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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내전- Ⅲ

화재 현장에서 임무 지시와 자원관리는 ‘Basic of the basic’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기사입력 2022/05/20 [10:00]

소방내전- Ⅲ

화재 현장에서 임무 지시와 자원관리는 ‘Basic of the basic’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입력 : 2022/05/20 [10:00]

2백만년 전부터 약 1만년 전까지 지구엔 20여 종의 다양한 인간종이 함께 살았다. 그리고 몇 만년 전 지구엔 6종류의 인간이 살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인간종은 호모사피엔스가 유일하다.

 

최근 인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이자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현생인류의 생존 원인을 밝혀내면서 호모사피엔스들이 자연계의 다른 종 또는 다른 동물들과 차이점을 색다른 시각에서 분석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것도, 강인한 근육을 가진 것도 아닌 그야말로 하찮은 존재인 ‘사피엔스’들이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호모사피엔스들의 ‘체계화’와 ‘조직화’ 능력이었다. 

 

여기서 체계화 능력이란 집단 사냥의 능력을 말한다. 자연계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포식자 지위의 동물들을 살펴보면 사자들이나 늑대들의 집단 사냥은 그 규모가 20마리를 넘지 못한다.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호모사피엔스’들만이 100명 또는 그 이상의 규모로 집단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사냥이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능력을 ‘인지 혁명’이라고 칭한다. ‘인지 혁명’의 출발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란 일어나지 않는 걸 믿는 힘이다. 자연계에서 오직 ‘사피엔스’, 즉 우리 인간만이 일어나지 않는 걸 믿는다. 그리고 이 상상력이 조직화와 체계화를 끌어낸다. 

 

▲ 영화 10,000 BC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10,000 BC를 보면 어떤 사피엔스가 최초로 매머드 무리를 발견하게 된다. 사피엔스 무리는 매머드 사냥에 부족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 이때 사피엔스들은 서로 간 의사소통으로 ‘임무 지시’와 ‘자원관리’라는 개념을 세운다.

 

‘임무 지시’는 재빠르고 날렵한 사피엔스들이 매머드 떼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면서 매머드 무리를 흥분시켜 좁은 골짜기로 유인한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피엔스들은 매머드 무리 뒷부분에서 ‘몰이’의 역할을 하면서 창 따위를 던지며 계곡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매머드를 유인하던 ‘유인작전조’는 매머드들이 절벽에 다다랐을 때 재빨리 측면으로 빠진다.

 

그럼 매머드들은 뒤편에서 창을 던져대는 사피엔스들에게 몰리게 된다. 절벽 앞에 선 매머드들과 뒤편에서 밀려드는 매머드들이 충돌하면서 매머드 무리는 절벽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식의 사냥을 펼칠 수 있는 존재들은 지구상에 ‘사피엔스’가 유일하다.

 

여기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즉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인지능력’과 성공적 사냥 전술을 만들어내는 ‘체계화’, ‘조직화’의 개념이 등장한다. ‘체계화’를 위해선 반드시 개인별 ‘임무 분담’과 ‘자원관리’가 있어야 한다. 먼저 ‘임무 분담’에 대해 알아보자. 소방이 담당하는 화재 현장에서 ‘임무 지시’와 ‘임무 수행’은 Basic of Basic이다. 이 과정이 생략된다는 건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사자나 늑대의 사냥과 다를 바 없다.

 

체계화를 위해선 꼭 ‘임무 지시’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화재 현장에서 모든 이는 ‘임무 수행’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된다거나 화재 현장에서 지휘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긴급한 경우 무전을 통해 수행할 작전을 먼저 알린 다음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다. 지휘관은 현장의 모든 자원과 장비에 대해 ‘임무 지시’를 하는 ‘체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다른 나라 화재 현장에서의 임무 분담

아래는 유튜브에 공개된 2015년 5월 9일 미국 오하이오주 뉴어크 지역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진압 영상을 편집한 사진이다. 출동대는 오하이오 소방국 소속 뉴어크소방서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VKBCYAyy6Xc

 

현장지휘관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여유롭게 옷을 챙겨 입은 뒤 현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현장 파악이 끝나자 무전으로 명령을 내린다. 음성자료는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기 바란다.

 

약 3분 뒤 선착대 소방펌프차가 현장에 도착한다. 선착 펌프차는 이미 현장지휘관의 명령을 전달받고 지체 없이 작전을 수행한다. 눈여겨 볼 점은 공기호흡기 착용 시점이다. 화재 현장 진입 직전에 공기호흡기를 착용한다. 대한민국 화재 현장에선 공기호흡기 착용 시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 얘기도 담자면 길어지니 생략하기로 한다.

