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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전기적 요인인가? 진정 알 수 없는 원인인가? 자연발화인가?"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기사입력 2020/11/20 [10:00]

[화재조사관 이야기] "전기적 요인인가? 진정 알 수 없는 원인인가? 자연발화인가?"

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 입력 : 2020/11/20 [10:00]

화재는 연간 4만여 건이 넘게 발생하지만 모두 원인이 시원하게 밝혀지는 건 아니다. 특히 자연적 요인이나 화학적 요인의 경우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원인 없는 화재는 없다. 다만 못 찾 을 뿐이다.


화재는 사회재난의 한 부분으로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사회 약속인 안전 수칙을 준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자기 편의주의에서 안전 수칙이나 사회 약속을 간과하고 흘려버리는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거리를 걷다가 침샘이 넘쳐 입안에 침이 고여도 거리에 침을 뱉으면 안 된다고 배웠고 알고 있음에도 무심코 “퉤”하고 뱉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혹은 차량을 운전할 때 창문을 열고 흡연한 후 담뱃불을 무심코 차 창밖으로 버리는 행위 등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자기 편의주의에서 오는 병폐다.


평소 우리의 약속인 법률이나 규칙을 학습한 대로 지킨다면 사회재난은 예방할 수 있다. 법률은 최소한이고 도덕은 최대한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예(禮)와 신의(信義)를 알고 도리(道理)를 지키는 국민성을 갖고 서로 배려할 줄 아는 국민이 사는 안전한 나라다.

 

어느 해 봄, 파지를 재활용하는 야적장에서 발생한 화재다. 화재는 직원들이 퇴근한 후 오후 7시께 발생했는데 화재 초기부터 인지하지 못한 탓에 대형 화재로 확대됐다. 목격자는 화재 발생 업체 직원으로 화재를 인지하고 뛰는 모습이 인근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 촬영됐다. 또 파지를 쌓아놓은 상부에서 연기가 목격되고 불꽃이 희미하게 식별됐다.

 

화재 시 진압보다 신고 먼저!

대부분 야적장에서 불이 나면 연소는 급격하게 확대된다. 불을 끄려고 시도하다 보면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시간도 늦어진다. 이 작업장도 불을 끄려 먼저 움직인 후 화재가 커지고 나서 신고한 경우다. 인근 작업장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보니 촬영된 영상은 인근 ○○엔지니어링 창고 우측 상단으로 검은 연기가 분출하는 게 보일 뿐 발화지점은 확인할 수 없었다.


목격자 진술과 CCTV(폐쇄회로TV)를 확인했을 때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전기시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파지는 일부 젖은 상태였으며 파쇄하고 남은 불순물이 일부 식별됐다. ○○자원 작업장 김 씨는 “○○리사이클링과의 경계 담장 너머로 불길이 약 2~3m 올라와 화재를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을 둘러보라!

○○리사이클링 작업장 내 목격자 이 씨는 “전봇대 주변 종이가 언덕처럼 쌓여 있었는데 전봇대 밑에서부터 불길이 곧게 올라왔다”고 했다. 이 씨가 목격한 형상은 검은 연기가 아닌 뽀얀 연기다. 연기가 옆으로 퍼진 상태가 아닌 위로 곧장 올라오는 형태였다.

 

고압 호스를 끌어다 불이 난 곳으로 물을 뿌리고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불길이 잡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바람을 타고 열기와 함께 회오리치듯 옆으로 번져갔다고 진술했다.

 

▲ [사진 1] 화재현장


화재현장에는 재활용 파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산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화재를 목격한 지점은 전봇대였고 연기는 파지 위에서 목격됐다. 어디가 어딘지, 연기가 목격된 지점이 발화지점인지 현장을 확인하니 불꽃을 목격한 지점이라고 지목된 곳은 반경 20m가 족히 넘어 보였다.


이 현장에서 크게 두 가지로 목격자 위치를 분리했다.

 

첫째, 사람이 목격한 각 위치를 확인하기로 했다. 직접적인 발화지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목격자 위치에서 본 형상과 빛을 추적해 발화지점을 추정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 [사진 2] ○○자원


[사진 2]는 목격자가 ○○리사이클링에서 불길이 2~3m 정도 높이로 넘어오는 모습을 봤다는 지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으로는 어느 지점이 발화지점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숨은 목격자를 찾아라!

