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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내전- X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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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기사입력 2023/05/19 [09:40]

소방내전- X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소방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김남휘 | 입력 : 2023/05/19 [09:40]

우리 인류의 비약적 발전은 꾸준히 이뤄지기도 하지만 어느 한순간 퀀텀 점프하기도 했다. 바로 산업혁명이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 속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나 클라우드, 자율주행, 로보틱스, 나노기술, 생명공학 등 1~3차 산업혁명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대변혁의 시대를 지나는 중이다.

 

산업혁명 시대 이후로 한 국가의 국력은 기술력 보유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부터 IT 기술의 보유 여부까지 기술은 한 국가의 번영과 쇠퇴를 결정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거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사에서 제작한 로봇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출처 www.youtube.com/watch?v=WvTdNwyADZc

 

위 사진의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의 로봇 스팟(Spot)이다. 스팟은 4족 보행 로봇으로 길이 약 1m, 높이 84㎝ 정도, 무게 32.5㎏이다. 최고 속력은 5.76㎞/h, 적재량은 최대 13㎏, 배터리 완전 충전 시 90분가량 작동할 수 있다. 각각의 사진을 보며 적용 범위를 생각해 보자.

 

①번 사진은 스팟 모델에 플리어(FLIR) 사의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소방관으로서 화재 예방에도 대변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제 피동적이며 정적인 감지를 지나 능동적이고 실시간 감지가 가능한 화재 예방 설비의 혁신이 눈앞에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스팟과 열화상카메라를 결합하면 엄청난 효과가 발생한다. 기존 화재 예방 설비는 대략 이렇다. 천장에 설치된 열연기 감지기는 열과 연기를 감지하고 그 신호를 수신반이라는 중앙제어장치로 보낸다.

 

중앙제어장치에서는 경보설비 또는 스프링클러 설비를 작동시키기도,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하기도 한다. 여기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 출처 blog.naver.com/fox0963/221594994163


위 사진은 공장건물에 설치된 감지기를 고소작업차량으로 점검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한계점이 발생한다. 높게 달린 감지기가 연기와 열을 감지해 내기 위해선 화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감지기 높이까지 연기나 열이 도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게 한계인 이유는 저 높이의 감지기까지 도달할 만한 충분한 양의 열이나 연기가 발생한다면 화재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후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 장소에 가상으로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스팟 로봇을 배치해 보자. 

 

1. 스팟은 계속해서 스스로 충전하고 공장 내부를 AI와 자율주행 Chipset에 의해 24시간 순찰한다.

2. 열화상카메라와 연기감지기, 영상송출장비를 장착한 스팟은 실시간으로 화재 상황을 감지한다.

3. 스팟이 순찰 중 열화상카메라에서 설정된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이 발생하거나 연기감지기에서 연기가 감지되면 그 즉시 영상송출장비로 소방서에 감지된 열이나 연기 발생 상황을 내보낸다.

4. 스팟에서 화재라고 판단하면 수신반(중앙제어설비)으로 송출해 소방시설을 작동시킨다.

 

이렇게 화재 상황을 미리 막아낼 수 있게 된다. 화재 확산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소방 혁명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스팟은 이미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 로봇을 화재 현장에 적용할 경우 소방관들의 안전사고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팟의 재난 현장 적용 가능성

1. 대형물류창고 화재 현장

2.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현장 

3. 다수 인명 검색 필요 현장 열화상카메라 활용 인명 검색

4. 소방대원+스팟 로봇 합동작전 전개

 

1. 대형물류창고 내 화점 검색

대형물류창고는 앞에서도 다뤘지만 ‘우레탄폼 폭발 현상’이 새로운 소방관 살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오랜 시간 물류창고 내 열이 축적되면 대형물류창고의 내장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이 일순간 발화점에 다다르고 다량의 검은 연기와 열을 분출하는데 이를 ‘우레탄폼 폭발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으로 인해 대형물류창고 내부에 진입한 소방관들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만일 이 현장에 미리 스팟을 투입하면 장착된 열화상카메라로 발화점 검색과 영상정보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기에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용이해진다. 따라서 다수의 스팟을 투입하면 실시간으로 대형물류창고 내부의 열ㆍ연기 발생상황과 구조를 수집할 수 있다.

 

또 이 데이터를 분석해 현장 활동 소방대원들에게 계속해서 전달해 줄 수 있으므로 이상 현상 발생 유무와 위험지역 또는 진입 가능 여부까지 판단이 가능해진다.

 

2.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현장

유해화학물질은 단 한 번의 호흡에도 인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이다. 피부 접촉만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물질도 있다.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대응의 키포인트는 유출지점을 빠르게 차단해야 그 상황이 종료된다는 데 있다.

 

유출점은 파이프나 밸브, 저장탱크 등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누군가가 화학분석기를 들고 진입해 유출물을 분석하고 맨눈으로 유출지점을 확인했다.