 

 

이어 2착대가 현장에 도착한다. 2착대장은 자연스레 현장지휘관에게 작전 지시를 받는다. 음성을 잘 들어보면 계속해서 후착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뒤이어 3착대와 4착대가 현장에 도착한다. 놀랍게도 3착대는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현장지휘관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소방 현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현장지휘관의 판단으로 3착대까지 투입할 필요가 없으므로 또 다른 임무를 지시할 때까지 3착대는 지휘관 옆에서 명령을 기다린다. 4착대까지 도착했는데도 현장지휘관은 현장 투입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골문 앞에서의 메시처럼 침착한 플레이가 아닐 수 없다.

 

오하이오주 뉴어크소방서의 현장지휘관은 한 치의 망설임이나 흔들림 없이 작전을 지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가사다리차를 전개해 두는 치밀함까지 보여준다. 놀랍게도 3, 4착대 대원들은 끝까지 현장지휘관 옆에서 흔들림 없이 대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일본 전국시대 다케다 신겐의 최후 명령을 기다리는 풍림화산 기마대의 고요하고 잔잔하면서 거산과 같은 무게감 있는 침착성을 오하이오주 뉴어크소방서 출동대가 보여주고 있다.

 

 

이때쯤 되면 항상 우리 소방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다. “시민들이 들어가라고 시킨다” 또는 “가만히 있었다고 언론에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한다.

 

“우리의 전술이다. 대기인원들은 유사시를 대비해 지휘관의 ‘임무 지시’를 기다리는 대기 자원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시민 또는 언론에서 손가락질하니 눈치껏 어디라도 들어가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판단은 인류 보편적 논리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있다. 화재 또는 화재 현장에서 당당히 우리가 할 일을 우리 전략과 전술에 기반해 수행하면 된다.

 

주체적으로 작전을 지시하고 수행해야 한다. 주변에서 또는 언론에서 비판한다고 현장에서 필요도 없는 보여주기식 작전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 안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현장에 임하자. 우리보다 화재 현장에서 작전 수행의 전문가집단은 없다. 우리가 화재 대응의 최고 전문가임을 잊지 말자. 

 

▲ 출처 www.youtube.com/watch?v=rODBo4Dwkm4, www.youtube.com/watch?v=fZ8HbIslMrc

 

위 사진은 뉴욕소방과 도쿄소방의 자원 대기 모습이다. 만일 이들에게 우리와 같이 “시민이 보고 있는데 가만히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이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아마도 그들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질문이라 어안이 벙벙할 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본인 또는 본인의 출동대에 주어진 ‘임무 지시’가 없다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지휘관의 시선과 손길이 미치는 직근 거리에서 지휘관의 ‘임무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피엔스들의 성공적인 매머드 사냥 배경엔 효율적 자원배치가 있었다. 유인조와 위협조, 포획조를 운영하면서 매머드를 사냥했던 ‘사피엔스’들은 지구상 자연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살아남았다.

 

우리 화재 현장도 효율적 자원관리는 성공적 작전 수행의 핵심사항이다. 자원관리 핵심은 인력과 장비의 보유ㆍ투입 현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자원관리도 마찬가지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서 설명하겠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M0072uSTK74

 

위 사진은 뉴욕소방의 현장자원관리 영상을 발췌했다. 화재 규모에 따라 Command Center를 설치하는 현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현장도 있다. 현장의 Command Center 주 기능은 ‘자원관리’다. 현장에 어떤 인력이 들어가 있는지 소방장비는 어디에 배치했는지 지휘관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우리 소방도 강력한 현장지원 Tool이 존재한다. 바로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이다. 지방 소방학교 강의 시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 시연 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반응이 뜨겁다. 그럼 간단히 현장대원 출동시스템이 어떻게 화재 현장의 ‘자원관리’를 도와주는지 알아보자. 

 

▲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갈무리

 

위 그림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형태로 운영된다. 왼쪽 사진은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 메인화면이다. 상세한 기능은 생략하고 주요 기능만 알아보자. 이 앱의 가장 유용한 기능은 재난지도다. 단순히 지도만 보이는 게 아니라 지도상에 필요한 정보가 표기된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인 소화전이 표기되기에 현장 도착 전 화재 현장 근처에 소화전 유무, 소화전과 화재 현장과의 거리 측정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기능 한 가지만 사용한다고 해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소화전과 화재 현장의 거리가 가까우면 선착대는 인명구조 또는 화재 진압을 한다. 선착대 펌프차와 탱크차 운전원에게는 방수 연결 작업을 끝내고 곧바로 소화전 점령을 지시할 수 있다. 또 소화전과 화재 현장의 거리가 멀면 소화전으로의 수관 전개 또는 전편에서 소개한 소방차량을 이용한 ‘소방차량 급수 로테이션 전술’을 즉각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또 다른 핵심적 기능은 소방차량 위치파악이다. 앱 상에서 GPS를 기반으로 소방차량의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화재 현장 차량 배치에 있어 절대적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재 현장에서의 전략과 전술은 복합적이고 시계열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차량 배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현장의 지리적 요건을 미리 파악해 둬야 한다.