둘째, CCTV가 설치된 지점에서 연기와 불꽃을 확인한 후 블랙박스를 확인해 발화지점을 축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 [사진 3] CCTV 화면


[사진 3]은 ○○리사이클링 작업장 외부에 설치된 CCTV 화면이다. 좌측에서 작은 불꽃이 관찰됐다. 화면에선 작은 불꽃이지만 실제 현장은 범위가 넓었다. 사실 불꽃이 보이는 지점의 파지 높이가 약 10m 정도 쌓여 있었고 연소한 면적이 약 1500㎡ 정도 되기에 불꽃 지점을 특정해 발화지점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

 

▲ [사진 4] 블랙박스 화면


블랙박스에는 굴착기 창문 사이로 불꽃이 희미하게 촬영됐다. 파지를 쌓아놓은 지점 상단에서 불꽃이 식별됐다. 촬영 거리가 상당히 멀어 불꽃 크기는 작지만 탄화면적이 꽤 넓다.

 

▲ [사진 5] ○○엔지니어링 CCTV


인접한 ○○엔지니어링 CCTV에 촬영된 영상이다. 확인되는 건 연기와 불꽃이 반사되는 색 정도였다. 차량 블랙박스와의 공통점은 전봇대가 연기 중심에 있다는 거다.

 

연소 형태와 현장을 확인하라!

▲ [사진 6] 소방차량 블랙박스


[사진 6]은 ○○자원 입구 소방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다. ○○자원에 연소 확대는 없고 ○○리사이클링 야적장 내부만 화염이 있는 상태로 상당히 넓은 범위가 연소하는 게 식별됐다. 불길이 전체적으로 넓게 연소하고 있으나 공통된 점은 화염 방향 중심에 전봇대가 있다는 점이다.

 

▲ [사진 7] 발화지점


발화가 최초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조차 찾기 어려웠다. 업체들의 경계가 담장이나 펜스로 적확하게 구획된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 주변엔 작은 하천도 있었다. 하천은 평소 물이 흐르지 않고 약간 촉촉하게 젖어 있으면서 비가 내리면 물이 흐르는 정도였다.

 

어느 업체에서 최초 화염이 시작됐는지 찾기 위해 CCTV로 업체 경계와 최초 화염이 시작된 지점을 [사진 7]과 같이 확인했다. 그 결과 발화지점은 ○○리사이클링 점유공간으로 파악했다.

 

▲ [사진 8] CCTV 방향 확인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카메라 위치를 확인하니 ○○리사이클링 옥상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있었다. [사진 8]은 [사진 7] 우측 화면 건물 용마루와 일직선상에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 [사진 9] ○○엔지니어링 CCTV


[사진 9]는 [사진 5]에 있던 카메라다. 연소 전과 연소 후를 비교한 거다. 천막이 전소된 상태며 적색 화살표 부분이 [사진 5] 연기가 관찰된 부분이다. 또 [사진 8]과 일직선 위에 있었다.


특이점은 발화지점 인근 전봇대에 ○○리사이클링 외 다른 업소에서 사용하는 배전반이 설치돼 있었다.

 

▲ [사진 10] ○○싱크대 업체


가능성 있는 원인을 모두 확인하라!

업체와 상당히 떨어진 지점에 배전반이 설치돼 있었던 건 토지에 관한 지분이나 소유부분의 경계 지점을, 일부는 경계 지점을 확인하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리사이클링 점유공간 발화지점에는 발화 원인이 없다고 주장했다. ○○싱크대는 화재 당시 작업을 모두 종료하고 퇴근한 상태로 사용자가 없었다며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공교롭게도 전봇대 위치가 ○○리사이클링 점유공간으로 확인됐다. 전기시설 사용은 ○○싱크대, 위치한 지점은 ○○리사이클링 점유지점으로 식별됐다. 왜 이렇게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경계지점이 하천을 기준으로 [사진 10] 좌측은 ○○싱크대, 우측은 ○○리사이클링 점유공간으로 확인됐다. 전봇대가 위치한 지점에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하천에 전봇대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사진 10]에서는 마치 ○○리사이클링 점유공간처럼 식별됐다.


