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의 중핵인 소방안전관리자 제도가 현장에서 ‘유령 소방관, 소방안전관리자’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상근ㆍ상주하지 않는 소방안전관리자는 예방 활동에도, 비상 시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소한 교육 주기라도 현장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소방안전관리 현장에서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는 소방안전관리자가 현장에서 상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 교육과 평가를 통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안은 채 소방안전관리자의 실무교육은 1976년 도입 이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초기에는 매년 1회 교육이 의무였고 1990년대 초에는 연 2회로 강화되기도 했으나, 1996년부터 현재까지는 2년에 1회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직전의 행정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교육 주기가 완화된 이후 현재까지 이 기준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방안전관리자의 역량 강화와 교육 주기 간 직접적인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대부분 화재는 소방안전관리자가 선임되지 않은 건축물에서 발생하고, 소방안전관리자가 선임된 건축물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는 대표성 문제와 결과 왜곡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현장 변수와 화재 특성으로 인해 단일 지표로 대응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것도 연구 미흡의 상당한 이유로 작용한다.
이러한 연구 공백 속에서 한국소방안전원이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중앙법학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위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생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현행 2년 주기를 1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인지심리학의 ‘망각 곡선’(Ebbinghaus, 1885)과 숙련도 저하 연구(Anderson, 1982; Schmidt & Bjork, 1992)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ㆍ실무 능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교육 간격이 짧을수록 역량 유지에 유리함을 뒷받침한다.
이는 실무능력평가를 통한 강습교육을 받아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도 지속적인 실무 경험이나 반복 학습이 없으면 법령 숙지, 설비 조작, 초기 대응 능력이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따라서 소방안전관리자가 현장에서 상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 현재 2년에 한 번씩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교육 주기는 역량 유지에 충분하지 않으며, 교육을 통한 지속적 역량 보완과 평가 체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실무교육 주기는 단순한 법령상의 등급 구분을 넘어 실제 운영 여건과 위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급ㆍ1급 대상물은 외견상 위험성은 높으나 화재예방법상 소방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근무 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현행과 같이 2년에 1회를 유지한다. 반면 2급ㆍ3급 대상물은 소방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므로, 매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2급ㆍ3급 대상물 중 상시 근무가 확인되면 현행과 같이 2년에 1회로 실시하는 유연성 있는 정책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화재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를 예측해 위험 등급이 높은 용도에는 추가 교육을 부과하면 규모와 용도를 반영한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설계가 완성된다.
동시에 교육 방식의 혁신도 필요하다. 원격교육과 대면교육을 혼합해 1년 차에는 원격교육으로 이론과 절차를 충분히 학습하고, 2년 차에는 대면교육을 통해 실습 능력을 평가하는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매년 순환식으로 반복하면 실무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실무교육제도의 실효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화재 대응은 장비 조작, 인명 대피 유도, 초기 진화 등 실습 중심의 숙련도가 중요한 만큼 정기적인 실습 능력 평가가 병행돼야 함은 자명하다.
결국 소방안전관리자의 상근ㆍ상주 제도화를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렵다면 교육 주기와 방식의 개편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근 30년 유지돼온 ‘2년에 1회’의 천편일률적 교육 주기는 시대 변화와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근무 형태, 용도, 화재 위험도를 반영한 차등 교육 주기와 실습 중심의 평가 체계야말로 현장 대응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안전의 첨병(尖兵, Fire Safety Vanguard)인 소방안전관리자의 역량 유지와 향상을 위해 소방안전관리자 실무교육 제도의 과감한 재설계가 절실하다.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시상수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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