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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슈트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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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기사입력 2021/03/22 [09:50]

드라이 슈트 다이빙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입력 : 2021/03/22 [09:50]

▲ 드라이슈트 착용 후 아이스 다이빙

 

필자가 기고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제한적이지만 ‘글’이란 표현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며 조금이나마 올바르고 안전한 스쿠버 다이빙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물론 본 기고문이 게재되는 영역의 특성상 구독자 대부분이 필자가 몸담은 ‘소방’에 국한되는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한 아쉬움이 반영된 걸까. 새해가 밝기 무섭게 동해로부터 비보(悲報)가 들려왔다.

 

드라이 슈트 교육을 받던 한 민간 다이버가 수면으로 잠시 올라왔다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실종 하루 만에 수심 27m 지점에서 발견ㆍ인양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사고원인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드라이 슈트 조작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와 관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다.

 

이번 호에선 국내 다이빙에서 필수가 된 드라이 슈트 다이빙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 국내 바다를 경험한 다이버들은 자연스레 웻 슈트(wet suit)에서 드라이 슈트(dry suit)로 한 단계 스킬 업(skill up)하길 원한다. 드라이 슈트는 협회마다 스페셜티(specialty) 과정으로 채택할 만큼 사용방법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웻 슈트와는 다르게 부력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웨이트 양의 선택과 공기 주입ㆍ배기 방법, 비상상황에서의 조치 등의 교육은 필수다.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강 중 심각한 압착이나 원치 않는 급상승 등의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드라이 슈트는 한때 테크니컬 다이버나 소수의 다이버만 착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연평균 수온을 살펴보면 동해가 8.1, 서해 13.5, 남해 19.7℃다. 그래서 이젠 국내에서도, 특히 동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에겐 거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우리 소방도 마찬가지다. 약 20여 년 전부터 드라이 슈트가 보급되긴 했으나 일부 수난구조대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부터는 드라이 슈트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일선 소방서 보급과 더불어 구조대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장에서의 드라이 슈트 착용은 낮은 수온으로 인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함도 있지만 기타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위험 방지 목적도 있다. 여기에 풀 페이스 마스크까지 곁들인다면 더 좋다.

 

드라이 슈트의 선택

드라이 슈트는 소재에 따라서 크게 부틸과 네오프렌 그리고 고무 원단으로 나뉜다.

 

▲ [그림 1] 부틸 드라이 슈트(출처 scubadoc.co.kr)

▲ [그림 2] 네오프렌 드라이 슈트(출처 마레스코리아)

▲ [그림 3] V 사 드라이 슈트(출처 protective.ansell.com)






 

 

 

 

 

 

 

 

 

 

예전엔 네오프렌 계열의 슈트를 선호했는데 현재는 활동성이 용이하고 멋스러운 디자인, 피팅(fitting)감 등의 이유로 부틸 계열이 대중화됐다. 하지만 산업 잠수에서는 내구성의 이유로 네오프렌 또는 네오프렌에 래디얼 코팅을 한 슈트가 여전히 주력 상품이다. 우리 소방에는 대부분 부틸 계열의 슈트가 보급돼 있다.

 

하지만 심각한 오염물질이 누출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기 위해선 [그림 3]과 같은 원단의 슈트도 필요하다. 신체 내부로 화학물질이나 원유 같은 오염물질이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늘 반복하는 말이지만 구조 현장은 복잡ㆍ다양하므로 그에 맞는 대응을 위해선 ‘선호도’에 맞춘 보급보단 ‘적응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장비가 보급돼야 한다. 한쪽으로만 치우친다면 어느 순간 공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이즈 선택에 있어선 당연히 개인 맞춤이 좋겠지만 공용장비로 써야만 하는 현실의 특성상 최소한 부츠 사이즈는 맞춰서 골라 입길 권한다. 드라이 슈트용 양말을 신고 부츠를 착용했을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더 나아간다면 슈트를 착용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나 양팔을 올리고 내림, 등 뒤쪽ㆍ양어깨 만지기 등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몸에 최대한 핏(fit)한 게 좋다.

 

드라이 슈트 내피의 선택

어느 정도 보온의 역할을 하는 네오프렌 슈트를 착용했을 땐 보통 얇은 이너 웨어(inner wear)를 입지만 부틸 계열의 드라이 슈트를 착용할 땐 수온에 따라서 내피를 선택해야 한다. 부틸 계열의 슈트는 물의 유입만을 막아줄 뿐 신체의 보온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피도 제조 회사에 따라 소재가 다양하다.

