의와 기관별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되고 몇 개월간 질질 끌다가 또다시 원점이 되고 말았다.

 

2년 후 2019년 4월 4일에는 인제와 고성, 강릉에서 원시적인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불과 2~4시간 만에 직선거리 약 8㎞ 가까이 확산되면서 3천여㏊가 불바다가 됐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주관하에 소방최고대응단계가 발령됐고 잔불 정리를 위해 전국 830여 대의 소방차가 동해안으로 집결했다.

 

이른 새벽 드러난 피해 현장은 잿더미만 남았고 피해주민들은 맥없이 주저앉았다. 야당은 촛불 정부가 아니라 산불 정부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 [그림 2] 강릉산불 현장에서 피해주민과 대화 중인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출처 연합뉴스)

 

▲ [그림 3] 소방용수 공급을 위해 대기 중인 소방차(2019년 4월 속초)

▲ [그림 4] 시설물 주변 산불을 진화하는 로젠바우어 판터(2019년 4월 속초)

▲ [그림 5] 고성, 속초 피해 현장 항공사진

▲ [그림 6] 강릉, 동해 피해 현장 항공사진


당시 필자는 충남 아산산불 현장을 조사하다 밤새 달려 오전 1시께 속초에 도착했다. 현장 상황은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7개월 전(2018년 9월 21일) 부제 ‘전쟁 같은 산불이 온다’는 저서를 통해 경고했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그림 7] 손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시설물 피해를 입히는 산불


하인리히 법칙은 산불에서도 존재했다. 2013년 3월 9일 포항산불과 2017년 5월 6일 강릉산불이 징후였고 결국 2019년 4월 4일 고성과 강릉에서 초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해안에 국한됐던 초대형 산불이 2020년 4월 24일과 2021년 2월 21일 내륙 깊숙한 안동에서 발생했다는 거다.

▲ [그림 8] 2020년 4월 24일 안동산불

▲ [그림 9] 2021년 2월 21일 안동산불

 

우리나라에서 대형산불위험이 가장 큰 동해지역은 태백산맥 동사면에서 산불이 시작돼 남서풍을 타고 북동쪽 동해안이 종착지가 되므로 그나마 피해면적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서해나 중부내륙지방의 산불은 국토를 가로질러 동해안의 수십 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토의 64%가 산림지대로 임목축적량이 최근 50여 년간 3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도시 숲이 활성화되면서 숲과 도시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수목이 노령화되면서 마른 연료량 증가로 불기운이 거세지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불이 발생하는 추세다.

 

인구밀도 역시 OECD 국가 중 1위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이나 호주처럼 산불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도심으로 불티가 날아든다면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대재앙이 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불관리ㆍ대응체계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한 방식과 기술을 개발하고 대응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주무관청은 현장 중심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자 편의 위주나 보여주기, 실적주의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 산불 현장 깊숙이 들어가 보면 홍보업무와 윗사람에게 보고자료 만드는 일로 인해 산불 끌 사람이 없을 정도다. 소방이 큰 화재를 진압했다고 해서 기관이 전면에 나서 홍보자료를 만들진 않는다. 하지만 산불은 어떻게든 잘하고 있다고 홍보를 해야만 할 처지이기에 문제는 심각하다.

 

국가의 치안이나 국방, 소방ㆍ안전 분야는 제복공무원이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산불재난만이 행정 또는 임업직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관리하고 현장은 90% 이상 일용직이나 다름없는 민간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소방은 소방대로 업무량이 넘치고 산림청은 그 나름대로 산불업무를 포기하거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여건도 안 된다.

 

그렇다고 산불이 준비태세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획기적인 정책변화 없이는 한동안 산불 현장에서 어정쩡한 상황과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도 없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산불 현장도 너무 많은 눈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우리나라 산불방지체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뭔지, 이 문제를 극복할 최고의 방법은 뭔지 함께 고민하고 산불 관련 지식을 익힐 기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황정석 소장은 1967년 소백산자락 과수원집 큰아들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에서 산림정책을 전공하면서 산불정책과 교육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7년 가까이 관계 기관 전임강사로 활동하다가 폭넓고 자유로운 산불연구를 위해 산불정책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2003년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산림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2019년에는 ‘우리나라 산불이야기’를 출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우수과학도서로 인증받은 바 있다. 

 

현재 중앙소방학교 외 5개 기관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인니ㆍ몽골 산불인프라 구축 관련 ODA 사업 연구기획과 산불정책관련 언론 기고, 산불대응전략ㆍ교육훈련 관련 교재를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불방지정책연구소_ 황정석 : hyh4884@hanmail.net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산불 위험 관리 관련기사목록
광고
119TalkTalk
[119TalkTalk] “조용하면서도 서서히 체계적인 변화를 만들겠다”
1/4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