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독자 작전 ③ 소위 화점을 말하는 핫스팟과의 만남이 매일같이 반복됐단다.
비단 이러한 지중 화재(Ground Fire)가 더는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단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으로부터 얼마 안 된 2024년 6월 광주와 태백에서 발생한 산불도 그러한 유형 중 하나였단다.
재불, 즉 재착화로 인해 지상 소방력이 괭이를 들고 직접 땅을 뒤집어 까며 땅속에 남아있는 잔불을 진화했지.
우리나라 산림의 주요 수목인 소나무에서 흘러내리는 송진이 지표면에 왁스층을 만들고 흙과 건조한 가연물들이 뭉치며 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보호층이 만들어진 환경이었단다.
많은 전문가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건조도가 증가하면서 지중 화재가 더욱 심화할 거로 우려하고 있어.마치 흙이 물을 밀어내는 형국처럼 물을 아무리 뿌려도 땅속으로 물이 침투하지 않았어.
당시 소방헬기가 정지 비행으로 3천ℓ의 물을 부어도 그루터기 나무 화재가 진화되지 않을 정도였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후 발생하는 산림화재는 항공 소방력 외에도 지상 소방력이 중요해질 거로 예상하고 있지.
▲ 환경에 따른 산불 수공구의 차이 - 우리나라도 경량화 등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출동 기간 반복적으로 수행한 핫스팟 검색ㆍ제거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뤄졌어.
이렇듯 남은 기간 최대한 캐나다 퀘벡주의 산불이 되살아 나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소명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지내다 보니 어느덧 귀국일이 가까워졌단다.
2023년 여름, 캐나다 퀘벡주의 뜨거운 대지에서 보낸 한 달은 아빠의 소방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단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참여한 이 임무는 단순히 불을 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현장에서의 도전과 배움이 첫 번째일 거야.
우리가 마주한 산불은 우리나라에서 경험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어. 지중 화재라는 새로운 개념의 화재와 싸우면서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지.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불을 찾아 파내는 작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귀중한 학습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단다.
캐나다의 산불 대응 시스템, 특히 LCES(Lookouts, Communications, Escape routes, Safety zones) 원칙은 깊은 인상을 남겼어. 이 체계적이고 안전 중심적인 접근 방식은 우리나라 소방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귀중한 교훈이 됐지.
특히 산불 진화 후 환경 생태계 복원을 위해 재조림 프로그램과 함께 야생동물들을 위한 서식지 복구에 초점을 맞추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단다.
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대를 꼭 얘기해주고 싶어. 힘든 임무 중에도 현지 주민과 동료 소방관들의 따뜻한 환대는 큰 위안이 됐지. 특히 발도르(Val-d’Or)에서의 휴가 기간 총영사관과 한인회에서 준비해 주신 한식은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었어.
이러한 작은 배려들이 우리에겐 큰 힘이 됐단다. 슈퍼에서 만난 현지 분들이 모두 고맙다고 할 때마다 산불을 더 많이 끄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아빠는 이번 경험을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적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단다. 서로 다른 나라의 소방관들과 함께 일하면서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더 나은 대응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어.
이 한 달간의 경험은 아빠에게 소방관으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큰 성장의 기회였단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울 수 있었지.
우리 아들들도 받으면 다시 돌려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원해. 아빠는 늘 주변에 받기만 하는 삶을 살아서 소방관이 된 것 같아. 우린 같은 세상에 사는,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란 걸 잊지 말자! 그럼 오늘도 잘 자렴. 아들!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게. ^^
마치며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지원해 주신 캐나다 정부와 현지 주민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또 우리의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신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과 기술을 앞으로 우리나라 소방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쓰고 싶습니다.
이 한 달간의 여정은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국제적인 재난 대응에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그동안 ‘아들아 시리즈’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산불 혹은 산림화재는 늘 소관 문제로 화두에 오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내수면 육상재난의 초동부대인 소방으로선 피할 수 없는 수많은 재난과 화재 종별의 한 건으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잘해보자는 취지로 작성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산림화재로부터 안전하고 보다 효율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대응기법과 전술이 대한민국 특성에 맞춰 지속해서 개발되길 기원합니다.
끝으로 이 글을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도와주신 FPN 관계자분들과 늘 좋은 글로 재탄생시켜주시는 유은영 상무님, 디자이너 은디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제가 하는 일을 지원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마음 따뜻한 사랑하는 아내 이주현 님과 처음 해보는 부모의 실수들을 한없이 무한용서 해주는 사랑하는 두 아들 도율, 한율을 생각하며….
소방관으로 렙업을 위해 노력하는 소방대원 이형은 드림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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