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소방을 사랑한 두 청춘, 숭고한 희생 꼭 기억하겠습니다”공장 화재 현장서 순직한 고 김수광ㆍ박수훈 소방관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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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화재 현장에서 인명 검색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경북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2월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장으로 엄수됐다.
두 소방관을 태운 운구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 도착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도열해 있던 동료 소방관들이 거수경례로 이들을 맞았다.
운구 행렬로 시작된 영결식은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보고, 1계급 특진ㆍ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고별사, 헌화ㆍ분향, 조총 발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마지막 배웅 길은 유가족과 동료 등 1천여 명이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경상북도는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대통령 조전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는 화재 현장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청년들이었다”며 “장래가 촉망되는 이들을 화마 속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했다.
이어 “공동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긴박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든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과 함께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를 추모하며 영면을 기원하겠다”고 전했다.
영결사를 전한 장례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늘 우리는 경상북도의 두 청춘을 떠나보냅니다”라고 한 뒤 한동안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지사는 “두 대원은 화재 현장에서 혹시나 남아있을 마지막 한 사람을 찾기 위해 화염을 가르고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두려움이 왜 없었겠느냐”며 “사람 구하는 걸 사명으로 여기는 소방관이기에 그들은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해내지 못해 미안하고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어서 또 미안하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투철한 사명감으로 헌신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희생을 절대로 잊지않겠다. 기억하고 또 기리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와 함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에서 근무했던 윤인규 소방사의 조사가 이어졌다.
윤 소방사는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 소리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반장님들.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진입하던 늠름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기나긴 수색 끝에 결국 동료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아직도 믿을 수 없다. 당장 내일이면 반갑게 웃으며 만날 것 같은데 하늘은 뭐가 그리 급해서 두 분을 빨리 데려가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반장님들이 늘 그랬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달려가고 최선을 다해 지켜내겠다. 부디 하늘에서 우리를 잘 보살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 김수광 소방장의 20년 지기인 전남 광양소방서 소속 김동현 소방관은 “함께 소방관을 꿈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너와 함께 붙어 지내던 시간이 생각난다”며 “명언을 굉장히 좋아했던 친구로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너의 말이 오늘 더 기억나고 내 마음을 더 울리게 하는구나”라며 애통함을 전했다.
고 박수훈 소방교의 친구 송현수 씨는 “한 살 터울의 형ㆍ동생 사이지만 누구보다 편하고 친했던 동료였다”며 “시간이 지나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겠지만 꼭 당신을 기억하겠다. 그리고 먼 훗날 당신이 있는 곳으로 반드시 찾아갈테니 꼭 기다려 달라”면서 울먹였다.
영결식 이후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소방청은 조기를 게양하고 2월 5일까지 소방청사 야외에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를 운영했다. 또 같은 달 1일부터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모든 소방관에게 근조 리본을 달도록 했다.
분향소는 두 소방관의 고향과 근무지인 구미소방서, 문경소방서, 상주소방서, 경북도청 등에도 마련돼 5일까지 운영했다.
소방을 슬픔에 빠뜨린 그 날의 화재
1월 31일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소재 한 육가공품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장은 연면적 4319㎡, 4층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이다.
신고를 받고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대원들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도 함께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들은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이 대피하는 걸 발견하고 내부 인명 검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수색에 돌입했다. 인명 검색 중 급격히 불길이 확산하면서 건물 내부에 고립됐고 건물 붕괴까지 이어지면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소방은 이날 오후 8시 25분 대응 1단계, 8시 2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240명과 장비 57대를 투입해 진화와 동시에 구조 작업을 벌였다.
고 김수광 소방장은 2월 1일 오전 0시 21분, 고 박수훈 소방교는 오전 3시 54분 동료들에 의해 각각 발견됐다.
숭고한 사명감과 뜨거운 열정으로 모두에게 귀감
‘고 김수광 소방장’
고 김수광 소방장은 1996년 6월 2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태어나 소정초등학교와 광평중학교, 구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 복무 후 소방관이 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시험에 합격한 뒤 2019년 7월 구미소방서 송정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으로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2023년 1월 소방교로 승진한 후 문경소방서 점촌119안전센터로 발령받았고 1년간 근무 후 119구조구급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 동료들과 우애가 깊고 후배에게 존경받는 모범적인 소방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5년여의 재직기간 동안 500여 차례 현장에 출동했으며 매번 열과 성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11월 9일에는 제60주년 소방의날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소방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소방관
‘고 박수훈 소방교’
고 박수훈 소방교는 1988년 4월 20일 대구광역시 범어동에서 태어났다. 산격초등학교와 신암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특전사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4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후 소방관의 꿈을 키우다 당당히 시험에 합격하며 2022년 2월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에서 소방관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박 소방교는 평소에도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소방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
2년여 재직하면서 400여 차례 현장에 출동해 임무를 완수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훈련에도 늘 남보다 앞장서며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남화영 청장,
“사고 조사 철저히 진행한 뒤 제도와 SOP 보완하겠다”
고 김수광ㆍ박수훈 소방관의 영정 앞에서 울먹이던 남화영 소방청장은 이날 영결식부터 안장식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리곤 서한문을 통해 사고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한 뒤 제도와 SOP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화영 청장의 서한문 전문이다.
