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과 같이 하강은 다이빙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순조로운 다이빙을 위해선 안전하고 계획적인 하강이 필수다.
이번 호에서는 스포츠 다이빙 또는 수중구조 현장에서 사용하는 하강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하강에 대한 테크닉적인 부분보단 필자의 경험에 의한 조금 더 안전한 방법론적인 부분임을 참고하기 바란다.
소방에 테크니컬 다이빙이 자리 잡으면서 스쿠버 다이빙 기술이 좋아졌지만 몇몇 직원이 너무 고정관념을 갖는 것 같다. 상승은 어렵게 생각하면서도 하강은 그렇지 않은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구조 활동을 하는 구조대원이라면 하강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구조 현장에서 다이버의 하강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과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필자도 구조 임무를 띠고 출동한 사건들이라 잊히지 않는다.
스쿠버 다이빙에서의 하강을 설명한다면서 시간이 흐른 이 두 사건을 꺼내는 게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다. 두 사건에 대해 논하자는 게 아니다. 이 두 사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같은 국민으로서 바라봤을 땐 마음을 많이 다친 사건이라는 점과 구조대원의 시각으로서는 구조 현장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어느 구조 현장의 상태가 좋을 수 있겠냐 만은 특히 이 두 곳은 더욱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서해의 빠른 조류는 우리를 더 힘들게,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평상시라면 문제없었을 ‘하강’부터 우리 발목을 잡았다.
천안함 구조 현장에서는 민간 다이버 몇 명이 정조 시간 물때에 입수했는데도 하강 라인을 잡지 못한 채 떠내려가면서 하강하지 못해 구조 활동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세월호 현장에서는 천안함 때보단 하강이 수월했지만 자칫 라인을 놓친다면 바지선 밑으로 다이버가 들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산업다이버 한 분께서 바지선 밑으로 들어가는 사망사고가 발생해 우리 대원들이 수습하는 일도 있었다.
시야가 좋고 조류가 없는 곳, 또는 하강 지점이 특정되지 않은 곳이라면 버디가 확인할 수 있게 원형 대형을 유지하고 속도를 맞춰 동시에 하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곳은 하강 라인이 굳이 필요치 않아 자유 하강을 하면 된다. 만약 하강 중 버디가 이탈했다면 사전에 약속된 시간만큼 주변을 찾아보고 없으면 바로 상승한 후 팀원과 합류해 다시 하강한다.
하지만 구조 임무를 띠고 하강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단 하강 라인은 필수다. 시야와 조류는 현장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미국 해군 매뉴얼에서는 조류가 1knot 이상이면 다이빙을 금지하고 있다. 천안함 현장에도 미국 구조함이 있었지만 그들은 매뉴얼에 따라 다이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소방관은 1knot 이상이 나오더라도 구조 다이빙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조류나 물살이 강해 오리발을 차기가 힘들더라도 수중수색을 하고 있다.
조류나 물살이 세다면 앞에서 말한 원형 대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아니 원형을 유지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세 명이 원형을 유지하고 하강한다면 1번 다이버는 뒤에서 조류를 받아 하강 라인 쪽으로 붙고 2, 3번 다이버는 옆으로 조류를 받아 하강 라인과 멀어질 거다.
수심이 얕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이 다이버들은 하강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다이버의 위치에 따라 각각의 다이버는 조류의 영향을 다르게 받기 때문에 그에 맞는 킥을 지속해서 구사해야 하고 그로 인해 하강시간은 계획된 시간보다 지체되고 기체도 많이 소비하게 된다.
좋은 하강이란?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구조 활동에 있어 좋은 하강일까? 조류가 강하고 시야가 없는 곳이라도 수면에 팀원이 많아 1차 수색 후 다른 곳으로 하강 라인을 이동하기 쉽다면 필자는 구조대원들에게 앵커를 무겁게 하고 5~6㎜ 굵기의 로프를 사용한 하강 라인을 잡고 편하게 내려가라고 하겠다.
너무 굵은 로프를 사용하면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아 무거운 앵커를 쓴다 해도 앵커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굵기가 너무 가늘다면 앵커를 올릴 때 하강 라인이 끊어지거나 드라이 장갑을 착용한 구조대원들이 잡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라인을 잡고 하강할 수 없다면 조류를 이용해야 한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원형 대형은 권장하지 않는다. 이때는 조류의 역방향으로 팀원들과 평행을 유지하면서 하강해야 한다.
모든 다이버가 같은 방향의 조류를 받는 동시에 전진력이 가장 강한 킥을 구사할 수 있으므로 하강 라인에서 멀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입수 시 수면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거다. 수면에서 팀원들과 동시에 하강하려 한다면 먼저 입수한 다이버부터 차례로 조류에 떠밀리면서 팀 하강이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서 사전에 계획해 입수하는 순서대로 바로바로 하강해야 한다. 이땐 무조건 하강하지 말고 수면 쪽을 쳐다보며 팀원과 서로 식별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단 이 두 가지 방법은 시야가 어느 정도 있을 때 사용한다. 시야가 없고 조류가 강하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무조건 하강 라인을 잡아야 한다. 하강 라인은 우리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필자도 몇 번 하강에 실패해 계획된 잠수를 못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제주도에서 수심 100m에 빠진 해양 관측 장비를 수색하고 인양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 당시 강한 조류로 인해 원활하게 하강하지 못했고 스쿠터를 사용했는데도 기체를 많이 소비해 위험에 빠질 뻔했다.
이게 바로 하강을 쉽게 여기지 않게 된 계기다. 혹시나 독자 여러분도 다이빙하면서 혹은 모든 구조 현장에서 중요하지만 사소한 부분으로 치부하고 간과하는 부분이 있진 않은지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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