 

이후 그 지점에 화학방호복을 입고 진입해 손으로 그 유출점을 밀봉하는 작업을 했다. 가까운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이런 장면을 역사책에서 본다면 ‘매우 무모했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 현장에서 로봇으로 펼칠 수 있는 작전을 구상해 보자. 여기엔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아틀라스와 스팟의 콜라보레이션 작전으로 현장에서 작업하는 소방관이 안전해질 확률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다. 최근 공개한 아틀라스의 기술발전 현황을 사진으로 살펴보자. 이 정도면 소방대원 한 명의 몫은 족히 해낼 것으로 판단된다.

 

▲ 출처 www.youtube.com/@BostonDynamics


아틀라스는 그 기능이 혁신을 넘어 세계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장애물 인지나 점프, 계단 오르내리기, 외나무다리 건너기 등을 한다. 심지어는 공중에서 한 바퀴 공중제비까지 돌 수 있다.

 

여러 개발 목표가 있겠지만 소방관 관점에서 보면 그 어떤 목표보다 재난 현장에 적용했을 때 효용 가치가 가장 높으리라고 판단된다.

 

스스로 움직이는 아틀라스에 인명 검색이나 화점 검색 또는 화재진압을 명령하더라도 충분히 그 기능을 해내지 않을까 싶다. 아틀라스를 보기 전까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소방관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은 절대 나올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에 대한 무시(?)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우물 안 개구리식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인간은 본인이 딱 아는 만큼만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돼 있다.

 

인간은 조물주께서 그렇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설계했다. 이런 이유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걸 접하고 찾아야 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아틀라스&스팟 재난 현장 작전 시뮬레이션

 

① 스팟을 다수 투입해 유해화학물질 누출 현장 정보수집

② 스팟 유해화학물질 누출 지점 검색 완료

③ 누출지점으로 차단작업을 위한 아틀라스 투입

④ 아틀라스 진입 후 유출지점 실링작업 완료

⑤ 다수의 아틀라스ㆍ스팟 중화제 살포 작업

⑥ 스팟 재투입 현장 유해화학물질 농도 측정

⑦ 유해화학물질 농도 안전범위 확인 뒤 최종 확인 인력투입

⑧ 현장 투입 인력 육안 확인 후 상황종료

 

3. 다수 인명 검색 필요 현장 열화상카메라 활용

지진 또는 해일 등 대형 재난 발생으로 다수의 인명 검색이 필요한 현장을 가정해 보자. 현장은 화염이 가득하고 다수의 사상자 검색 작업이 필요한 조건이다. 이때 인력을 투입하면 추가 붕괴나 화염에 의해 소방관의 안전은 확보되기 어렵다.

 

여기에 열화상카메라가 장착된 스팟을 투입한다. 다수의 스팟을 이용해 열화상카메라에서 감지된 열을 추적하면서 재난 현장에 생존해 있는 사람을 검색해 낼 수 있다. 물론 해보지 않았기에 그 효과를 보증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인명 검색에 도움이 될 거란 판단은 자명하지 않을까 싶다. 

 

4. 소방대원+스팟+아틀라스 로봇 합동작전 전개

가장 효용성이 클 거로 생각되는 소방대원과 스팟의 콜라보 합동작전이다.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이 가장 두려운 건 추락이나 붕괴로 인한 고립과 실종이다.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도 재난 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소방관 위협요소다. 물탱크나 페인트 작업 현장에서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안전사고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런 현장에서 소방관이 진입하기 전에 스팟을 먼저 현장에 투입해 현장 정보를 수집한 후 뒤 따라 진입하면 재난 현장에서의 소방관의 안전은 급격히 상승할 거다.

 

여기에 아틀라스까지 동반해 수관이나 방수 관창을 잡게 한다면 노동력의 절약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역할은 화재진압이나 인명 검색이 아니라 로봇의 컨트롤이 주가 된다.

 

주 업무는 바뀌었더라도 재난 현장에서의 인명구조 능력이나 소방관의 안전 확보성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틀라스는 중량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인명 검색 뒤 구조해낸 구조대상자를 재난 현장에서 탈출시키는 작전 또한 가능하다. 이런 조건이 성립하면 소방관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로봇 운용력과 데이터 분석력이 될 거다.

 

이런 이야기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생산 자동화나 무인 택배, 가정용 로봇 등 수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활용되는 시대가 목전에 와 있다. 

 

‘언제나 과학기술은 사람을 살리는 데 가장 먼저 적용되고 활용되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포지션을 정할 때 우주비행사를 예로 들곤 한다.

 

우주비행사는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는데 한 명의 우주비행사를 우주 공간에 보내기 위해선 수백 명의 인력이 지원되고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기술이 동원된다. 

 

우주 공간과 가장 흡사한 환경은 바로 화염에 휩싸인 화재 현장이다. 이런 화재 현장에 소방관을 투입하는 걸 매우 숭고한 일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다수의 지원인력과 최고는 아니더라도 시대에 발맞추는 정도의 첨단장비를 동원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_ 김남휘 : nami002@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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