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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생활안전 관련 장비 여기에 다 있네”… (주)애니테크

국내 최초 생활안전 장비 전문기업… 말벌 방호복 등 23개 제품 생산
100% 자체제작ㆍ해당연도 생산 제품만 납품 등으로 고객 만족도 ‘UP’
전국 소방서에 적어도 1개 이상 납품… 무한 A/Sㆍ피드백 적극 수렴
김진우 대표 “생활안전 장비 시초 기업답게 제품 개발에 더욱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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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6/20 [10:00]

[COMPANY+] “생활안전 관련 장비 여기에 다 있네”… (주)애니테크

국내 최초 생활안전 장비 전문기업… 말벌 방호복 등 23개 제품 생산
100% 자체제작ㆍ해당연도 생산 제품만 납품 등으로 고객 만족도 ‘UP’
전국 소방서에 적어도 1개 이상 납품… 무한 A/Sㆍ피드백 적극 수렴
김진우 대표 “생활안전 장비 시초 기업답게 제품 개발에 더욱 노력”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6/20 [10:00]


2022년 9월 19일 강원도 속초에서 밤을 따던 시민이 말벌에 쏘여 숨졌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 5일 전북 익산시에서도 제초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말벌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1만명 이상이 벌 쏘임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한 해 평균 9명이 목숨을 잃는다. 벌 쏘임 사고가 끊이지 않자 소방청은 2020년부터 ‘벌 쏘임 사고 주의 예보제’를 발령해 시민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 이상 기후와 녹지 조성 사업 등으로 말벌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소방의 벌집 제거 출동 건수도 함께 증가하는 실정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 벌집 제거를 위해 소방대원이 출동한 건수는 53만734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484건 출동하는 셈이다.

 

소방대원이라고 벌이 공격하지 않을까? 2015년 9월 말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말벌에 눈 등 여러 부위를 쏘였다. 보호장구를 착용하기도 전이었던 터라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시간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이 방화복을 입듯 벌집을 제거하는 소방대원에게도 보호복이 필요하다. 애니테크가 말벌 방호복에 관심을 두고 개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땀, 한 땀 재봉하고 조립하고… 모든 제품 자체 제작

말벌 방호복은 국내 최초 생활안전 장비 전문기업인 (주)애니테크(대표 김진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2007년 8월 설립된 애니테크는 동물의 애니멀(Animal)과 무엇이든을 뜻하는 애니띵(Anything)의 접두사 애니와 테크니컬(기술, technical)을 합친 말로 김진우 대표가 직접 지었다.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다양한 생활안전 장비를 시중에 납품하고 있다. 말벌 방호복뿐 아니라 올무 등 동물포획장비, 엘리베이터 마스터키, 차량문 개방기 등 생산품은 23종에 달한다.

 

직원은 6명으로 규모는 작지만 모든 제품을 100% 자체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말벌 방호복은 틈이 조금만 있어도 벌에 쏘일 수 있어 촘촘한 봉제 작업이 필수다. 애니테크엔 전문 미싱사 2명이 밤낮으로 한 땀, 한 땀 방호복을 재봉하고 있다.

 

 

이 밖에 각종 동물포획장비와 엘리베이터 마스터키, 차량문 개방기 등은 김진우 대표가 직접 조립한다.

 

 

애니테크의 또 다른 특징은 해당 연도에 생산한 제품만 납품한다는 점이다. 연초에 미리 각 제품을 50개 정도 만들어 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출하한다. 제품하자에 따른 컴플레인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고객이 먼저다’… 무한 A/S에 피드백은 적극 수용

애니테크는 현장 대원 사이에서 고객 친화적인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다”는 김진우 대표의 평소 신조다. 그는 회사 설립 때부터 A/S 비용은 일체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판매자로서 책임감 때문이다.

 

현장 활동하다 고장 난 제품은 물론 구매한 지 10년이 지났어도 무상점검ㆍ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제품은 새 제품으로 교환까지 해준다. 

 

장비를 직접 사용하는 소방대원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도출된 문제점은 개선하고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새로운 제품군 개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애니테크의 첫 생산품은 현장 대원의 의견에 착안해 탄생했다. 항상 구매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니즈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조치해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애니테크의 주요 제품군엔 어떤 것들이?

애니테크는 말벌 방호복 세트와 각종 동물포획장비 등 모두 23개 제품을 생산ㆍ납품한다. 4개의 특허출원과 4개의 실용신안권, 8개의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모든 소방서에 애니테크 제품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은 갖춰져 있다. 

 

1. 말벌 방호복 세트

애니테크의 대표 제품인 말벌 방호복 세트다. 헬멧과 방호복 등으로 구성된다. 

 

말벌 방호복 개발 이전에 소방대원들은 보통 방충복이나 방화복을 착용하고 벌집을 제거했다. 그러나 방충복과 방화복은 모두 틈이 존재해 벌에 쏘일 위험이 상존했다. 

 

말벌 방호복 원단은 폴리에스테르와 특수가공된 나일론에 PVC를 코팅한 매끄러운 재질로 제작됐다. 말벌이 쉽게 앉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허리 지퍼와 신발걸이 밴드를 부착해 말벌의 침투도 원천 차단한다.

 

말벌 방호복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색상이다. 벌은 색맹이라 색 구분을 못 하고 움직이는 검은색에만 반응한다. 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흰색으로 맞췄다.