 

또 다이빙을 장시간 하게 되는 경우, 아이스 다이빙과 같이 수온이 극도로 낮은 곳에서의 활동을 위해선 열선이 들어가는 내피나 조끼 그리고 장갑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습기 흡수력과 통기성이 좋은 이너 웨어를 내피 안쪽에 입고 폴라텍 소재의 내피를 착용한다. 내피 디자인에 따라서는 투피스와 원피스로 나뉘는데 투피스는 입고 벗기에 편하고 원피스보다 활동성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드라이 슈트를 입고 벗는 데에는 원피스가 유리하다. 특히 드라이 슈트 내부에서 내피가 말리는 현상이 없다는 점에서 필자는 원피스 형태의 내피를 선호한다.

 

▲ 아이스 다이빙

 

드라이 슈트 운용

▲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아이스다이빙 준비중인 다이버들

드라이 슈트를 착용하면 가장 부담이 되는 게 부력관리다. 

 

첫 번째로는 적정 웨이트를 찾아야 한다. 웻 슈트와는 다르게 드라이 슈트 내부에 형성되는 공기, 그리고 별도로 착용하는 내피의 종류에 따라 부력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적정 웨이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한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면 드라이 슈트를 착용한 뒤 쪼그려 앉아서 배기 밸브를 통하거나 목 씰을 여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 공기를 완전히 배출한 후 8㎏의 웨이트를 착용하고 입수한다.

 

그리고 호흡을 내뱉으며 폐에 있는 공기를 배출했을 때 물속으로 하강하면 적정 웨이트를 착용한 거고 호흡과 관계없이 하강한다면 웨이트가 초과한 거로 간주한다. 만약 호흡으로 하강하지 않는다면 2㎏씩 추가하며 본인의 적정 웨이트를 찾는다. 

 

▲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아이스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들

두 번째는 하강 기술이다.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수면에서 하강을 시작할 때 드라이 슈트의 배기 밸브를 열어 두고 선 자세로 하강한다.

 

이는 수압으로 인해 드라이 슈트 내부의 공기가 어깨 쪽에 있는 배기 밸브로 자연스럽게 빠지게 하는 동시에 부력을 감소시켜 원활한 하강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수심 3~5m에 도달하면 드라이 슈트 배기 밸브를 잠가준다.

 

만약 트림 자세로 하강하길 원한다면 이 수심에서 트림 자세로 변경해 계속 하강하면 된다. 트림 자세로 하강 시 배기 밸브를 여느냐 닫느냐에 관한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필자는 배기 밸브를 잠그지 않고 하강하는 방법을 사용했었는데 간혹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면 드라이 슈트의 스퀴즈(squeeze) 현상도 빠르게 온다.

 

이에 따라 배기 밸브를 닫고 하강할 때보다 흡기 밸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일이 생겼다. 이는 불필요한 동작이 추가됨과 동시에 기체 소모량도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그래서 하강 시에는 배기 밸브를 닫고 하는 게 더 효율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상승 기술이다. 상승할 때에는 낮아지는 주변 압력에 따라 기체를 소유한 모든 부분에서 부피 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드라이 슈트 내부의 팽창된 공기도 적절하게 배출해 줘야 한다.

 

서서 상승을 할 땐 배기 밸브만 열어주면 자동으로 빠지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지만 트림 자세로 상승하면 왼쪽 어깨 부근에 있는 배기 밸브를 위쪽에 위치시켜야 잉여의 공기가 잘 빠지기 때문에 상승하면서 왼쪽 팔을 들거나 몸을 기울여서 빼줘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함에도 기체가 빠지지 않는다면 즉시 트림 자세를 깨고 서 있는 자세로 전환해 공기 배출을 원활히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급상승하게 돼 부력관리에 실패하게 된다.

 

이 외에도 공기가 다리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나 배기 밸브 고장, 흡기 밸브 고장 등의 부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조치는 꼭 적절한 교육을 받길 바란다.

 

드라이 슈트는 신체를 보호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이득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비를 알기 위한 노력이나 적절히 사용하기 위한 노력,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 말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서두에 언급한 민간 다이버의 사고 소식이 우리 소방에서도 들려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여러분의 드라이 슈트는 어디에 있는가. 창고에 박혀있진 않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꺼내어 먼지를 털어내자. 준비된 구조대원은 현장에서도 주저함이 없을 거다. 또 큰 사고도 막아낼 수 있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대원, 더 나아가 모든 스쿠버 다이버가 안전하게 물속 세계를 여행하길 바란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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