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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내전- XIII

화재 현장의 마리아나 해구 ‘지하 주차장’ 생존 확률을 높여라! ①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기사입력 2023/03/20 [10:00]

소방내전- XIII

화재 현장의 마리아나 해구 ‘지하 주차장’ 생존 확률을 높여라! ①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입력 : 2023/03/20 [10:00]

최근 아바타2가 개봉했는데 아바타를 볼 때마다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천재성을 생각해 보곤 한다. 그는 원래 영화감독이 아니라 트럭 운전기사였다.

 

그러나 어느 날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로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과 논문을 독파했다. 이후 할리우드에 새로운 촬영기법과 신선한 시나리오를 전파해 오늘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행성에 온 것 같다”

 

마리아나 해구 1만898m까지 내려가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한 말이다. 아바타와 타이타닉을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마리아나 해구 탐사를 결심하고 1인 잠수정을 제작해 2012년 3월 26일 마침내 해저 수심 1만908m까지 내려간 최초의 지구인이 됐다.

 

그가 그때 경험한 심해에서의 신비한 체험은 연일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아바타 2: 물의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rVgTYb4grtQ&t=207s

 

심해에서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암흑이며 산소도 희박하다. 10m마다 1기압씩 상승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생명체가 살아가기엔 척박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은 바다가 아닌 지상에도 존재한다. 바로 화재가 발생한 지하 주차장이다.

 

화재 현장 중에서도 손꼽히는 최악의 화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생존을 위해 지상으로 뛰쳐나오는 상황에서 반대로 우리 소방관들은 그 심연 속을 향해 들어가야 한다. 그곳은 어떤 환경일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더듬거리며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빛이 없으면 인간은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방향감각은 시각에서 파생되는 능력이다. 이 사실은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절실하게 느끼게 될 거다. 그리고 절대 회전하지 않아야 한다. 한 바퀴든, 반 바퀴든 걷다가 뒤로든, 앞으로든 회전하는 순간 당신의 생명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깜깜한 방안에서 눈을 감고 한 바퀴 돈 다음 들어왔던 문을 찾아 나가는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해저 1만m와 유사한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

대한민국은 토지이용의 집적화가 가장 높은 나라다. 아파트 대부분에는 지하 주차장이 있고 상업용 건물에는 지하 주차장이 6층까지 있다. 지하 6층의 화재 현장은 해저 1만m의 심해와 물리적 조건이 유사하다. 일단 보이는 게 없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가 가장 먼저 차단된다.

 

모든 조명이 제 기능을 못 하므로 소방대원은 랜턴 하나에 의지해 더듬어 나가게 된다. 랜턴이 있으니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고 대부분 아래 사진과 같은 상상을 하게 되는데 연기로 가득 찬 지하 주차장에서는 랜턴조차 빛이 연기에 산란해 뻗어나가지 못한다.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는 심해보다 더 열악한 조건이 존재한다. 바로 차량이 타면서 발생하는 짙은 흑색 연기와 유독가스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명을 담보해낼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 내시오!”라는 과제를 준다면 지금의 우리 장비와 전술이 너무나도 열악하고 안전을 담보해낼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솔직히 자신 없다. 언제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정된 선택권 아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는 스프링클러나 연결살수설비 같은 소방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느 화재나 마찬가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하겠지만 지하 주차장은 유류 화재(휘발유, 경유)와 일반화재(내ㆍ외장재)의 특성을 모두 가진다.

 

따라서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 주차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타들어 간다.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이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차량이 1~5대 정도 타고 있다면 신속하게 초기에 진입한 후 옥내소화전이나 직접 전개한 수관을 이용해 직접 진압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미 불길이 거세져 유독가스와 화염이 가득 찼다면 전략적 목표는 화재 구역을 한정시키는 데 둬야 한다.

 

▲ 연결송수구 사진 예시


위 사진은 대형 주차장이 있는 건물에 대부분 설치된 연결송수구다. 친절하게 사진과 같이 한데 모아둔 곳이 있는가 하면 군데군데 설치된 현장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만일 지하 6층 주차장에 화염이 가득하다면 진입에 주의해야 한다. 일단 발화층을 6층으로 제한하고 5층으로 올라가는 차량 진입로에 설치된 방화셔터 작동을 확인해야 한다.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수동으로라도 작동시켜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평소 해당 건물의 연결송수구와 소화전 같은 소방시설이 어디 있는지 파악해 두면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차량 진입로 확보도 매우 중요한데 연결송수구가 차량의 진입이 쉽지 않은 곳에 설치된 때도 있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 화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나둘, 하나둘 하는 식의 제식훈련은 실제로 우리 소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자연스럽게 우리 소방서 또는 119안전센터 관할의 요주 건물을 가끔 방문해 머릿속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돌려보자.

 

옥내소화전은 어디에 있는지, 연결송수구는 어디에 있는지, 연결송수구 인근으로 소방차가 진입해 연결할 수 있는지, 지하 주차장 화재에서는 다량의 물이 사용되는데 소방용수 확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가장 가까운 소화전은 어디에 있는지, 진입로는 넓은지, 좁은지를 평소에 미리 파악하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과 동시에 전 출동대에 전파할 수 있다면 역시나 본인의 생존 가능성뿐 아니라 내 옆 동료의 생존 확률도 높일 수 있다.

