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캐나다에 와서 땅속의 불을 끄기 위해 이곳저곳을 파고 다닌 지 14일이 지나가는구나. 사실 누군가 우리에게 “캐나다에서 진짜 산불을 껐냐”는 궁극적인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린 한 달 동안 눈에 ‘보이는 불’이 아닌 ‘숨은 불’을 찾다가 왔다”
비록 영화나 뉴스에서 보던 것과 같이 활활 타오르는 화염을 동반한 불은 아니었어. 하지만 해당 국가 소방산림센터의 대원안전에 대한 권고ㆍ작전지휘권을 총괄하는 미국 측의 활동 구역 지정에 따라 땅속에서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들을 찾아 ‘완전진압’하기 위해 각자 고군분투했다고 말할 수 있지.
차라리 어떤 면에서는 ‘우리’ 스타일대로 소방용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화재진압을 할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곳의 지리적 환경과 산불에 대응하는 스타일은 많은 부분이 달라서 교재에서만 접하던 ‘지중화재(Ground Fire)’를 정말 원 없이 만나고 온 것 같아.
그렇게 땅을 파서 크고 작은, 탄화된 혹은 불씨가 남아 조금씩 연소 중인 나무들의 뿌리를 뒤지며 땅속 숨은 불을 찾은 지 14일째. 전반기를 마치고 소중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단다.
캐나다의 산불 연락체계를 총괄하는 캐나다 산불센터(CIFFC, The 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re)에 따르면 캐나다의 거의 모든 주에서는 산불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단다.
따라서 교대와 안전한 작업표준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대원들의 피로도 관리와 현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단다.
이 때문에 근무하는 1 사이클을 보통 14일로 두고 다음 교대조와 교대할 때까지 최소 8시간의 휴식 혹은 휴가 시간을 정하고 있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도 예정에 없던 이틀간의 강제휴식(?)을 가지게 됐단다.
이 대원들은 지속적인 현장 활동이 필요한 산불에서 Type 1ㆍ2 대원들을 지원하는 임무가 있어. 일반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통제된 상태에 있는 화선(Fire lines)이나 마무리 작업 단계에 있는 현장, 복잡성이 낮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화재 성상을 보이는 현장에 주로 배치된단다.
우리는 캐나다 기준 Type 3에 준하는 활동을 요청받았어. 따라서 그에 따른 잔화 정리와 완진 활동을 꾸준히 했단다.
사실 처음엔 기대에 못 미쳐 약간 시시하기도 했지만 미국 산불소방관들과 함께 하면 할수록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단다.
‘WFX-FIT’(Wildland Firefighter Fitness Test)은 캐나다 CIFFC에서 산불소방관의 체력과 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운영하는 체력 테스트란다. 매년 시행하는 산불 진압 작업에 필요한 신체적 준비 상태를 유지하고 소방관들의 안전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해.
어찌 보면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부분이지만 기초체력이 필요한 산불 진압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 체력측정에 임하기 전 2시간 동안 흡연하면 안 되고 2시간 전 과한 음식이나 카페인, 에너지 음료, 알코올성 음료가 금지된단다. 또 정확한 체력측정을 위해 24시간 전 운동을 자제하는 걸 권장하고 있지.
WFX-FIT은 보통 시간제한으로 측정한단다. 예를 들어 캐나다 Type 1 소방관의 경우 국가에서 주별로 상호 호환되는 자격을 얻으려면 주마다 채용기준에 따라 아주 조금씩은 상이하지만 아래 전 코스를 14분 40초 이내에 완료해야 한단다.
하지만 Type 2의 경우 15분 45초, Type 3의 경우는 17분 45초이거나 아주 축소된 체력검정을 진행하고 있지.
1m 높이에서 28.5㎏의 펌프모형을 등에 메고 출발선을 통과하면 시간 체크가 시작된단다. 총 160m(40m 4바퀴) 동안 등에 펌프를 메고 20m마다 35°, 1.22m 경사를 통과해야 해. 그 후 두 번째로 모형펌프를 손에 들고 80m(40m 2바퀴)를 운반하지.
그리고 펌프를 다시 원위치에 돌려놓은 후 약 25㎏ 호스 4개가 담긴 호스팩을 등에 메고 1㎞(40m 코스 25바퀴)를 운반하며 20m마다 경사로를 오르락내리락한단다.
마지막으로 평평한 땅에서 18.5㎏ 상당의 썰매를 끌고 80m 코스(40m 2바퀴)를 이동해. 이때 썰매는 반드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지. 이 모든 4개의 과정이 14분 40초 이내에 완료돼야 한단다.
WFX-FIT에 쓰이는 체력측정기구들은 캐나다 산불소방관들이 실제로 산불 진화에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한 형태ㆍ무게란다.
물론 완벽히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무게 하중 등을 비슷하게 제작해 실제 등에 멜 때와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고 해. 35° 경사, 높이 약 1.22m의 오르막 언덕도 실제 가파른 등산코스를 구현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지.
소방활동은 일반 건축물 화재 진압이든, 산불 진압이든 모두에게 힘든 작업이 분명해. 하루에 약 6천㎉가 필요하다고 예상한단다.
이 정도가 충족되지 않으면 체중과 근육이 줄어들게 되지. 따라서 소방대원들의 에너지 균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2주마다 개인의 몸무게를 반드시 재도록 권고하고 있어. 우리가 즐겨 먹는 치킨이 250~300㎉라고 하니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가늠이 될 거야.
이밖에도 이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기 위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 교육과 체력측정을 마친 후에 Type 2 이상의 자격을 획득하게 되면 ‘Initial Attack Team’으로 불리는 초기 ‘산불진압대’에도 속하게 된단다. 초기진압대 혹은 공격대는 산불 발생 이후 가장 먼저 대응하는 선착대야.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백 명에 달하는 초기 산불 진화를 위한 선착팀이 배치돼 있어. 이들은 필요에 따라 다른 주 산불에 응원출동을 하기도 한단다. 최초 화재에 출동해 진압을 시작하면 캠프 생활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화재 진압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해.
보통 이런 초기진압대에는 헬기를 이용한 라파택(Rapattack)과 패러택(Parattack) 등 두 종류의 추가적인 전문 진압대가 포함된단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각각 ‘헬리텍(Hellitack)’ 그리고 ‘스모크점퍼(SmokeJumper)’라고 부르지.
다음 호에서는 라파택과 패러택에 대해 설명해 줄게. 잘 자렴, 아들~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