 

헬멧은 고소 작업 중 추락이나 감전 등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해 ‘산업안전보호법’ 안전인증 심사를 통과한 제품을 사용했다.

 

2. 말벌 제거 전용 스프레이ㆍ원격 말벌 퇴치기 세트

국내 유일의 말벌 제거 전용 스프레이로 말벌 제거를 위한 필수품 중 하나다. 말벌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2m 거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독성이 강해 장수말벌뿐 아니라 대형 말벌도 제거할 수 있다.

 

스프레이보다 더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격 말벌 퇴치기는 최대 길이 207㎝ 이상, 분무 거리는 50㎝ 이상이다. 카본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무게(320g)가 가볍고 4단 안테나 방식으로 보관이 편리하다. 봉의 머리 부분이 후렉시블 헤드로 구성돼 원하는 방향으로 분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동물포획용 올무


애니테크의 첫 생산품이자 김진우 대표가 최초로 발명한 제품이다. 고리를 잡아당겨 와이어로 동물을 포획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이런 종류의 장비는 많았지만 동물을 죈 와이어를 푸는 기능은 없었다. 이에 구조대원이 직접 손으로 풀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동물에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최초로 와이어 자동 풀림 기능이 장착돼 구조대원의 부상을 방지한다. 와이어는 PVC로 제작돼 동물의 몸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너비 조절도 가능해 다양한 종의 동물을 포획할 수 있다.

 

4. 파충류(뱀)ㆍ동물 포획집게

 

봉과 핸들, 집게로 구성된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으로 제작돼 가볍고 튼튼하다. 집게는 고무로 코팅해 파충류와 동물에게 상해를 주지 않고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길이는 약 1m, 무게는 800g 정도다. 확장봉을 장착하면 더욱 원거리에서 동물을 포획할 수 있다.

 

“소방대원이 안전하게 소방 활동할 수 있는 장비 만드는 게 꿈”

 인터뷰  김진우 (주)애니테크 대표

 

“회사가 잘 되는 것도 좋지만 대표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방대원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발한 제품들은 다 그런 마음으로 탄생한 겁니다. 국내 최초 생활안전 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책임감으로 앞으로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한 제품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애니테크의 김진우 대표는 대학 시절 동사무소(현 행정복지센터)에 가면 프린터나 컴퓨터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브랜드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조달 절차를 거쳐 납품됐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진우 대표는 매사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졸업 후 우연히 취업한 회사가 소방서에 구조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였다. 안타깝게도 6개월 만에 회사가 폐업하면서 설립한 회사가 ‘애니테크’다. 하지만 이전 회사 근무 기간이 길지 않았던 터라 소방서에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무작정 소방서로 향했다.

 

“소방장비는 물론 조달시스템 등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배울 곳은 소방서뿐이었죠.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소방서는 한 곳도 없을 정도예요. 1년에 주행거리가 10만㎞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어김없이 서울의 한 소방서를 방문했다. ‘올무가 망가져 쓰질 못한다’는 한 대원의 하소연에 선뜻 수리해보겠다며 고장 난 올무를 들고 소방서를 나섰다. 평소 물건을 고치는 덴 자신이 있을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장비를 분해하던 중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고리를 잡아당겨 동물을 포획하는 장비는 있지만 그 와이어를 자동으로 푸는 장비는 없는 상황. 이 두 가지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있다면 소방대원들이 더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생겼다.

 

“문제는 실제로 구현하는 거였죠.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면서 한 달간 연구를 진행한 끝에 결국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올무를 건네받은 소방대원에게 다시 가져다주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당시엔 생활안전 장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이 제품 개발을 계기로 김 대표는 생활안전 전문기업으로 거듭나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니테크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확립된 순간이다.

 

“회사 설립 초기 벌집 제거를 위한 소방서의 구매 리스트를 보니 방충복이나 가스토치, 모기살충제 등이었어요. 말벌을 조심하라는 뉴스가 계속 보도되는데 이 장비들로 과연 소방대원이 안전할까란 생각이 계속 맴돌았죠. 다른 나라는 어떤지 봤더니 흰색의 말벌 전용 보호복이 있었습니다. 왜 흰색인지 궁금해 공부를 거듭했죠. 그땐 정말 매일 밤 꿈에 나올 정도로 벌에 빠져있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김 대표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말벌 방호복 개발 당시 일일이 번역기를 돌려 해외논문을 정독할 정도였다. 그렇게 탄생한 말벌 방호복은 애니테크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2만7천벌에 달한다.

 

이제 생활안전 장비 기업으로 어엿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애니테크는 최근 벌집 제거용 드론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드론이 벌집에 직접 접근한 후 스프레이를 분사해 제거하는 방식이다. 소방대원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영상을 모니터로 보면서 조종ㆍ제어한다.

 

“말벌 방호복이 말벌의 공격을 막아주는 제품인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벌집이 주로 높은 곳에 있다는 겁니다. 사다리 위에서 제거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벌이 공격하면 피하려다 자칫 추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벌집제거용 드론을 이용하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죠”

 

김 대표 머릿속은 장비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이 아이디어의 시작점은 다름 아닌 소방대원의 안전이다.

 

“소방대원의 안타까운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그들이 마음 놓고 소방활동을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제 꿈이자 목표예요. 이를 이루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몇 년 안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장비를 세상에 내놓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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