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업무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치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예우를 받는 보훈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소방공무원 업무’는 어디까지를 이야기하는 걸까?
소방공무원 본연의 직무라 할 수 있는 화재진압, 구조ㆍ구급 업무는 당연히 포함된다. 그렇다면 화재진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경우는 어떨까? 소방공무원 업무수행 중 사고를 당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관련 판례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2007년 이천 CJ물류센터 화재 당시의 일이다. 화재진압 활동을 마치고 소방서로 돌아오던 물탱크 소방차 한 대가 고장이 나서 고속도로 한가운데 멈췄다.
소방대원들은 가까운 119안전센터에 인력 지원을 요청했고 소방교 A가 출동했다. 그런데 출동한 A가 순찰 차량을 갓길에 정차하고 내리던 중 뒤따라오던 5t 화물차가 그만 그를 쳤고 안타깝게도 A는 사망했다.
A의 유족들은 순직군경유족등록1)을 신청했으나 행정청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승소했다.
‘소방공무원법’이 ‘화재진압 또는 구조ㆍ구급 업무와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소방공무원을 보훈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A가 직접적으로 화재진압 또는 구조ㆍ구급 업무 중 사망한 건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것이어서 보훈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대법원 2009두17551 판결).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소방공무원 B는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차를 타고 출동했다가 소방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B의 유족들도 순직군경유족등록을 신청했는데 행정청이 이번에도 이를 거부했다. 이 사건 역시 1심에서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유족들이 승소했다.
특히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당연히 위 경우 역시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업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로 봐 보훈 대상자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0두17915 판결).
행정청이 보훈 대상 소방공무원의 범위를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한 이유는 과거 ‘소방공무원법’ 규정이 보훈 대상 범위를 굉장히 좁게만 인정하고 있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2007년 개정 전 ‘소방공무원법’은 ‘화재진압, 구조ㆍ구급 업무수행 또는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만 보훈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즉 1) 화재진압, 2) 구조ㆍ구급, 3)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훈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출동을 위해 소방차를 타고 가다가 사망한 경우엔 화재진압도, 구조ㆍ구급도, 교육훈련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훈 대상자가 아니라고 본 것이었다.
하지만 2007년 법이 개정되며 위 세 가지 경우에 더해 ‘화재진압 및 구조ㆍ구급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도 보훈 대상자로 삼게 됐다. 이 규정조차 현재는 대폭 개정돼 아래와 같이 그 범위가 폭넓게 인정되는 ‘직무수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소방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라면 화재진압이나 구조ㆍ구급과 같은 특정 업무를 수행 중이 아니었다 해도 보훈 대상자가 되기엔 무리가 없게 됐다.
1) 당시 법은 업무수행 중 사망한 소방공무원을 ‘순직군경’으로 간주해 보훈대상자로 삼았다.
한주현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정진의 변호사로 이혼이나 상속 등의 가사사건 및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무법인(유) 정진_ 한주현 : jhhan@jungjinlaw.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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