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가 다양한 금속에 불이 나면? 금속 취급 공장에서는 가공 작업을 하고 나면 다양한 종류의 금속폐기물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금속폐기물을 저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곡성의 한 공장에서 약 200t 가량의 금속폐기물이 물과 접촉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22일이란 시간이 걸렸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속화재(금수성 물질) 발생 현황은 총 149건이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피해액은 1천만원 미만이 123, 5천만원 이상이 9건으로 조사됐다.
금속화재는 화재 초기 신속한 소화 약제 수급이 어려운데다가 금속폐기물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대응이나 진화과정에서 높은 화염에 의한 현장 접근의 어려움, 진압기법의 한계 등의 문제에 맞닥뜨리곤 한다.
금속을 가공하는 공장에선 건조사를 가장 많이 비치하고 있는데 건조사에 습기가 있으면 금속화재 진압 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금속화재는 일반화재와 달리 소화 약제를 표면에 도포해 질식시켜 소화해야 한다. 불이 완전히 꺼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징이 있다. 현재는 현장마다 대응방법과 소화 약제 사용이 상이하다. 따라서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금속화재 지속시간과 약제별 소화효과, 그리고 특징에 대해 실험을 통해 분석했다.
약제별 소화 효과성을 알아보자 1. 소화 약제 선정 금속화재 시 소방현장에서 사용하는 소화 약제별 효과성은 다음과 같이 검증했다. 먼저 효과성 검증을 위해 금속폐기물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팽창 질석, 건조사 두 가지 소화 약제와 국외에서 인증된 D급 소화기(금속화재용), 최근 군산에서 발생한 금속화재 시 사용된 수산화실리카(규산염 혼합물), 포항 남부소방서에서 금속화재에 대한 효과성 검증을 의뢰한 미장용 황토가루 등 총 다섯 개로 선정했다.
2. 실험체 구성(ISO7165 준용) 효과성 검증 실험은 미국에서 금속화재용 소화기 인증을 위해 진행하는 실험으로 ISO 7165의 시험규격과 동일하게 실험체를 구성했다. ISO 7165 규격은 D급 소화기(금속화재) 소화능력단위 실험으로 실험 베드에 철제트레이(600×600×300㎜)를 설치해 내부에 가연물(마그네슘)을 비치한다.
이후 가스 토치로 가연물 중앙부에 약 25~30초간 연소한 후 마그네슘 표면이 약 25% 정도 연소되면 소화 약제를 도포하는 표준규격 실험이다. 이 규격과 동일하게 다섯 개의 실험체를 구성했다. 실험에서 가연물은 순수 마그네슘 분말과 군산의 금속폐기물을 사용했다.
3. 순수 마그네슘 2㎏에 대한 소화 약제별 효과성 실험
밀폐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지만 연소 반응성이 높고 최근 3년간 언론 보도된 주요 금속화재 사례에서도 많이 검출되는 금속이라 이번 실험에 가연물로 선정했다.
2차 실험으로는 마그네슘 가연물과 동일한 실험체를 구성하고 가연물만 최근 발생한 군산의 금속화재 공장의 폐기물로 변경ㆍ진행했다. 그 결과는 [그림 5], [표 2]와 같다.
마그네슘 연소 시 약 660~1300℃까지 온도가 상승하며 약 8시간 후 온도가 하강하는 양상을 보였다. 금속폐기물 연소 시에는 약 930~1200℃까지 상승하며 약 4시간 후 온도가 하강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화 약제 도포 시 내부온도가 급상승한 후 온도가 하강하는 소화 양상을 보였다. 점화 초기엔 주로 강한 빛을 동반한 화염이 발생했고 연소가 안정되면서 마그네슘이 고형화돼 화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험 도중 특이한 점은 수산화실리카를 마그네슘 분말에 소화 약제로 사용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순도가 높고 반응성이 큰 금속성분과 수산화실리카에 함유된 수분이 반응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군산에서 발생한 금속화재 발생 당시 이 약제를 사용했지만 폐기물 내에 금속 외 기타 성분으로 인해 반응성이 낮아 소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반응성이 높은 금속이 있을 경우 2차 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 황토가루로 마그네슘 소화를 시도했을 땐 1시간 이후 폭발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황토가루는 건조사와 유사한 양상으로 질식소화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너무 미세한 입자의 영향으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아 축적된 열과 압력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양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6. 소화 약제별 특성 비교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금속화재에 적용한 소화 약제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ㆍ건조사 : 연소확산은 방지되지만 열이 축적돼 내부온도가 서서히 감소함. ㆍ팽창 질석 : 초기 온도는 가장 높지만 온도 감소가 안정적이며 경제성이 탁월함. ㆍD급 소화기 : 사용 편의성과 소화 적응성이 높아 초기화재 진화에 효율적이지만 경제성이 취약함. ㆍ수산화실리카ㆍ황토가루 : 금속화재 소화 약제로서 추가검증이 필요함.
지난 8월 전라북도 군산에서 발생한 금속화재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금속폐기물 50㎏에 대한 완전연소 시간을 측정했다.
ISO 7165의 시험규격에 맞게 철제 트레이(600×600×300㎜)를 제작해 금속폐기물을 넣고 중앙부에 토치로 2분간 착화했다. 착화 후 표면 25% 연소 시 팽창 질석을 도포했고 내부온도가 외기온도와 동일해질 때까지 관찰했다.
국립소방연구원 대응기술연구실에서는 금속화재가 소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현장에서 대응 시 사용하는 소화 약제에 대한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위와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금속화재는 일반화재와 달리 주수를 통해 소화할 수 없어 완전 소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분진폭발과 같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연소확대를 방지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발생한 곡성의 금속폐기물 공장의 화재 대응에서도 절차에 따라 대응해 연소확대를 방지했지만 약 22일이 소요됐다. 금속화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주변에서는 소방대원들의 대응에 대해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자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금속폐기물 50㎏에 착화해 완전 소화까지 약 4.3일 이 소요되는 걸 검증했다.
금속폐기물을 취급하는 공장에선 적게는 약 100t에서 많게는 약 1만t의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연소확대를 방지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최근 발생한 군산의 금속폐기물 취급 공장 금속화재 시 수산화실리카로 엿새 만에 진압에 성공한 사례는 획기적인 진압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결과 순수 금속물질이 있을 땐 수산화실리카 내에 물(수분)을 포함하고 있어 순간적인 폭발의 위험성이 있었다. 소화 약제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며 현장 조건에 따라 소화 약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우리의 과제 국립소방연구원에서는 금속화재 대응전략 체계 강화를 위해 금속폐기물 연소반응 실험과 대응 절차 등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 소화 약제 효과성 분석 연구를 통해 국외에서 개발된 신 소화 약제 효과성 검토 분석과 국내에서 보유한 금속폐기물 화재 시 적응성이 있는 소화 약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금속화재 대응 교육(안) 제안을 통해 소방현장 대응의 전문성 확보에도 주력하려고 한다.
본 실험에 대한 영상자료는 국립소방연구원 유튜브 ‘119리서치(url.kr/fhVwoG)’에서 시청할 수 있다.
국립소방연구원_ 권진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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