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draulic 수중구조 훈련 명소 ‘칡소폭포’ 지난 4월 말 같은 팀 구조대에 근무하는 막내 직원과 함께 ‘칡소폭포’에 다녀왔다. 이곳은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아이스 다이빙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멸종 위기종인 열목어를 만날 수 있어 바다에서의 다이빙과는 또 다른 특색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은 주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소방관으로서, 구조대원으로서 맞이하는 이곳은 Hydraulic(물이 벽 또는 낮은 높이의 댐에서 떨어질 때 형성되는 재순환) 사고와 관련한 수중구조 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막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구조대 막내 직원이 있었기에 조금은 걱정이 앞섰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폭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낙차가 낮았기 때문이다. [사진 1]에서 볼 수 있듯이 폭포 높이는 약 1~1.5m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새내기 구조대원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린 Hydraulic 사고에 대해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 서울 중랑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9살 어린이를 수색하던 중 Hydraulic에 휘말려 우리 직원이 순직했다. 스쿠버 장비를 착용했는데도 우리의 곁으로 다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이 사고는 Hydraulic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칡소폭포에 몸을 담갔다. 이리저리 탐색하는 내내 ‘이곳은 수난 구조대원들에게 굉장히 유익한 장소’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수중에서 본 칡소폭포는 완벽한 Hydraulic을 형성하고 있었다. 낙차가 크지 않고 물의 양이 많지 않아 심하진 않았으나 그걸 직접 보고 느끼며 경험하기엔 충분했다.
급류구조에서, 그중에서도 이러한 Hydraulic이 발생하는 곳에서의 수상 인명구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조대원들에게도 위험 부담이 아주 크다. 자세한 내용은 2020년 10, 11월호 <119플러스> ‘수중보의 위험성’ 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Hydraulic에서의 수중 수색ㆍ구조 그렇다면 수중 수색ㆍ구조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강한 물살과 Hydraulic에 휩쓸리면 구조대상자가 물속에서 어떤 상태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아마 구조대상자는 물속에서 형성된 Hydraulic 때문에 익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물이 떨어지는 낙차에 의해 오랜 시간 파여 있는 공간에 갇혀있을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그곳은 물의 흐름이 없다.
그래서 실종자는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쉽지 않을뿐더러 찾기도 어렵다. 물의 흐름이 없는, 물이 떨어지는 바로 밑 공간에 갇힌 실종자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려면 익사 후 내부 장기가 부패하면서 생긴 가스 때문에 양성 부력이 형성돼야 한다. 떠 오른 사체가 다시 Hydraulic에 휩쓸려 [그림 1]에서 보이는 ‘outwash’로 튕기듯 나와야 가능하다.
이처럼 구조대상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면서 구조대원 또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곳(예를 들어 홍수가 나서 물의 양이 많고 Hydraulic이 강한 곳이나 한강의 잠실 수중보)에서 사고가 난다면 필자는 절대 수중 수색을 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을 거다.
구조대원으로서 안타깝고 무책임해 보일 수 있겠지만 구조대상자가 수면 위로 떠 오르길 기다릴 거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칡소폭포 같은 계곡에서 실종자가 발생한다면 Hydraulic을 알고 그것을 잘 이용해 그리 어렵지 않게 수색할 수 있다.
[그림 2]는 칡소폭포에서 발생하는 Hydraulic을 직접 그린 그림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1]과 [그림 2]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물의 흐름이다.
떨어진 물이 돌아가는 방향이 다른 이유는 물의 양이 적고 낙차가 작아 물이 떨어졌을 때 그 물이 물의 흐름이 없는 공간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와류와 Hydraulic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물의 양이 많아 그 힘이 강해지면 물의 흐름이 없는 공간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그림 1]과 같은 Hydraulic이 발생된다.
[그림 2]와 같은 곳에서 수색할 땐 평상시보다 웨이트를 더 무겁게 착용해 음성 부력을 만들고 바닥으로 붙어서 접근하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물살에 의해 물의 흐름이 없는 곳까지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면 그곳에 갇힌 구조대상자를 만날 수 있을 거다.
가능하다면 풀 페이스 마스크를 착용하길 권하는데 혹여 Hydraulic 와류에 휩쓸려 몸이 돌아가더라도 호흡기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 수중 통신기를 이용해 수면 대원들과 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도 [사진 2]와 같이 바닥에 몸을 최대한 붙여야 한다. 오리발을 힘껏 차면서 추진력을 최대로 해줘야 한다. 핀 킥(fin kick)만으로는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바닥에 잡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잡아당기면서 나와야 한다.
이때 몸이 살짝만 뜨더라도 와류에 휩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텐더 줄은 필수다. 그래야 밖에서 다이버를 당겨줄 수 있다.
하지만 텐더 줄을 당기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당겨 버리면 바닥에서 다이버가 뜨면서 와류에 휩쓸려 줄을 당기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만약 필자가 지휘하고 인원이 여유가 있다면 다이버를 두 명 더 입수시켜 물속에서 당기라고 하겠다.
미국에선 보트 두 대 또는 한 대를 이용해 High-Line System으로 보트 위에 있는 텐더가 다이버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하면서 수색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중랑천에서의 순직 사고처럼 구조대원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Hydraulic 와류에 휩쓸린다면 바닥으로 내려가 탈출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해 호흡기를 절대 뱉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BC에 공기를 최대한 주입해 양성 부력을 만들어 오리발을 차면서 튕기듯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여름을 맞는 구조대원의 자세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나 싶었더니 만개한 꽃들을 즐길 새도 없이 어느새 초여름의 문턱에 와있다.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지만 매년 여름이 오면 물놀이 사고가 발생한다. 우리는 또 그 현장에 있을 거다. 그리고 구조하고 살릴 거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번에 동행했던 새내기 대원도 첫 경험이었지만 구조 환경에 대한 원리와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절차를 숙지시키니 아주 멋지게 잘 해냈다.
만약 여러분 주변에 이런 곳이 있다면 여름철이 다가오기 전에 동료들과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경험해 보고 준비된 구조대원이 되길 바란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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