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KC330에 탑승해 11시간 비행을 마친 후 현지시각 7월 2일 오전 4시 51분께 항공기 추가 급유와 ‘C.I.Q’를 위해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단다.
‘C.I.Q’란 세관(Customs), 출입국 관리(Immigration), 동식물 검역(Quarantine)을 합친 단어로 사람, 화물 입출국에 필요한 항만이나 공항 등에서 이뤄지는 통관, 입국 심사, 검역절차 등을 의미해.
보통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에서 진행되지만 국제출동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게 된 아빠와 구호대 삼촌들은 기내에서 심사를 받았단다.
당국 군인 두 명에게 소지한 여권을 제시하면서 심사를 받는데 20대에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관람을 위해 DMZ 지역으로 들어갈 때 버스 안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 아저씨들이 떠올랐어.
2시간의 급유와 C.I.Q를 마치고 캐나다의 아름다운 여명을 뒤로한 채 다시 5시간의 비행을 위해 오전 6시 6분 밴쿠버 공항에서 이륙했단다. 그리고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Ottawa)’공항에 현지시각 오후 1시 12분에 도착했지.
지난 호에서 언급한 대로 밴쿠버에서 오타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불에 탄 자연을 볼 때 모두가 마음 아파했단다. 하지만 처음 온 캐나다 퀘벡주의 날씨는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좋았어.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로 온타리오주(Ontario State) 동부에 위치해 퀘벡주와 맞닿아있단다. 오타와강을 경계로 퀘벡주 ‘가티노(Gatineau)’와 인접해있지. 오타와라는 도시명은 도시를 흐르는 오타와강에서부터 유래됐다고 해.
세인트로렌스강의 지류인 오타와강과 그 지류인 리도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바로 오타와가 있어. 오타와강은 이 지역에서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다와(Odaawaa)’ 족에서 유래됐다고 한단다.
이 ‘오다와’라는 부족명은 오지브웨어로 ‘무역하다’는 뜻인 ‘아다웨(adaawe)’에서 나온 말이야. 영어나 다른 외국어와 관계없이 상당히 토속적인 지명이라고 할 수 있지. 캐나다 토론토(Toronto)도 이와 비슷한 유래로 모호크어에서 나온 지명이라고 해. 이렇게 캐나다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나 부족명에서 유래한 지명들이 많다고 들었단다.
오타와공항에 도착하니 캐나다 정부를 대표해서 모나 포르티에(Mona Fortier) 장관(재무이사회 의장)과 주캐나다 대사, 주몬트리올 총영사를 비롯해 오타와ㆍ몬트리올 한인회장이 오셔서 우리 구호대를 맞이해 주셨지.
아빠와 구호대 삼촌들은 오타와 활주로에 바로 내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했단다. 이미 본격적인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와줘서 고맙다(“Thank you for coming to help us”)와 같은 인사말을 들으니 임무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막중하게 느껴졌단다.
아빠와 삼촌들은 구호대장님 등 지휘부의 인터뷰와 환영 행사가 종료된 후 즉시 인근 항공기 격납고로 이동했어. 그곳에는 한국에서 KC330과 함께 도착한 수화물들이 이미 하역작업을 하고 있었어.
물류 전문가 중앙구조본부 김상호 삼촌의 일사불란한 정리와 인솔하에 소방청, 산림청,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대한 물품 배부와 현지 기지로의 별도 발송이 신속하게 이뤄졌어. 우리 소방청 내에서도 강원과 경북 그리고 운영반의 물품이 신속하게 분류됐지.
아빠는 이때 물류 담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단다. 물류를 분류해 배분하고 현지 베이스캠프인 르벨슈흐께비용(Lebel-sur-Quévillon)으로 발송되던 그 시각.
대원들은 현지 측에서 항공격납고 내부로 마련해 준 버스에 각종 개인장비를 싣고 신속하게 탑승하고 있었어. 151명의 대규모 인원인 만큼 보다 정확한 확인과 조율이 필요했어.
구호대는 사전에 현장활동조를 소방청 3, 산림청 3, 그리고 통합 1개조 등 총 7개조로 나눴단다. 캐나다 측에서 준비해 준 버스 세 대에 조별로 나눠 탑승했지.
모든 물품 등을 재확인하고 현지시각 오후 2시 40분께 다시 이동을 시작했어. 현지 임무 투입 전 퀘벡주 산불 장비와 기본사항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기 위해 전초기지인 마니와키(Maniwaki)로 가야 했거든.
그곳에선 에릭 루쏘(Éric Rousseau) 퀘벡주 산불방재센터 총국장과 산불 진화 협력 약정서 교환식을 했어. 2시간 10분 정도 후에 소프(SOPFEU), 즉 퀘벡주 산불방재센터에 도착했단다.
협정을 체결한 후 어느덧 일몰 시각이 임박했기에 마니와키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했어. 베이스캠프인 마니와키의 하키 경기장에 오후 6시께 도착했단다.
수도 오타와에서 약 130㎞ 떨어진 인구 약 4천명의 소도시에도 하키 경기장이 있는 걸 보고 캐나다인들의 하키 등 동계스포츠 사랑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어.
하키장 안에는 식수와 전기 등 생활용품을 포함한 제반 시설이 마련돼 있었지. 아빠와 구호대 삼촌들은 이곳에서 이틀간 머무르며 본격적인 현지 작전 투입 전 사전교육을 받을 예정이었단다.
오타와에 도착한 후 환영 행사, 물품 분류 배정, 마니와키에 본사를 둔 퀘벡주 산불방재센터 방문과 협정 체결, 그리고 베이스캠프 도착 후 개인 정비부터 식사까지 정말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어.
비행기와 버스에서 보낸 시간만 18시간 이상이었으니 정말 긴 하루였을 거란 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야. 이제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현지 일정과 작전 임무가 시작되려고 해. 두근거리지 않니?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유명한 말이 있듯이 다음 호에선 가장 중요한 작전 투입 전 퀘벡주 마니와키의 ‘현지 교육’에 관해 이야기해 줄게.
항상 자신 있던 나만의 방식이 예상외로 잘 안 먹히는 곳이 바로 다른 환경이라고 생각한단다. 이 때문에 앞으론 늘 겸손한 자세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고 적용하는 변화에 대한 순응성이 더욱 주목받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들아. 그것이 개인 간의 관계이든 국가 간의 관계이든 말이지. ^^
잘 자렴, 아들! 좋은꿈 꾸길 바라~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본 이야기는 2023년 7월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캐나다 산불화재 진압을 위해 국제출동을 다녀온 필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캐나다 산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된 편지글입니다. 많은 대원분께 국제출동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119플러스> 매거진을 통해 공유합니다. 기고료는 순직소방공무원추모회에 기부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은평소방서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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