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1. 세상 제일 어렵고 정답도 없는 부부 소통방법“남편은 결혼 초부터 본인 뜻대로 했어요. 내 의견을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본인 생각대로 하는 사람이에요. 같은 직장이다 보니 결혼할 때도 결혼을 안 하면 여기서 퇴사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지금도 이혼하면 사람들 말 때문에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냥 퇴직 때까지만 참자 하고 있어요”
사랑해서,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했을 텐데 부부로 살다 보니 서로가 가장 평화로운 방법을 찾다가 결국 소통을 단절했을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일방적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은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내는 동의하지 않았고 남편은 상의했다고 생각해 행동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아닐까. 아니라고 생각하면 명확하게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솔직하게 본인 마음을 이야기하기 어려워한다.
더구나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걸 쉽게 말하는 걸 꺼린다. 부부끼리는 솔직하게 말하고 진심으로 들을 준비가 잘 돼 있어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아내랑 대화해 본 지 오래됐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하는 것 같아요. 기대치가 다른 건지…. 그러다 보니 아예 말을 안 하게 돼요”
남자는 본인의 능력치에서 최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고 내 능력에서 그 정도면 최선이라고…. 그러나 아내는 더 잘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건 분명 차이가 있다. 일부러 안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마음의 문이 닫힐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르고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간단한데 ‘왜 나처럼 못하지?’, ‘내 맘에 들게 못 하지?’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행동을 평가하다 보니 본질은 잊히고 부족한 부분만 보면서 불만을 품게 된다.
작은 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고, 하는 사람도 진심으로 한다면, 아니 본인의 마음을 진솔하게 말해본다면 오히려 관계는 쉽게 풀릴 수 있다.
“아이 셋을 낳다 보니 직장에 다닌 시간보다 집에서 쉰 시간이 더 많아요. 그렇게나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고 복직했는데 남편은 여전히 육아와 집안일은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없을 때 아이들 밥도 챙겨주고 집안일도 도와주면 좋을 텐데 전혀 하질 않아요. 모두 다 내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지겹고 도망가고 싶은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성인만 되면 이혼이든, 졸혼이든 하고 싶어요”
일과 육아가 정확하게 반반으로 나뉘면 얼마나 좋을까. 더 잘하는 사람이 조금 더하고, 양보를 잘하는 사람이 더 양보하다 보면 결국엔 서운함이 생기고 손해를 본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건 당연하다. 물론 휴직 기간 아내의 독박육아를 경험한 남편은 갑자기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본인에게 육아의 분담이 넘어오는 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살고 헤어질 사이가 아닌 이상 서로 억울함이 없도록 함께 나눠야 한다. 부부는 한배를 탄 동지가 아닌가?
“남편은 밖에 나가면 무한정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가끔 보이는 폭력성도, 무자비함도 사람들은 잘 몰라요. 사람들이 저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랑 산다며 어떻게 꼬셨냐고 하더군요.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면 절대 같이 살 사람이 아니라고 하던데…. 셋 다 문제가 있는데도 왜 헤어지질 못하는지 사랑은 아닌데 아이 때문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예부터 술, 여자, 도박. 이 세 가지를 좋아하는 남자랑은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그중 하나만 좋아해도 힘든데 세 가지를 다 한다는 건 정말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개선의 여지도 없다. 그렇다면 무조건 헤어져야 할까?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젊은 날 이런 조건을 모두 알아보고 사랑에 빠지거나 결혼을 선택한다면 세상 결혼은 반 이상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요즘 결혼율이 과거보다 낮은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이 핸들링 되고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완벽하게 고칠 순 없겠지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 순 있다.
다만 본인 삶의 행복 순위를 따져 지금 결혼 생활의 득보다 실이 많다면 이혼을 고려해도 나쁘지 않다. 결국 모든 선택은 저울질을 통해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아내는 제가 술 먹는 걸 엄청나게 싫어해서 회식이나 술자리에 가려면 눈치를 보고, 사정하고, 허락을 받아도 불편해요. 남자가 사회 생활하려면 술도 마시고 어울려야 하는데 아내가 너무 안 도와줘서 힘들어요.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나 싶고…”
술을 너무나 마시고 싶은 남자와 술을 안 마셨으면 좋겠는 여자가 만나면 삶 자체가 전쟁이 될 수 있다. 적당한 음주는 사람과의 사이를 부드럽게도, 친밀하게도 해준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술이 부부 싸움의 원천이 된다면 끊고 사는 게 행복한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마시고 마음대로 사는 게 행복한지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노력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아내도 적당한 음주는 이해할 필요가 있고 남편은 아내가 그렇게 싫다는데 적당히 줄여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볼 줄 알아야 진정 버릴 수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속의 사례들은 비밀유지 서약에 따라 특정 개인의 정보가 아닌 여러 사례를 각색하여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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