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6. 소담의 시작과 소담센터

광고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기사입력 2025/09/02 [10:00]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6. 소담의 시작과 소담센터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입력 : 2025/09/02 [10:00]

2017년 소담 활동 초기에는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감찰팀 소속 상설 T/F로 상담 인원을 구성해 찾아가는 상담을 했다. 차량도, 공간도, 정식직제도 없었다. 

 

이후 2018년 소방청에서는 소담을 모티브로 찾아가는 상담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외부 전문 상담 기관 위탁 프로그램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소방청의 찾아가는 상담사업은 서울과 인천, 경기처럼 외부 기관 전문 상담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보단 상담소나 상담이 취약한 지역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소담은 ‘소방관 동료 상담’의 약자다. 소곤소곤 담소 등의 의미도 있다. 최초 3인은 관련 학부 졸업생 2명과 2016년 최초 임용된 심리상담 특채 1명 등 총 3인으로 구성됐다. 

 

6개월간 북부 관내 관서에 찾아가 상담을 권유하고 상담이 필요한 직원들을 상담했다. 그 이후 한 명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2018년부터는 상담 특채와 2인 1조로 소담을 이어가게 됐다. 

 

소담 활동을 할 때 사회에서 의지를 갖고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권유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소방관이 아닌 상담사처럼 보이기 위해 기동복을 벗고 사복을 입었다. 119안전센터를 방문해 홍보하고 상담을 권유하니 보험판매원인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소방관처럼 보이면 상담에 제약이 있을까 봐 착용한 사복이 소방관 같지 않다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그나마 안면을 튼 직원이 있는 센터를 방문할 땐 조금 수월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용감하고 씩씩하게 접근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지금보다 열 살은 어렸으니 그땐 지금과 다른 열정과 용감함, 그리고 무모함이 있었다.

 

그 시절엔 알지 못했지만 지금 와보니 어느 날 갑자기 얼굴만 아는 사람이 주말에 우리 집 벨을 누르고 찾아온 것처럼 당황스러운 사람도, 불편한 사람도 있었을 테다.

 

대다수가 업무 중인데 과거 경험해 보거나 생각지 못한 상담이라는 걸 일터로 찾아가 참여해 보라 하니 선뜻 그 손을 잡기가 쉽지 않고 솔직한 상담도 힘들었을 거다.

 

그렇게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몸소 부딪치면서 2년을 함께 노력한 결과 경기도 남양주에 소담센터라는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심리상담 특채로 임용된 전문가들을 추가 영입해 전문 소방동료상담소로의 모양새를 갖춰 나갔다. 

 

소담 초기에는 온전히 직접 발로 뛰며 홍보와 상담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자리 잡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시간이 지나고 소담을 나온 뒤 객관적으로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 시절엔 보이지 않았고 몰랐던 부족함이 보였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란 객관적인 평가도 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소담센터라는 공간을 만들어갈 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상담사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였다. 그 덕에 구성과 활용, 내담자 동선을 고려해 상담과 프로그램을 구분할 수 있는 전문 공간으로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물론 상담사가 사용할 공간이긴 했지만 리모델링 전문가도 아닌데 상담을 하면서 공간까지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용 상담 공간이 생긴다는 희망이지 않았나 싶다.

 

소방관이 상담받는 소담센터도 전문상담소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비밀이 보장된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안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상담만 받고 갈 수 있는 환경 구성이 중요했다. 

 

의지가 없는 내담자를 상담까지 연계하려면 상담소 문턱이 낮아야 했고 상담 외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보유해야 했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려고 방문했다가 상담으로 이어지게 할 방법도 필요했다.

 

단, 상담과 프로그램은 공간이 분리되고 그에 따라 동선과 담당 상담사도 구분돼야 한다. 조용히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한 공간에서 웃고 즐기는 사람들이 공존한다면 힘든 순간 오히려 상대적 감정박탈감을 느끼고 상담소에 대한 거부감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상담을 하면 PTSD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본인이 인지하는 경우도, 스스로 치유 받고자 찾아가는 경우도 드물다. 공간이 생기니 상담소 문턱을 가볍게 넘도록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막상 상담소를 방문하고 상담이 시작되면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들이 또 소방관이다. 소방관 대부분은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다. 감기처럼 마음이 잠시 힘든 상황이라 다친 부분만 해소해 주면 다시 건강한 슈퍼맨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높은 그룹이기도 하다. 

 

소담센터를 운영한 3년간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도입ㆍ운영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상담사들과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과연 결과물이 완벽했는가에 관해선 의문이 든다. 

 

상담소는 상담소대로 전문화하고 이질감 없이 조직 안에 녹아들도록 할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너무 상담이라는 한 가지만 꽂혀 그 외 다른 것들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후회가 생긴다. 

 

소담센터에 있는 동안 오직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그곳에 와 희망을 찾아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렸다. 상담사 외 새로운 인원들이 섞여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다양하게 조직 안에서 변화ㆍ성장해야 했는데 충분히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가장 인정받고 아껴야 할 주변인 마음을 돌보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고 상담과 프로그램뿐 아니라 교육까지 병행하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 심리상담사 특채인 소담센터 상담사 동료들이 지쳐가고 있었다. 

 

조직과 상담사 사이에서 소방관으로 상담사가 된 사람들이 가교역할을 하고 전문상담사들이 소진되지 않도록 소담센터 내부 직원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해졌다. 

 

공간이 생기고, 인원이 늘어나고, 조직이 갖춰지니 그 외 신경 써야 할 많은 부분이 생겨났는데 미처 그것까지 다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소방관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승진을 하고 이동을 해야 하는 부분이 또 발목을 잡았다. 공간과 인원이 갖춰졌고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발전하는 게 보이는 순간이었는데… 조금만 더 하면 그 이상 다음이 보일 것 같았는데… 소담센터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19플러스 정기 구독 신청 바로가기

119플러스 네이버스토어 구독 신청 바로가기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관련기사목록
광고
[기획-러닝메이트/KFSI]
[기획-러닝메이트/KFSI] 고객 요구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는 ‘고객관리과’
1/6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