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미래’ 비례대표 2번 최종 배치… “과분하게 받은 것들 소방가족에게 돌려주겠다” “이어지는 안타까운 대형 사고, 제도 개선과 정책 추진한다면 사고 방지할 수 있을 것” “더 나은 소방 환경으로 대응력 높이면 국민 안전도 더욱 견고해 질 수 있다고 믿어” “소방 조직 기구 확장되고 인력도 늘었지만 소방관 신분 국가직화는 아직도 불완전해”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잇따르는 순직사고, 현장 인력 보강과 장비 확충 반드시 필요” “소방 조직 체계 정립 위한 첫 번째 법안 마련해 재난대응력 높이고 국민 안전 지킬 것”
22대 국회의원 선거 시점이 다가오면서 소방 조직 출신의 유일한 후보로 등극한 인물이 있다. 바로 독립 소방청의 첫 탄생과 함께 초대청장을 지낸 조종묵 전 청장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3월 11일 조종묵 전 청장을 비례대표 후보자로 전략공천한다고 발표했다. 3월 18일에는 그를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했다.
충청남도 공주 출신의 조 전 청장은 1990년 2월 제6기 간부후보생으로 소방에 입직했다. 줄곧 충남에서 공직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소방청 내 요직을 거쳐 2017년 소방청이 출범하면서 초대청장으로 부임했다. 1년 5개월 동안 42년 만에 독립한 소방청의 기틀을 다진 후 2018년 12월 퇴임했다.
조 전 청장은 충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행정학 석사, 충북대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까지 충남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다. 퇴직 이후 줄곧 강단에 섰던 그는 주변인들로부터 ‘천상 교육자’라는 평가가 많을 정도로 온화한 성품을 가진 거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갑작스러운 정치 행보에 나서자 주변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부터 나왔다. 초대청장 재임 후 공직을 떠난 지 5년이 넘은 데다 과거 알려진 성품은 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이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조 청장의 등장은 또 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오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이룬 성과처럼 분야의 또 다른 발전을 불러올 수 있을 거란 희망에서다.
3월 15일 국회 앞마당에서 만난 조 전 청장은 “지금까지 소방에서 받은 것들이 많기에 소방가족들한테 돌려주고 베풀어야 한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을 위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형 재난 사고가 일어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제도 개선과 함께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안전의식도 높인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믿기에 정치인의 길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소방이 더 나은 환경이 되고 더욱 강해지면 국민 안전도 더 견고하게 지켜질 거라 생각한다”며 “지금 새로운미래의 정책은 안전과 행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힘들게 정치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조종묵 전 청장. 그는 왜 정치의 길을 선택한 걸까. 그리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FPN/119플러스>가 그를 직접 만나 물었다.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새로운미래에서 재난안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독립 소방청의 초대청장을 지냈다.
퇴직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고민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생명과 안전을 중시한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우리 국민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정치 전선에 뛰어들게 됐다.
어쩌다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형 재난이 많이 일어났다. 특히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보면서 이런 사고를 더욱 탄탄하게 예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제도 개선과 관련 정책 추진으로 국민의 안전의식을 좀 더 높인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거로 판단한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재난 환경에 맞춰 제도를 개선하고 탄탄한 현장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재난 전문가인 우리 스스로가 했으면 좋겠다.
정치에 뛰어든 지금과 청장 재직 시절 시각차가 클 것 같다. 얼마 전 주변 친한 지인으로부터 ‘왜 그렇게 큰 고난의 길을 가느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 고난의 길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회도 이제는 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직에 있을 때 국정감사를 겪어보면 피감기관으로서 너무나 힘든 일이 많았다. 올바른 정책 제시보단 잘못된 정책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미래 정책을 더욱 잘 설계하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국회의원이 과제를 발굴해주고 함께 가는 게 더 좋은 방향인데도 현실은 달랐다. 앞으로 정치권의 관심과 힘이 더해져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면 국민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정당 중 새로운미래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지금 당대표인 이낙연 전 총리와는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청장 시절 총리를 맡아 각종 재난 대응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를 안전하게 치르면서 재난 관련 중요성을 인식했다. 거대 양당보다 새로운미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정책에 관심을 보였기에 재난안전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새로운미래 입장에서도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새로운미래의 발표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 안전 관련 사안은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공감하면서 소신을 가질 수 있었다.
재난과 안전 분야에 대한 정치권의 각별한 관심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는 물론 모든 국민의 안전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독 소방청 탄생 당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소방청의 독립은 딱 42년 만의 일이었다. 1975년 민방위 재난통제본부 소방국에서 2017년 독립 소방청이 됐다. 소방의 숙원 사업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독립 소방청 개청, 두 번째는 신분의 국가직 전환이었다.