배전반에 있던 차단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전기가 통전중이었는지, 차단됐는지 혹시 출화 흔적은 없는지 살펴봐야 했다. 이렇게 발화지점이 광범위하고 넓게 탄화한 지점에서는 분명 경계를 확인하고 점유공간 또는 소유공간을 입회인이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 [사진 11] ○○싱크대 배전반


○○싱크대 배전반 내부를 확인하니 메인 차단기는 트립 돼 있었고 연결된 터미널 단자와 전선에서 단락 흔적이 관찰됐다.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으로 볼 때 배전반은 발화지점과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지점에 있었다.

 

▲ [사진 12] 발화지점 전봇대 주변


[사진 12]는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전봇대 주변이다. 파지가 널려 있고 중간에 관찰되는 파이프는 ○○싱크대와 ○○리사이클링 경계로 조사됐다. 이렇듯 화재현장은 변수가 존재한다. 형상만으로 본다면 발화지점은 ○○싱크대 점유공간일 수도, ○○리사이클링 점유공간일 수도 있다.

 

▲ [사진 13] 하천ㆍ경계


지형과 목격자 진술을 확인하라!

○○싱크대 전봇대에서 ○○리사이클링, ○○자원 사이에 조그만 하천이 있었으나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적치물에 의해 서로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였다. 또 잔화 정리를 위해 굴착기로 정리하던 중 탄화물과 잔류물 위치가 옮겨지며 경계 부분이 가려진 상태라 점유공간의 경계를 우선 확인했다. 이렇게 경계를 확인함으로써 발화지점이 명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 블랙박스 등을 종합한 발화지점 확인과 모든 방향에서 발화지점을 향한 맵핑(mapping)이 필요했다. 중심점은 ○○리사이클링 전봇대가 중심이 됐다.

 

▲ [사진 14] 화염 최초 목격지점


목격자 이 씨가 전봇대를 중심으로 불꽃이 곧게 올라왔다고 진술한 내용대로 전봇대 주변을 확인했다. 주변 탄화잔류물이 많아 굴착기를 이용해 현장을 발굴했다.

 

▲ [사진 15] 전봇대 확인


잔류한 연소 흔적을 확인하라!

전봇대를 확인하니 하단부터 그을린 형태가 관찰됐다. 최초 목격 당시 전봇대는 반 정도 파지에 가려져 하단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굴착기로 주변을 제거하니 하단부터 탄화하고 그을린 형태였으며 측면에 있던 나무에 탄화방향이 선명하게 잔류해 있었다.

 

가연물에 따라 연소 방향성이 다르겠지만 이 현장의 경우 가연물의 연소 특성이 같아 방향성을 신뢰할 수 있다. [사진 15]에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한 패턴이 식별된다. 나무에 잔류한 흔적에서도 화염 진행 방향을 추정할 수 있었다. 전봇대 좌측에서 우측으로 하단에서 상단으로 화염전파 형태가 식별됐다.

 

▲ [사진 16] 나무 탄화흔적


목재에 잔류한 탄화흔적도 좌측이 많이 탄화한 형태로 잔류해 화염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한 모습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목격자들 위치에서 전체적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 목격자 진술과 잔류한 패턴, CCTV, 블랙박스 등이 일치해야 비로소 발화지점을 단정할 수 있다.

 

▲ [사진 17] 블랙박스 위치 확인


증거를 맵핑하라!

○○리사이클링과 ○○자원, ○○엔지니어링, 차량 블랙박스 등의 위치를 확인하고 비추고 있는 방향을 맵핑했다.

 

▲ [사진 18] 맵핑


카메라 촬영 위치와 각도, 방향을 그대로 지도 위에 설정해 일직선으로 선을 그었다.

 

▲ [사진 19] 발화지점 추정


카메라 촬영 위치와 정면에 보이는 건물을 직선으로 연결해 중복되는 지점을 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각 방향에서 보이는 연기와 방향을 중심에 놓고 직선을 그었다. 교차하는 지점이 한 지점으로 축소돼 발화지점을 특정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점은 최초 연기와 불꽃을 최초로 목격한 지점과 놀랍게도 일치했다.