사랑하는 소방 가족에게 드리는 말씀
먼저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깊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동료 소방 가족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이번 조문 때 유가족분께서 “왜 젊은 소방관만 희생되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무슨 말씀으로도 위로할 수 없었고 소방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통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소방 가족 여러분!”
지난해 12월 故 임성철 소방장을, 3월 故 성공일 소방교를 아픈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젊은 소방관을 잃을 때마다 꼭 다짐했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자고, 다시는 후회를 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런 다짐과 개선 노력에도 안타까움은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때마다 ‘무엇 때문에’라는 물음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절차가 없었어? 전술이 없었어? 지휘역량 부족으로?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요?
오늘도 청사 담벼락에 걸린 ‘반복되는 순직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정말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나부터 소방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일입니다.
채근담에 ‘아무리 가까운 길이라도 가지 않으면 닿지 못하고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한번 차분한 마음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바꾸어 갑시다.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생명에는 소방관도 포함된다. 소방관 목숨부터 챙겨야 할 것 아니냐?”라고 조언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지당하시고 맞는 말씀입니다.
소방이 투철한 사명으로 위험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국민이 잘 알고 계십니다. 국민에게 안심을 드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By Myself)을 지킬 수 있도록 달라져야 합니다.
먼저 소방청은 이번 사고에 대하여 민간전문가, 노조와 직협 회원까지 포함하여 조사단을 구성하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석하여 제도와 SOP를 점검ㆍ보완하겠습니다.
소방본부는 안전관리를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까, 소방서는 각자가 현장에서 안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살펴봅시다.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국민의 신뢰와 칭송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느슨한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 함께 ‘국민 곁에 준비된 든든한 119’가 되도록 합시다.
“나는 소방과 결혼했습니다”,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합니다”라는 두 분의 깊은 마음이 살아있고 널리 소방 가족의 마음에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별사
영결식에 앞서 고인이 되신 김수광 소방장님, 박수훈 소방교님을 위해 소방 선ㆍ후배님을 대표해서 나오게 된 문경소방서 소방사 윤인규입니다.
처음 두 분을 뵀을 때를 기억합니다.
김수광 반장님!
구조대원이 되기 위해 인명구조사 자격을 취득하고 싶다며 구조대를 찾아온 그는 훤칠한 키에,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인명구조사 자격 취득을 위해 쉬는 날에도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참 열정적이고 멋진 소방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장님이 인명구조사 자격을 취득하고 구조대로 오게 됐을 때 함께 근무할 수 있어서 너무 든든했습니다.
처음 구조대에 와서 모르는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시고 제가 알려드리면 항상 고맙다고 웃으시며 인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업무를 보다가 모르는 게 생겨 반장님께 물어보면 늘 성심성의껏 자신의 일처럼 알려주셔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박수훈 반장님!
반장님께서 문경으로 처음 발령을 받고 같이 근무하게 된 첫날 반장님을 보고 정말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만큼 모든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반장님. 한참이나 어린 저를 늘 선배 대우 해주시며 따라주셨고 사무실에 출근하면 반갑게 웃으며 늘 반겨주셨습니다. 반장님의 티 없이 맑은 순수한 미소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 소리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반장님들.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진입하시던 늠름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뜨거운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에서 그들을 구하러 각지에서 구조대원들이 모였고 저는 그들의 눈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분을 가족의 품으로 데려가겠다는 굳은 결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수색 끝에 결국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희 모두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습니다.
아직도 저와 동료들은 두 분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습니다. 당장 내일이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며 만날 것 같은데 하늘은 뭐가 그리 급해서 두 분을 빨리 데려가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장님들이 그러했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갈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낼 것입니다.
부디 하늘에서 우리들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
김수광 소방장님, 박수훈 소방교님 이제 저희는 두 분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남겨진 가족들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떠나간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두 소방관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모든 소방대원과 고인의 명복을 빌어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수광이 형, 수훈이 형 그동안 고마웠어. 보고 싶다. 우리 또 만나자.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