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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01.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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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기사입력 2023/08/21 [09:30]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01.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입력 : 2023/08/21 [09:30]

소방관으로 상담업무를 하며 만났던 여러 동료 중 ‘지금의 상황들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하던 직원들이 있다.

 

물론 각자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직무 스트레스로 죽을 만큼 힘들어했던 직원 한 명이 생각난다. 

 

“출근하려고 차에 앉으면 행복하지가 않아요. 

출근하는 길이 죽기보다 싫어요”

 

상담을 온 직원은 소방관이 되기 전 병원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는 일을 잘 못 한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다. 제대로 혼나 본 기억도 없다. 그런데 소방서에서는 걸핏하면 지적을 받고 책임져야 할 일투성이였다. 그런 상황이 그를 주눅 들게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가 봐도 이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인데 선배들은 왜 계속 그의 자존감을 떨어트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상담시간에는 내담자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이유로 그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상담사로서는 내담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공감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기 때문에 어떤 게 팩트고 어디까지가 객관적인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모든 게 힘들었고 출근길이 지옥길처럼 느껴지는 그 직원이 죽고 싶지 않고 행복하게, 아니 최소한 죽고 싶은 마음 없이 살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내 첫 번째 과제였다.

 

“지금 힘드니까 다 그만두고 쉬어라”고 말할 수도, 누구나 쉽게 하는 조언인 “조금만 참고 견뎌봐 좋은 날 올 거야”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 또한 죽고 싶은 만큼 괴로웠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 내 주변의 대부분은 “조금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 올 거야”라고 위로했다.

 

긍정적인 격려였지만 정작 그 얘기를 들으며 ‘그 좋은 날이란 게 도대체 언제 올까? 오기는 할까? 그럼 얼마나 더 버텨야 할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결과적으로 힘들었던 내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더 의문이 들게 하는 그런 조언들이었다.

 

상담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지금 진짜 죽고 싶은 걸까?

퇴사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다른 업무로의 전환을 원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하는 하소연일까?’

 

내 뛰어난 직감과 촉, 그 직원에게 한 질문들을 다 되돌려봐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소방서가 아닌 과거 행복하게 잘 지내던 직장인 병원 앞에 가보기. 그곳에서도 불행하고 행복하지 않은지 자신의 감정 돌아보기. 

 

둘째, 심리적 외상 검사척도인 MMPI와 성격 기질검사 TCI, 문장완성 검사 등 전문검사 진행해보기.

 

우선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정말 우울하고 자살 위험이 큰지 아니면 그냥 다른 대안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검사결과 불안과 우울뿐 아니라 직업 부적응이 높게 나왔다. 실제 검사결과에서도 ‘언젠가는 자살할 것 같다’고 답한 부분이 있었다.

 

소방관이 돼 보람 있고, 안정되고, 행복할 거라 믿었을 텐데 이런 결과를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사실 현실에선 본인 직업에 대한 자기만족이 필요하다. 직업이 업무, 일이긴 해도 재밌고 즐겁지 않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왜 소방관이 되셨나요?”

“처음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기보단 

평소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제게 

공무원인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그다지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는 도전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소방관이 꿈이었던 사람들도 막상 되고 난 후 후회할 때가 있고 힘든 경험이나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 무작정 삶 자체가 우울하고 죽고 싶은 건지, 소방관이어서 죽고 싶은 건지를 분명히 해야 했다.

 

과연 소방관을 그만두면 지금보단 행복해질까? 검사결과를 취합하고 상담 과정을 살펴본 후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야기했다.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소방관이 아닌 자신이 더 행복하다면 

전 그 선택을 응원해요” 

 

그리고 며칠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그 직원은 퇴사했다.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따로 연락하진 않았다. 하지만 잘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이야기하던 그 어린 직원을 보면서 여기가 아니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 믿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퇴사할래요”라고 말하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만류부터 한다. 실제로 그 직원을 보냈던 선배님도 다시 마음을 잘 잡고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다. 마지막 보루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무원이라면 무조건 안정적이라고 선호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직장은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직장과 삶이 조화를 이루고 행복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도록 선배가 정확하고 효과적인 멘토가 돼줘야 한다. 

 

먼저 소방에 몸담은 선배이자 소방관으로서 정확하게 상대방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직시하고 가장 현실적이면서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소방 동료 상담이 성공적이라고 믿는다. 

소방 동료, 선배, 상담사로서 지금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을, 그리고 소방관이라 불행하다고 느끼는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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