초기 목격자인 김 씨는 ○○자원 직원이다. 그는 “오후 6시 35분에서 45분 사이 직원들과 함께 ○○리사이클링에서 불길이 솟는 걸 목격하고 소화수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이 씨는 “○○리사이클링 야적장에서 전봇대 주변 종이가 언덕처럼 쌓여 있는 곳 밑에서부터 불길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차량 블랙박스와 ○○리사이클링, ○○자원, ○○엔지니어링의 CCTV를 모두 확인한바 발화지점은 맵핑한 결과와 일치했다.


이렇게 넓은 지점이 연소하고 광범위하게 가연물이 적치돼 탄화한 현장에서 발화지점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해 발화지점을 특정했다. 발화지점을 특정하면 발화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이 화재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속된 말로 ‘상노가다’였다. 발화지점을 굴착기로 발굴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탄화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삽과 손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주택이나 내화조 건축물이 있는 공간이라면 빛의 발산 각도와 그림자 크기, 구조물 등을 통해 발화지점 역 추적이 가능하다. 빛이 비치는 광원에 따라 다르지만 섬광이 있는지, 불꽃이 맑게 보이는지, 뿌옇게 보이는지, 중간 구조물이 있는지 등을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정할 수 있다.

 

▲ [사진 20] 발화지점


발화지점을 특정하고 발굴하라!

발화지점이 특정되고 발화 원인을 발굴한 후 시간이 한참 지났다. 집중 탄화한 지점에 아무것도 없이 심부 화재가 있었다. 심부화재는 일반적으로 담배꽁초나 무염 화원에서 발생한다. 이 화재현장에서 담배꽁초를 고의로 던졌다 하더라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파지 속으로 약 10m 정도 타들어 간다는 건 이해되지 않았다.


발굴한 지점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발화한 심부에 기름이 묻은 종이가 관찰돼 확인한바 ‘크라프트지1)’로 확인됐다. 이 크라프트지에는 기름이 침습돼 있었다. 진압 주수에 의한 수분도 종이에는 침습되지 않았다.

 

크라프트지는 화학펄프의 일종으로 크라프트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포장용지인데 어떻게 기름이 침습된 걸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다. 심부에서 크라프트지가 자연발화할 여지가 있는 걸까? 자연발화 한다면 어떤 작용 때문에 발화한 걸까? 점점 의문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을 텐데 그동안 문제는 없었나? 하는 의문도 있었다.

 

가능성 있는 원인을 추론하라!

태양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없지만 기상 상황을 살펴보니 화학적 요인 중 자연발화로 추정됐다. 화재 신고 시간이 오후 6시 40분께고 화재 당일 ○○관측소 기준 최고기온은 19.2℃, 상대습도 53.8%, 일조량 10.2(hr), 풍향 서북서 4.6m/s, 지면 온도 13.7℃였다.

 

△△관측소 온도를 시간대별로 확인해 보면 오후 2시 16.8℃, 오후 3시 16.6℃, 오후 4시 15.6℃, 오후 5시 14.9℃로 확인됐다. □□관측소 온도는 오후 2시 14.9℃, 오후 3시 15.1℃, 오후 4시 14.7℃, 오후 5시 14.9℃였다.

 

목격자 이 씨는 전봇대를 중심으로 불길이 아래에서 위로 곧게 솟아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있던 크라프트지는 포스코에서 생산되는 철재 또는 비철금속 롤 사이에 간지로 사용하는 종이다. 그 크라프트지를 수거해 다량 쌓아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철재나 비철금속의 마모나 녹을 방지하고자 FX 50-K 라는 광유를 사용해 크라프트지에 광유가 침습된 걸 확인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살펴보면 FX 50-K는 인화점이 158℃다. 종이를 야적해 놓은 곳에서 점화원 없이 발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사료됐다.

 

그러나 크라프트지가 롤에 말려있었고 상대적으로 최고 기온의 관측이 19.2℃인 걸 고려할 때 축열 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전봇대 하단에서 불길이 곧게 올라왔다는 이 씨의 진술도 있었기 때문이다.