 

만약 길이 좁은 빌라 단지거나 아파트 화재 현장인데 지상에 주차된 차량이 많은 형태의 아파트라면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에서 지도를 미리 파악해 현장에 전파해야 한다. 지난 호에도 언급했듯이 우리 현장에서 한번 진입한 소방차량은 회차가 어렵다. 차량의 진입 방향이 차량마다 엉킨다면 그 화재 현장은 전술적 변화를 줄 수 없는 현장이 돼버리고 만다. 그 전에 미리 손을 써야 하는 이유다.

 

특히 지도를 참고하면 좋은 현장은 도농복합지역이다. 도농복합지역엔 창고나 비닐하우스가 농로 상에 위치하기도 한다. 농로의 특징은 길이 비좁은 편도인 경우가 많다. 우리 소방에서는 빈번하게 이 농로에서 소방차량의 전복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지난 호에서도 강조했듯이 농로에서의 전복사고 메타인지는 좁은 길을 뛰어난 운전 솜씨로 비집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비좁은 농로를 들어가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수행되는 소방전술이 ‘수관연장전술’이 된다. 그리고 이 ‘수관연장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선 미리 소화전 위치와 도로 폭 정도는 출동 지령과 동시에 파악해야만 한다. 

 

필자는 현장출동 지령과 동시에 ‘현장대원 출동지원 시스템’을 켠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는 데이터가 바로 지도다. 기원 전 500년께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 손무는 ‘손자병법’의 ‘지형편’에서 지형을 전투를 결정짓는 가장 핵심가치로 파악했다.

 

몇 가지 구문을 인용해보면 ‘길이 사방으로 통해 있는 곳’, ‘어느 쪽이든 불리해지는 지형’, ‘좁은 장소’ 등 유리한 지형과 불리한 지형을 구분해 승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2500년이 지난 오늘날도 이 단순한 원리는 적용되고 있다. 우리 화재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추가로 유용한 기능을 소개한다. 

 

 

위 왼쪽 그림은 화재 신고 수보 단계에서 파악된 정보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파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문자메시지로는 사진전송도 가능해 파악한 도면 같은 자료를 업로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행한 전술을 하나 소개하자면 화재 출동 지령과 동시에 신고자에게 화상 전화를 걸었다. 화상통화로 파악된 정보는 그 어떤 정보보다 효율적이고 적시적인 정보였다.

 

신고자의 영상통화를 통해 파악한 현장의 모습은 출동 중인 소방관들에게는 그 어떠한 정보보다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현장 상황을 한번 보고 가는 것과 보지 않고 가는 건 발생 가능한 변수에 대해 어느 정도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수보 단계에서부터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장 대원들을 위해 신고자에게 화상통화를 통한 데이터의 수취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19플러스> 매거진 3월호와 4월호부터 계속해서 기본시스템에 관해 주장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의 차량 배치와 임무 지시, 자원관리 같은 개념은 컴퓨터로 말하자면 ‘Window’ 같은 운영체제와 같다. 기본 시스템의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기본적이고 표준화된 운영체제 내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뉴얼이라는 건 최소한의 공통기준인 것 같다. 기본적인 규격 아래 다양성과 창의성이 동반된 전술을 펼쳐야 한다. ‘소화전 점령-차량 배치-임무 지시-자원관리’라는 시계열적인 ‘Basic System’에 대해 네이밍을 해보고자 한다. 

 

Hydrant       소화전

Deploy         배치

Command   지시

Resource     자원

 

화재 현장의 Basic System ‘HDCR’ 조금 어색하지만 개념이 이론을 거쳐 실전에 적용되기 위해선 개념과 이론을 포함할 수 있는 네이밍은 필수다.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소화전 점령-차량 배치-임무 지시-자원관리’라는 Basic of Basic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노력임을 화재 현장을 책임지는 우리 소방관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화재진압 교육의 정립을 위해 신규임용자 교육 때부터 이 HDCR의 개념을 정립시키고 현장 교육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_ 김남휘 : nami002@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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