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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폭염 속 ‘불씨 없는 불’… 자연발화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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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교 이범석 | 기사입력 2025/07/17 [13:35]

[119기고] 폭염 속 ‘불씨 없는 불’… 자연발화를 경계하라

신안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교 이범석 | 입력 : 2025/07/17 [13:35]

 

▲ 신안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교 이범석

필자는 화재조사관으로서 지난해 관내 한 농가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사고 지점에는 전기설비도, 불꽃을 일으킬 발화물도 없었다. 창고에 쌓여 있던 들깻묵(들깨를 짜고 남은 부산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내부 산화와 발효 반응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외부로 방출되지 못한 채 점차 축적되면서 물질 자체의 발화점에 도달, 결국 화염으로 이어졌다. 즉 외부 점화원이 전혀 없는, 들깻묵 더미 내부의 자가 발열로 인한 자연발화였음이 확인됐다.

 

이것이 바로 외부 불꽃 없이도 스스로 불이 나는 ‘자연발화 화재’다. ‘불을 낸 사람도 없고 전기 사용도 없는데 어떻게 불이 나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자연발화는 ‘불씨 없는 불’일 수는 있어도 절대 ‘원인 없는 불’은 아니라는 점이다.

 

깻묵은 유기질과 지방 성분이 풍부한 물질로 여름철 연일 35℃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는 자연 발열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특히 적층된 상태로 밀폐된 공간에 장기간 보관될 경우 내부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자연발화는 단순히 깻묵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집 세탁기 내부에 모아둔 기름 묻은 걸레 더미에서 자연발화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걸레에 스며든 식용유가 산소와 반응하면서 점차 발열했고 밀폐된 세탁기 내부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결국 불이 났다.

 

건설현장 옥상에 방치된 폐 페인트 통에서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며 통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고 휘발성 물질이 증기화돼 내부 압력과 반응해 발화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폭염 속 고온 환경, 통풍 부족, 인화성 물질의 부주의한 보관은 언제든지 자연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따라서 여름철 자연발화는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닌, 현실적인 재난 요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발화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을 안내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깻묵이나 볏짚, 톱밥, 퇴비 등 유기물은 밀폐하지 말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보관한다.

 

둘째, 기름 묻은 천, 걸레 등은 완전히 건조시켜 버리고 금속 용기에 밀봉해 처리한다.

 

셋째, 페인트나 솔벤트류 등 인화성 물질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환기 가능한 장소에 보관한다.

 

넷째, 창고나 보관소에서는 내부 온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연기ㆍ냄새ㆍ발열 증상이 있으면 즉시 조치한다.

 

화재는 언제나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날에 발생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반드시 불꽃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다.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재난을 막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신안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교 이범석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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