 

지하 주차장 화재진압 훈련방법

1. 관내 요주의 지하 주차장을 파악한다.

2.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연결송수관, 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파악한다.

3. 소방차량 진입로 상태를 파악한다. 

4. 해당 주차장이 상업용인지, 주거용인지 파악해 둔다(상업용일 경우 주거용보다 인명검색에 더 신경 써야 한다).

5. 배연로를 파악한다(양방향으로 배연을 해야 효과가 있다).

 

화재 구역을 발화층으로 한정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진입해서 화점을 찾아야 한다. 이때 진입로는 단방향, 화재를 밀면서 들어가되 현장지휘관은 배연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때는 강제 배연을 해야 한다. 송풍기를 작동시키고 개구부를 강제 개방해 신속하게 열기와 연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배연에 소홀하면 진입한 소방대원들이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대원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지하 주차장 화재진압 전략적 Point

1. 화재 구역 발화층으로 한정

2. 연결송수관 점령 스프링클러 적극 활용

3. 배연로 확보

4. One way 진입 with 라이트 라인

 

또 화재 현장에 진입한 직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전진 지휘소를 설치해야 한다. 전진 지휘소는 지상층으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고 화재 현장으로 진입도 가능한 계단실에 설정한다. 이때 절실히 필요한 장비는 무선통신 장비인데 다음 호에 설명하기로 한다.

 

라이트 라인도 주의해야 한다. 라이트 라인에 의존해 진입하다가 라이트 라인마저 보이지 않는 짙은 연기가 발생하는 현장이 있다. 라이트 라인이 배터리로 운용된다면 배터리 소진 시 라이트 라인이 꺼지기 때문에 매우 불안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일단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면 공기호흡기에 집중해야 한다. 지하 주차장 화재진압 시에는 평소보다 호흡량이 많아진다. 따라서 혹시나 모를 방향 상실에 대비해 평소보다 더 짧은 호흡 시간을 산정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진입과 철수를 2~3개 조로 편성해 운영하면 좋다.

 

이는 공기호흡기 교체 시 다 같이 교체하는 타이밍을 잡기에도 편하고 그 공기호흡기 교체 타이밍에 인원 체크를 하면 안전사고 발생 확률도 낮출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할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3개 조로 운영한다고 가정해보자. 1번 조가 투입되면 2번 조는 대기, 3번 조는 휴식을 취한다. 1번 조가 화재 현장에서 철수해 나오면 2번 조가 투입되고 3번 조는 대기, 1번 조는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투입조를 운영하면 좋을 거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WdZiuU6DBu8


또 다른 위협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전기차로 인해 소방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전기차는 일반 유류 차량보다 화재진압이 어렵다.

 

리튬이나 니켈 같은 배터리 원료의 열폭주 현상과 전기차 배터리를 감싼 배터리 캔 내부로 물을 침투시키긴 매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는 건 전기차 배터리 캔이 열에 의해 녹고 나서부터 진압이 시작되는 거로 정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급격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고열로 인해 옆에 주차된 차량에까지 확산할 수 있는데 기존 유류 차량 화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화염이 발생한다. 이렇듯 화재진압에도 쉽지 않은 조건이 계속해서 완성돼 간다. 언젠가는 도래할 전기차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소방관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고 계속해서 옆 차량으로 확산되는 현장이라면 솔직히 현재의 장비와 진압기술로는 진압이 어렵다. 이 상황에서는 방화셔터를 작동시켜 구획화하고 최대한 불을 가둬내야 한다. 또 가둬진 공간에 다량의 폼과 물을 주수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때도 연결송수관을 점령하고 다량의 물을 들이붓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방화셔터 설치 기준에 따라 이 전술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방화셔터로 인한 방화 구획이 조밀할수록 전기차 화재로 인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데 현재 방화셔터 설치 기준은 그렇지 않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O2rhgRC03MU

 

위 사진은 2022년 10월 24일 대전에서 발생한 어느 쇼핑몰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이다. 뉴스에서는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했다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화재대응학적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지하 주차장 화재에 있어 완전한 폐쇄에 가까운 구획이 중요하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기준보다 더 조밀한 방화셔터 구획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열폭주에 대비해 구획을 조밀화하고 나눠진 구획실 내부에 다량의 폼과 물을 투입하면서 질식 소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만일 화재가 확산하기 시작하는 성장기에 현장에 도착했고 아직 지하 주차장에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 상황은 난감해진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 제갈량의 팔괘진은 껌(?)정도로 여길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성경에도, 논어에도 나오고 동서고금을 막론한 서적에서 수천 년간 나오는 말이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더라도 우린 스스로 생존을 위해 방법을 찾고 또 찾아내야 한다.

 

여기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수단이 통신이다. 통신에 대해선 앞서 얘기했듯이 다음 호에 논하기로 하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_ 김남휘 : nami002@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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