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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30. 오늘!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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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기사입력 2026/01/02 [10:00]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30. 오늘! 지금 여기!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입력 : 2026/01/02 [10:00]

 

2년 넘게 <119플러스>와 함께 한 기간은 내 열정 가득했던 7년의 순간을 정리하고 모두에게 소담으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담센터는 다른 이름으로 새롭게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기에 사업을 도입하고 운영하면서 함께한 상담사들의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들, 땀이 녹아있는 추억들을 영원히 기억해주고 싶었다.

 

소담센터가 한순간 불같이 타올랐던 특화사업이 아닌 소방에서 화재, 구조, 구급처럼 소방관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복지이자 치유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소담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라본다.

 

연재하는 동안 내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큰 사건의 무게만큼 성장했고 생각도 변화했다. 소담 이야기를 하면서 온전히 과거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또 객관적인 시점으로 다시 바라보며 부족했던 부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보완할 방법도 깨달았다.

 

<119플러스>와 함께한 시간은 과거 속에 살던 나를 미래가 아닌 현재로 온전히 가져다주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고 경험이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내 소담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상담사들도 또 다른 상담사에게 본인의 이야기와 괴로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상담사들도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고 마음을 비워야 또 채우고 담을 수 있다. 

 

그게 아무리 일이라 해도 쌓이는 건 비워내야만 한다. 상담의 큰 틀과 방법은 변하지 않겠지만 상담사도 계속 공부하고 본인을 다듬어 가야 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걱정하느라 걱정에 치인다. 내가 걱정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런 불안과 걱정은 내담자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내 일처럼 걱정해주는 마음이 됐다. 그걸 내담자들도 알아줬으니 상담사로서는 피곤했을지라도 내담자에겐 따뜻하고 자상한 상담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한 명, 한 명 가족처럼 마음을 쓰고 옆에서 지지자로 오랜 시간 함께하려면 큰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상담사가 많은 수의 내담자를 관리할 수 없고 서로의 물리적 거리도 너무 멀어선 안 된다. 

 

상담사가 모든 걸 다 경험해볼 순 없어도 소방업무 특성상 경험해 본 사람이 이해도가 높고 서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소방관이 하는 동료 상담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퇴직 소방관 동료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퇴직을 최소 5년 이상 남긴 소방관 중 상담에 관심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인성, 소양, 자질을 평가해 전문상담이 가능한 대상자들을 선별하면 어떨까.

 

전문기관 위탁교육을 통해 상담 관련 지식을 교육하고 퇴직 후 재직 소방관들의 멘토와 직무 상담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과거에도 여러 번, 여러 방식으로 제안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정책을 추진할 최고 지휘관이 자주 바뀌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 장기 사업이 한결같이 방향성을 유지하고 꾸준히 발전하기 매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외부전문가에게 맡길 텐가.

 

현직 소방관으로 상담업무를 하면서 업무와 병행하기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다. 동료상담은 정책적으로 변화하는 사업 등으로 인해 현직 소방관이 하기엔 제도적 문제가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 후 그간 경험한 소방업무와 상하 인간관계 등 노하우를 공유하고 후배에 대한 애정으로 멘토 또는 상담을 해주는 게 가장 효율적인 동료상담의 미래 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오은영 박사와 어떻게 하면 좋은 소방관 상담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소방관의 어려움과 아픔은 

소방관이시면서 소방관을 상담하는 선생님이 

저보다 가장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전문가도 해줄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퇴직한 선배에게 받는 조언은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경험자의 노하우라는 걸, 큰 격려이자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한 번쯤은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단 정식사업으로 도입하려면 교육받은 상담사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상담업무만 전념해야 하고 소방에 대한 사랑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 여러 경험치도 필요하다. 게다가 현직 소방관이 아니라는 점은 비밀 보장 면에서 안전할 수 있다. 

 

초기엔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시작하고 위탁교육을 통해 많은 동료 상담사를 양성ㆍ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 또 하나의 조직 상담 시스템의 전문화도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상담사 역량평가 전 상담사로서의 자질과 인성 등 기본 소양을 먼저 평가하고 발탁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이자 어려움일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누군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부적격자인데도 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책은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내부 동료상담소를 운영해 본 결과를 보완하고 변형하면 더 좋은 포맷의 동료상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외부의 장단점을 함께 녹여내고 과거 퇴직공무원 연계사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더한다면 더욱 체계적인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단 철저한 준비와 연구결과 없이 단순하게 퇴직공무원을 활용한 동료상담을 무조건 시작해선 안 된다. 전문가와 협업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우리 조직에 딱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과 적용을 누군가는 꼭 고민해줬으면 한다.

 

소담은 ‘시즌 1’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시즌 2’로 다시 조직 내 동료상담 사업을 시작하리라는 기대를 해보며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더불어 나 또한 사랑했던 소담은 과거에 남겨두고 소방관으로 지금을 다시금 잘 살아나갈 것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서 언제고 동료들이 내가 필요할 때를 위해 항상 귀와 마음을 열고서 말이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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