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 지형으로 평지는 드물고 면적 중 64%가 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한반도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에게 산림화재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 중 하나다.
산림화재는 차량이나 주택, 창고, 공장 등에서 발생한 화재보다 발생 비율은 낮지만 화재를 진압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되고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소방차량이 화재 발생 지점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방관은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산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따라서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상당한 체력이 소모된다. 물이 가득 찬 수관을 전개해 화재진압을 한다면 체력소모는 배가 된다.
점점 변하는 세계기후 올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는 산불이 발생했다. 그중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뉴욕시 두 배 면적인 1875㎢를 태우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화재 발생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기후가 조금씩 변화함에 따라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산불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출동할 때마다 똑같은 화재가 없다” 현재 상황별로 다양한 화재를 분석하고 대응하지만 모든 현장이 예상과 같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건축물 화재가 내부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다면 산림화재는 외부에서 관찰 가능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응이 쉽지 않다.
산림화재에서는 직접 소화하는 것보다 방어 위주로 대응한다. 넓은 방면을 커버할 인력과 까다로운 지형 조건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데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림은 넓은 지역에 걸쳐 낙엽이나 풀, 나무 등 가연물이 산재해있기 때문에 아래 조건들을 파악하는 건 화재진압과 안전한 현장 활동을 위해 중요하다.
- 어떤 가연물에 불이 붙었는지 - 화염은 어떻게 성장할 건지 - 화재는 어떻게 퍼져나갈 건지 - 화재로 인해 어떤 다른 현상이 펼쳐질 건지
산림화재에 영향을 끼치는 세 가지 산림화재에 영향을 끼치는 세 가지 요소는 가연물, 기상 조건, 지형 이다.
1. 가연물 화재 발생 시 아래 요소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ㆍ가연물의 크기 : 가벼운 가연물은 빨리 연소하지만 금세 꺼지는 대신 무거운 가연물은 천천히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연소한다. 작고 가벼운 나뭇가지들이 있는 반면 통나무같이 두껍고 큰 가연물이 있다.
ㆍ가연물의 배열상태 : 가연물들이 놓인 형태, 즉 가연물들이 근접하게 군집해있는가, 넓게 퍼져있는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조건은 가연물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정도와 화재 발생 시 산소공급에 영향을 끼치므로 화재를 성장시키는 조건이 된다.
ㆍ가연물 밀집도 : 산을 멀리서 보면 어느 부분은 빼곡히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어느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화재 발생 시 화염의 온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화재 확산에 영향을 끼친다.
ㆍ가연물 위치 : 어떤 장소에는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어떤 장소는 들판이다. 어떤 장소는 활엽수를 이루고 있고 어떤 지역은 침엽수가 대부분인 곳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화재가 주위로 번지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위 그림을 보면 바람이 없는 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형이나 가연물의 종류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화재가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무 특성에 따라 소프트 우드(스프러스 나무)가 군집한 지역이 하드 우드(자작나무)가 군집한 지역보다 빠르게 화재가 진행되고 하드 우드 지역이 소프트 우드 지역보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소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예측할 수 있다.
ㆍ가연물 상태 : 지면의 상태에 따라 가연물의 수분 상태가 결정되기 때문에 화재 발생 지역의 지면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당연히 주변의 습도가 높거나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다면 불이 붙기 어렵다.
산림화재에서 가연물 위치에 따라 지상 가연물과 공중 가연물로 나눌 수 있다. 각 위치에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가연물의 요소들이 결정된다.
위 그림에서는 빨간색 중심선을 기준으로 지상 가연물과 공중 가연물로 나눌 수 있다. 지상 가연물은 퇴적잎과 뿌리, 잔가지, 잔디, 죽은 나무 등이 있다.
지상 가연물 중에서도 바닥에 깔린 낙엽들은 잘 타지만 천천히 연소하는 특징이 있다. 그 위로 잔디나 마른 잔가지들은 화재를 성장시키는 가연물이 되며 더 위쪽의 굵은 줄기나 나뭇가지들은 화재를 주변으로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중 가연물은 나무 윗부분을 차지하는 나뭇가지와 낙엽들로 이뤄진다. 특히 침엽수는 불이 붙기 굉장히 쉽다. 나무 윗부분을 차지한 가연물들은 빠르게 연소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2. 기상 조건 화재가 발생하고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조건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한가지 기상 조건만을 두고 말할 수 없다. 강수와 바람, 기온, 습도 등 여러 가지 기상 조건이 있지만 시간에 따른 기상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하루 중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는 화재가 발생하기 좋은 시간대다. 풍속은 빠르고 온도는 높으며 습도는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벽 2시에서 새벽 6시까지는 풍속은 느리고 습도는 높으며 온도는 낮아지기 때문에 조금 안전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다.
3. 지형
지형에 관해 아는 건 산림화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형에 따라서 어떻게 화재가 진행될지, 어디로 퍼져나갈지가 결정된다. 특히 경사지에서는 경사도에 따라 화재확산 속도 또한 달라진다. 경사도가 가파를수록 대류와 복사열로 화재확산 속도는 빠르게 진행된다.
- 경사도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확산 속도는 두 배로 증가한다. - 경사도가 15~30° 사이에서 10°씩 증가할 때마다 확산 속도는 두 배씩 증가한다. - 경사도가 35° 이상일 때 확산 속도는 10배로 증가한다.
전체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으로 이뤄진 지형에 사는 대한민국 소방관에게 산림화재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그렇지만 지식을 쌓아간다면 조금이라도 쉽게 다가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다음 번에는 산림화재 대응 방법에 대해 다뤄 보도록 하겠다.
경기 용인소방서_ 박순만: soonman27@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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