소방청이 된 그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신분의 국가직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몇십 년 동안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늘 지방과 중앙의 협력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나의 독립 소방청이 되면서 조직 내부의 마음도 모여 국민 안전을 위해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너무나 기뻤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1년 5개월 동안 초대청장을 역임하던 그때와 지금의 소방을 어떻게 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조직 기구가 확장되고 인력이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2020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이뤄졌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한 국가직화가 되진 못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대도 많았다.
예산권과 인사권이 완전하지 않은 국가직화가 이뤄졌는데 여전히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많은 인력이 증원됐지만 소방이라는 특성은 국민과 가장 밀접하기에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소방가족들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국민으로부터 더 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신분 국가직화가 완벽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사실 그 당시에도 소방청에 인사권과 예산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신분만 국가직화가 됐다. 가장 중요한 인사권의 경우 각 시도 간 승진 체계 등 불균형적인 게 많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시도지사의 관심 밖 분야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하루빨리 인사권과 예산권이 경찰처럼 독립돼야 한다. 또 하나는 소방 조직도 경찰처럼 지방청이 되고 직급 조정이 이뤄져야만 재난 현장에서 통제단장으로서의 수월한 역할이 가능할 거다.
소방은 지금도 지방이 모두 본부 체제인데 청 체제로 변화되고 차장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청장 유고 시 재난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 청장 시절 부본부장제를 추진하면서 우리도 경찰처럼 돼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지금도 바뀌지 못했다.
결국 정치인의 역할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는 많은 일이 입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한 법을 정비하고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해 줘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정치인에게 관련 문제를 설명하고 공유하며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정책과 제도를 고칠 수 있는 영역에서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정치인의 길을 가면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21세기는 재난의 시대다. 태풍과 홍수, 폭염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위기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시대에 철저히 대비하고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선 예방과 대비 측면의 다양한 국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이나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최첨단 장비 도입 등 재난 사고와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견고함을 갖춰야 한다.
또 화재 피해가 많은 다중이용시설이나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 등 제도 변화 이전 사각지대에 놓인 곳을 대상으로 한 보강과 재정 지원 대책이 있어야만 국민을 더욱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 주변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파수꾼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다. 365일 24시간 안전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경찰과 소방, 의용소방대, 관련 산업 종사자 등 그분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최근 10년간 42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반드시 현장 인력을 보강하고 끊임없는 장비 확충이 이어져야 한다.
또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등을 겪으며 재난 현장에서 나타난 많은 인명피해를 눈으로 봤다. 이런 희생이 더는 없어야 한다. 그 당시 스스로도 많은 반성을 했었다. 우리 소방이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이 덜 위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보완해 나간다면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산업 육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어떤 생각인가. 국민 안전을 위한 소방산업도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소방산업 관련 기술은 상당히 큰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수출 기반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R&D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소방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약 20만 명이 넘는다. 이분들이 더욱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국민 안전의식 전환을 위한 정책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재직 시 각종 재난 현장에 갔을 때 ‘안전의식만 조금 갖췄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화재로 비유해 보면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의 건물주들은 자기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고 국민 역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주기 전 스스로 뭔가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국가와 지자체, 국민이 모두 하나가 되는 거버넌스 대책이 있어야겠지만 대국민 안전의식이 제고돼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의식은 어릴 때부터 생활화되지 않으면 바뀌기 힘들다.
이와 관련된 법령 체계를 들여다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심정지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전 국민의 심폐소생술 습득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힘쓰고 싶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뭔가. 소방가족을 대표하기에 소방조직법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싶다. 만약 이게 현실화되면 지방소방청 등 재난 대응 조직 체계가 많이 바뀔 거다. 예산과 인사 등 고쳐야만 하는 일들이 분명 너무나 많다.
또 소방산업 일자리 창출과 정상화를 위한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소방산업 육성과 기술진흥 정책은 물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소방산업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과 함께 소방산업진흥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소방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소방인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까지 삶에 있어 소방으로부터 너무나 과분한 것들을 받았다. 능력은 부족한데 초대 소방청장까지 했다. 이제 우리 소방가족들한테 뭔가 돌려주고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정치를 해보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후배 소방관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 소방이 더 나은 환경이 되고 더 강해지면 국민 안전도 더욱 견고하게 지켜질 거라 믿는다. 지금 새로운미래의 정책은 안전과 행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힘들게 결정했다. 소방가족에게 부끄럽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TERVIEW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