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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그 이름, 이혼- Ⅳ

미워도 다시 한번 노력해야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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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 정진 한주현 | 기사입력 2022/09/20 [10:00]

멀고도 가까운 그 이름, 이혼- Ⅳ

미워도 다시 한번 노력해야 부부입니다

법무법인(유) 정진 한주현 | 입력 : 2022/09/20 [10:00]

영화감독 홍상수 씨는 배우 김민희 씨와 교제하며 부인과 자녀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홍상수 씨는 부인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혼 청구는 기각됐습니다.

 

그러니까 법률상으로 홍상수 씨는 여전히 부인과 부부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홍상수 씨가 김민희 씨와 아무리 장기간 교제를 지속하더라도 그 둘의 관계는 상간 관계, 즉 불륜에 불과합니다.

 

이혼 소송에서는 홍상수 씨와 같은 배우자를 유책배우자라고 합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쪽이라는 의미입니다. 유책배우자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가사법 체계가 파탄주의가 아닌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탄주의에서는 부부 관계가 어그러질 대로 어그러져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이기만 하면 이혼이 성립됩니다. 누가 이혼을 청구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책주의에서는 혼인이 파탄 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한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여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책주의는 ‘축출이혼’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유책배우자는 아예 이혼 신청을 할 수 없는 걸까요? 예를 들어 상대방도 더 이상 부부로서 같이 살 마음은 없는데 그저 유책배우자에게 복수할 마음으로 ‘절대 이혼해주지 않겠다’고 나오는 경우엔 어떨까요?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신청을 허용해주는 예외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2015년 대법원은 아직은 유책주의를 파탄주의로 변경할 때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1)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마음이 없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2)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3) 세월이 많이 지나 혼인 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게 더는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2013므568 판결).

 

위 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7월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2021므14258 판결). 사안은 이렇습니다.

 

A 씨와 B 씨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하고 그해 12월 딸을 낳았지만 계속해서 갈등을 반복하다 결국 A 씨가 가출하며 별거했습니다. A 씨는 2016년 5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배우자와 자녀를 두고 가출한 A 씨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A 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후에도 A 씨와 B 씨는 계속해서 별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B 씨와 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담보 대출금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또 A 씨는 딸의 양육비도 지급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딸에 대한 면접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B 씨가 A 씨에게 딸과 만나려면 먼저 집으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2019년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2016년도 소송에서와 같이 A 씨는 유책배우자이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하며 A 씨의 이혼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좀 다르게 보았습니다. 과거에 한쪽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패소했더라도 그 후 상대방 배우자 또한 유책배우자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며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라면 종전 이혼소송에서 인정된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라면 그러한 혼인을 유지하는 게 자녀에게 과연 좋은 일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부모의 계속된 분쟁상황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게 자녀의 복리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ㆍ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 등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축출이혼의 가능성이 없도록 세심히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부부 관계는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부부 모두가 함께 부단히 노력해야만 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설사 한 쪽의 잘못으로 부부 관계가 어그러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어그러진 관계의 회복을 위해선 양측 모두 노력해야만 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돌아보라는 겁니다. 너무 미워서 다시 한번 더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관계라면 그러한 관계는 법률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한주현 변호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정진의 변호사로 이혼이나 상속 등의 가사사건 및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무법인(유) 정진_ 한주현 : jhhan@jungjinlaw.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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