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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7. 조직 내부 상담소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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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기사입력 2025/10/02 [10:00]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7. 조직 내부 상담소가 성공하려면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입력 : 2025/10/02 [10:00]

 

소방관 상담사로 근무한 6년의 세월이 꿈처럼 지나갔다. 힘든 순간, 괴로웠던 순간, 슬펐던 순간, 보람된 순간 모두가 종합 선물세트 같았고 언젠가는 다가올 마지막 순간도 늘 준비하고 있었다.

 

소담센터 공간이 성공적으로 마련되자 멋지게 개청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리며 집합 제한뿐 아니라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ㆍ금지됐다. 결국 개청식은커녕 개소식도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소방조직 외 일반 기업에서도 관심을 두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며 2020년 소담센터는 최성기를 맞이했다. 더불어 전국 소방학교에서는 소담 심신 건강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됐다. 

 

소담센터 구성원들은 홍보, 소방관 상담, 교육까지 해야 해서 전국으로 다니기 바빴다. 정원은 센터장 포함 4명이었는데 그중 상담 특채 2명, 일반 소방관 2명이 이 모든 걸 소화해내기가 정말 버거웠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우린 개인사업이 번창해서 신난 사람들처럼 열심히 방방곡곡 누비며 행복해했다. 바쁘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상담사 후배들은 정말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해줬다. 

 

지금 돌아보니 너무 고생을 많이 시킨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애쓰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곳, 우리의 열정과 땀을 담아 완성한 소담센터는 과연 누구의 영광이었을까?

 

찾는 곳이 많고 할 일이 많아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상담 건수가 줄지 않게 하려고 찾아가는 상담과 내담자를 발굴하는 것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상담과 프로그램, 심신안전 교육, 이 삼박자가 균형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내 욕심과 열정에 누군가는 함께 하기 벅차지 않았는지, 그들의 신념과 상충하는 부분은 없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열심히 같이 달려주기만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동안 소담센터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 

 

단순 상담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소담센터 상담ㆍ프로그램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료 상담이란 게 매뉴얼대로 진행이 어려운 데다가 다양하고 빠른 시대 흐름에 따라 힐링프로그램도 변화해 자동화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케이스별로 융통성 있게 운영하더라도 표준화된 프로토콜은 중요한 필수 항목이었다.

 

프로그램을 자동화하진 못했지만 그때 새롭게 상담 프로토콜을 만들고 상담일지를 엑셀로 자동화해 보안 프로그램화한 것이 지금 와 보니 큰 의미가 있었다. 외주로 제작한 소담센터 홍보영상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에서 소담센터의 다양성을 위해 새로운 의견을 도입하고 참고해 발전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과 방법에 길들면 새로운 걸 배척하고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발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면 열린 시각과 마음이 필요하다. 

 

상담소도 꼭 지켜야 할 비밀보장과 상담의 기본윤리를 제외하고는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변화해갈 필요가 있었다.

 

항상 문제는 내 것이 아닌데 오래 그곳에 머무르며 애정이 커지면 내 거라고,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착각하면서 시작된다. 내가 하는 게 최선이고 정답이라는 모순에 사로잡히는 것 또한 시발점이 된다. 

 

그래서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라는 말처럼 순간은 지나가고 시간은 흘러야 하는 게 세상 이치와 맞지 않나 싶다. 열심히 하는 건 올바르나 그렇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에너지를 200% 사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소진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인생은 전력 질주가 아니고 마라톤과도 같아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적당히 쓰며 호흡을 고를 줄 알아야 완주할 수 있다. 인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오랜 시간 전력 질주를 하다 보니 소기의 성과는 이뤘을지 몰라도 그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방전돼 가고 있었다. 

 

잘 쉬어야, 잘 놀아야 다시 일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소담센터에는 없었다. 

 

누군가 중단을 시켜야 멈출 수 있는 ‘말’처럼 어느 순간 앞만 보며 영혼 없이 달리기만 했다. 

 

조직 내부 상담소가 꼭 갖춰야 할 것 중 하나는 비밀보장이고 가장 중요한 건 공감과 이해다. 더불어 소담센터의 상담사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나의 내담자가 소방관이란 사실이었다.

 

소방관들은 일반인과 다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경험치로 전부를 가늠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섣불리 해결하려 해도 실패한다. 

 

오랜 시간 라포를 형성하고 공감하며 신뢰를 쌓아야 소방조직 내 상담의 성패가 좌우된다. 상담에 대한 의지가 일반인보다 적은 소방관들은 더 오랜 시간과 마음을 쏟아야 한다. 그건 개인적인 관심이 아닌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애정이어야 한다.

 

일반상담에서는 개인적인 관심과 애정은 배제하고 철저히 이중 관계를 지향하는 게 목표라면 내가 해본 소방관 동료 상담은 철저하게 마음이 통해야 성공한다. 여기서 ‘마음이 통한다’를 이성 간의 감정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사람이 사람을 믿게 되는 것 또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어야 나를 완전히 드러내고 상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일 우선 고려할 점은 내담자의 상담 의지고 성향이다. 

 

일반적인 상담 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소방관이기도 하다. 

 

조직 내 상담소가 발전하려면 소방관의 특성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상담사들이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일 때 한 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방관 상담사가 되고 싶다면 과연 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단순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더 심오한 사람에 관한 관심과 교감능력이 밑바탕 돼야 한다. 지치지 않는 열정과 소방을 사랑하는 진심이 함께 할 때 소방조직 내 상담사로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또 소방조직 내 상담센터가 오래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ㆍ 발전하려면 지휘관의 시대적 관심과 정책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이 필요하다. 본부 직속 기관이 아닌 별도기관으로 독립해 시간이 지나도 기본정책과 운영방법은 유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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