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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수중구조 훈련 방법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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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기사입력 2021/04/20 [09:20]

소방 수중구조 훈련 방법의 개선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입력 : 2021/04/20 [09:20]

해상 어선 전복사고

얼마 전 경주로부터 들려온 뉴스는 내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홍게잡이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40시간 만에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뉴스였다.

 

겨울의 끝자락에 선 2월 동해 수온은 12~16℃ 정도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다면 짧은 시간에도 분명히 저체온증이 나타나게 된다. 심지어 40시간이라는 시간은 생존확률이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후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니 구조된 선원은 선박이 뒤집혔을 때 선체 내부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에어포켓에 있었고 옷도 젖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단한 일임은 분명하다.

 

현장에 투입된 해양경찰 대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구조 활동을 했기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2013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때도 에어포켓에서 구조대상자를 구조한 것으로 기억한다.

 

▲ [그림 1] 수중구조(출처 중앙일보)

 

소방에서 내수면 선박 전복사고 시 생각해야 하는 것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했던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만약 내수면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다와는 어떤 환경 차이가 있으며 구조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에 대해서 말이다. 내수면에서의 사고는 우리가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다와는 분명 다른 환경이다. 바다에선 강한 조류와 높은 파도가 구조작업을 방해한다면 내수면인 강, 저수지 또는 댐과 같은 곳은 파도가 없는 대신 시야 확보가 굉장히 어렵다.

 

게다가 많은 비가 내린 후 강물의 유량과 유속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또는 작은 어선이 아니라 대형 유람선이라면? 구조대상자가 물에 익숙한 선원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이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이것도 직업병이 분명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필자와 같을 거로 생각한다. 일어나지 않았지만 혹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대비해 늘 훈련하고 대비하는 게 우리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곰곰이 생각을 이어가던 중 자연스레 지난 일이 떠올랐다. 이번 사고와 직접 관련된 훈련은 아니지만 어쩌면 구조과정이 유사다고 할 수 있는 ‘수중동굴구조 훈련’이었다.

 

수중 들것

2018년 6월 태국에서 발생한 동굴 조난 사고와 관련해 강원소방본부에서 개설한 특별구조훈련 과정의 강사로 참여하게 됐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수중동굴에서의 다이빙을 체험하는 게 아닌 내부에 고립된 살아있는 구조대상자를 구조해내는 시나리오를 포함했다.

 

최초로 시도되는 훈련이었을 거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특히 장비가 문제였다. 구조대상자를 수중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선 수중용 들것이 필요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게 없어 급히 만들어 사용했다.

 

수중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적절한 부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중구조에 사용하는 부양백(lifting bag)을 사용하기엔 동굴이라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이드 마운트용 부력조절기를 사용했다. 위아래가 막힌 특수한 상황에다가 장애물에 걸리지 않으려면 상하 볼륨이 작아야 했기 때문이다. 구조대상자가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는 양압식 풀페이스 마스크와 실린더도 들것에 장착했다.

 

[그림 2]에서 보면 부력조절기와 들것을 카라비너에 연결했지만 실제 훈련에선 로프를 이용해 앞, 뒤가 수평이 되도록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현장 상황에 맞춰 훈련이 진행됐고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 그림 2] 수중 들것


장비선택

해상 전복사고 얘기를 하다 보니 동굴구조 훈련까지 흘러가 버렸다. 다시 돌아가 내수면에서의 선박 전복사고에 대한 여러 대처 방법에 대해 짚어보자면 수중동굴에서 사용했던 들것은 전복된 선박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 내에는 장애물이 많고 통로가 좁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현재 우리가 보유한 장비로 구조한다면 표면공급식 장비를 사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체공급라인과 생명라인 그리고 통신라인을 통해 원활한 기체공급과 수중ㆍ수면간 상황 전달이 가능해 비상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대상자에겐 일반적인 호흡기가 아닌 헬멧을 씌운다. 구조대상자는 얼굴이 물에 잠기지 않고 호흡도 원활하게 할 수 있어 심적으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표면공급식 잠수장비가 없다면 이번에 전복된 홍게잡이 어선에서 해양경찰이 했던 것처럼 풀페이스 마스크를 구조대상자에게 씌워주고 구조하는 방법이 있다.

 

조금 더 보완하자면 풀페이스 마스크에 수중 통신기를 장착해 수중의 구조대원과 수면의 구조대원 간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 거다.

 

하지만 정말 부득이하게 수중 들것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또는 표면공급식이나 풀페이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끝없는 질문이 이어지려고 한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가길 희망해 본다.

 

▲ [그림 3] 수중동굴에서 수중 들것을 이용한 구조 훈련

 

수난 구조 훈련의 개선

이제까지 우리 소방에서의 수난 구조 훈련 중 수중 훈련은 생존자를 구조하기 보단 실종된 익수자 또는 익사자를 수색하고 인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수중구조 훈련은 생존자를 위한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구조한 소중한 한 생명조차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복된 선박의 에어포켓에서도, 불어난 빗물로 고립된 동굴 속에서도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생명이 있지 않은가.

 

일선 구조대에서 자체적으로 하기 어렵다면 중앙소방학교나 각 시ㆍ도 소방학교 수난 구조교육 중 시간을 편성해 교육ㆍ훈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필자와 같이 여러분도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하나의 작은 질문이 큰 재난 현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나비효과를 볼 수 있길 바라며….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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