 

발화지점을 발굴한바 화재는 크라프트지가 쌓여 있는 외피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크라프트지 내부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물질안전보건자료 내용 중 산화 열에 취약하고 적절한 환기를 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크라프트지를 야적해 놓은 상태는 환기가 쉽지 않았을 거로 여겨졌다.

 

○○리사이클링 박 씨에게 전화로 크라프트지는 포스코에서 납품된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과 비철금속 간지라는 걸 확인했다.

 

S-Oil 기술진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FX 50-K는 광유이며 롤링 기름이라 불리고 통상적으로 윤활유로 사용하는 GKS라고 했다. 롤링 기름과 크라프트지 그리고 기온 19℃, 태양열 수렴에 의한 축열 등 자연발화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무게가 실렸다.


크라프트지에 침습된 오일 성분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확인하니 MINERAL OIL과 ESTER OIL, LUBRICATING OIL ADDITIVE, TRICRESYL PHOSPHATE(meta, para isomermixed), 2.6-Di-tert-butyl-p-cresol 성분이 함유돼 있다.부티파라크로졸의 경우 열을 피해야 하고 트리크레실 인산은 적절한 환기가 필요하다.

 

수소 처리된 경질 파라핀 정제유는 옥외 또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취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광유인 롤링 오일의 성분을 각각 살펴보면 태양열에 의한 축열 시 화학반응이나 발열될 가능성이 있다.


발화지점이 전봇대를 중심으로 확인되고 주변에 통전되는 전선이 없었다. 다만 CCTV 전선이 지나고 있어 누전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잔화 정리를 위해 주변을 굴착기로 정리해 흔적 발굴이 어려웠다. 전봇대에 연결된 전선에서 용융흔이 관찰됐으나 전선의 변색 형태와 경화 상태로 봐 수열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종합해 확인하라!

화재는 폐지를 쌓아놓은 야적장에서 발생했다. 최초 목격자인 이 씨는 언덕처럼 종이를 쌓아놓은 윗부분에서 화염을 목격했고 불길은 하단에서 곧게 올라왔다고 진술했다.

 

[사진 4]와 같이 불꽃이 확인되는 점과 일치하는 점, ○○리사이클링 내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자원, ○○리사이클링, ○○엔지니어링의 CCTV 영상 등을 종합해 지도에 맵핑한 결과로 [사진 18, 19]와 같이 동선이 겹치는 부분을 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잔화 정리를 위해 굴착기와 집게 차로 뒤집어 가며 주수해 발화지점의 형체는 확인이 불가했다. 하지만 맵핑에 의해 추정된 발화지점과 주변에 탄화 잔류한 나무에 나타난 방향성 등을 고려할 때 발화지점이 확인되고 발화부 중심부 하단부터 연소한 흔적이 [사진 15]와 같이 나타나 있어 하단부에서 발화돼 직상부로 진행된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 16]과 같이 나무가 한 방향으로 탄화된 건 수열 방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변 가연물 조건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17]에서 바라본 방향과 전봇대 하단부의 탄화형태가 일치하는 것으로 식별됐다. 중심부에 특정되는 발화요인은 식별되지 않으나 크라프트지에 침습돼 있던 광유2) 성분 때문에 화학적 요인이나 자연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었다.

 

서울 ○○관측소와 △△관측소, □□관측소에서 관측된 화재 당일 온도변화를 살펴볼 때 직접 수렴되는 태양열은 없었을 것으로 사료됐다. 하지만 낮에 주변 장애물 없이 직접적으로 태양열을 받아 축열 됐을 개연성과 당시 지면의 온도가 13.7℃로 확인돼 낮부터 태양열이 수렴되면서 장시간 축열에 의해 광유가 반응한 자연발화 화재로 추정했다.


화재현장이 광범위하고 탄화잔류물이 수십 t에 달해 현장 발굴에 어려움이 있었다. 화재진압이 우선돼야 하기에 현장에 굴착기를 여러 대 투입해 잔화 정리하는 과정에서 원인이 훼손됐을 수도 있지만 현장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추정한 사건으로 기억에 남는다.

 


1) 화학펄프의 일종인 미표백 크라프트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포장용지.
2) 광유 : 석유, 석탄, 타르, 셀유 등의 광물성 원료에서 얻어지는 기름의 총칭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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