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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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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기사입력 2024/02/01 [13:30]

아들아! 그해의 캐나다는 뜨거웠단다- Ⅰ

서울 은평소방서 이형은 | 입력 : 2024/02/01 [13:30]

아들아! 이 글을 읽을 때쯤엔 한국의 여름도 꽤 무더워졌을 거로 생각되는구나.

 

2024년 현재 유례없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해 눈이 많이 내리던 히말라야 지역에는 비가 더 내리기 시작했고 튀르키예와 중국에서는 지진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지구 여러 곳에서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단다.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의 마우이섬에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섬 전체가 화마에 뒤덮이는 재앙과도 같은 사고가 있었지. 

 

▲ 폐허로 변한 마우이섬 중심지인 라하이나(출처 www.washingtonpost.com/nation/2023/08/10/hawaii-wildfires-impact-damage)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누구보다 열정적인 동료소방관들과 함께 한 달간 산불 진화 활동을 벌인 캐나다 퀘벡지역도 마찬가지였단다.

 

캐나다 산불센터(CIFFC, The 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re)에 기록된 통계에 따르면 2023년은 캐나다 전역으로 천 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해 880만㏊에 달하는 면적이 피해를 봤어.

 

이는 한국 면적인 10만㎢에 5분의 4가 넘는 거대한 넓이란다. 100㏊를 가로세로 1㎞의 면적으로 환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넓이인지 가늠될 거로 생각한다.

 

2023년의 화재만으로 지난 캐나다 10년의 산불 역사보다 21배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니 얼마나 심각했을지 상상이 될 거야.

 

▲ 출처 캐나다 천연자원부, 경향신문 ‘캐나다 산불, 두 달 넘게 활활… 522건 중 절반이 ‘통제 불능’’

 

사실 캐나다의 산불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캐나다의 지속적인 자연현상으로 다뤄졌단다. 캐나다는 아메리카대륙 중 북미대륙 북쪽에 약 37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나라로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단다. 유럽인들이 캐나다에 거주하기 전부터 많은 원주민이 캐나다에서 살고 있었지.

 

이때부터도 자연적인 낙뢰나 자연발화에 의한 산불들이 있었어. 물론 당시는 현대만큼 문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기록도 쉽지 않은 시기였지.

 

이 때문에 본격적인 산불기록과 관련된 연구는 1920년대에 시작됐고 관련 연구기관은 1960년에 설립됐단다(출처 Awful splendour–a history of fire in Canada, SJ Pyne -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2007).

 

50년 전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1959년부터 2015년까지 캐나다에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20만㏊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어. 보통 건조한 산림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 대부분이었단다. 

 

아빠가 번개와 낙뢰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번개는 구름 속의 전기들이 갑자기 충돌하며 폭발하고 빛을 내는 현상이라면 낙뢰는 떨어질 낙(落), 우레 뢰(雷)를 사용해 그 번개들이 지면까지 닿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거란다. 즉 번개 중에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낙뢰 혹은 벼락이라고 하지.

 

▲ 번개와 벼락(출처 블로그 낙뢰를 잡을 수 있을까? m.blog.naver.com/msnayana/221391460482)

 

▲ 출처 Fifty years of wildland fire science in Canada

 

위 통계에서 캐나다 생태구역 내 20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대규모 화재의 전국 분포를 확인하면 1959년부터 2018년까지 매일 사람과 번개로 인해 새로운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단다.

 

과거에는 사람에 의한 산불화재가 10% 정도였고 낙뢰 등 자연현상에 의한 화재가 90%였다면 해가 거듭될수록 사람에 의한 화재가 증가해 50:50까지 변동이 생겼어. 인구가 그만큼 늘고 거주하는 구역과 면적이 증가했기 때문이겠지. 

 

보통 인적 화재는 사람이 자연으로 많이 외출하는 봄과 가을, 낙뢰 등 자연적 화재는 여름철에 더 자주 발생했단다. 

 

현대에는 캐나다산불위험등급시스템인 CFFDRS(The Canadian Forest Fire Danger Rating System)와 화재 성상 예측 프로그램이자 애플리케이션인 FBP(Fire Behavior Prediction), 그리고 화재 기상지수 시스템인 FWI(Fire Weather Index)까지 개발돼 있단다.

 

▲ 캐나다산불위험등급시스템(CFFDRS)

▲ (왼쪽부터)화재 성상 예측 프로그램 (FBP), 화재 기상지수 시스템(FWI)

 

이 중 FWI 시스템은 다양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어 수정 개발된 버전들이 전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고 있단다. 산불화재에 더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단순히 산불화재를 감으로 진압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벗어나 학문과 수학적으로 보는 체계적인 변화를 끌어냈단다.

 

그로 인해 산림 생태학뿐 아니라 산림관리를 위한 산림 식생과 재생에 관한 연구, 산림에 대한 구성과 이질성, 토양영양과 역학 등이 함께 개발됐단다. 이를 위한 수문학과 탄소 순환과정이 함께 연구된 건 더욱 대단한 일이었지. 

 

기존 캐나다의 산림화재는 완전한 진압이 목표였지. 하지만 이런 연구들과 학문적 성과들이 거듭되며 생태학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상황과 통제하에서 의도적으로 타도록 남겨두는 적절한 대응(appropriate response)의 전략으로 변화하기에 이른단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에서 연기만 보여도 즉시 119로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매우 생소할 거란 걸 아빠는 알고 있단다. 

 

▲ 소방대원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출처 경상북도 119산불특수대응단).


산에 불이 났는데, 들판에 불이 번지고 있는데 그냥 내버려 둔다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산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며 지켜보는 단계란다.

 

그렇게 타버린 산림은 개간하지 않아도 초목과 같은 가연물들이 연소하며 질소산화물들을 발생시키는데 이게 대기엔 좋지 않아도 토양에는 양분과 무기질을 공급한단다. 질소 자체는 비료의 중요한 요소야. 현대 농업에서 질소비료 혹은 질산 비료로 쓰이지. 

▲ 19세기 캐나다의 화전민들(출처 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f/fe/Raatajat_rahanalaiset.JPG/600px-Raatajat_rahanalaiset.JPG)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시작한 건 아닌지 걱정되는구나. 아빠가 한 달 동안 땅속에 숨어 있었던 불들과 싸운 곳이 얼마나 오랜 기간 산불에 익숙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산불들이 최근 들어 얼마나 심각해지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단다. 

 

비상동원발령 연락을 받고 출동 장비를 정리하며 집을 나설 때 너희가 잠들어 있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구나. 다음엔 어떻게 출발하게 됐는지 이야기해 줄게. 잘 자렴~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화재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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