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구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조기술을 경쟁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로프 구조 대회 ‘GRIMP’가 지난 4~7일 스위스에서 올해에도 변함없이 개최됐다.
구조대원에게 있어 GRIMP는 단순한 경합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전처럼 구성된 고난도 시나리오 속에서 기술력, 창의력, 팀워크를 총동원해 인명구조 기술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치열한 국제 무대에 필자를 비롯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조대원들로 구성된 ‘팀 가디언즈’ 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전했다.
다시 한번 도전하는 뜨거운 열정
대한민국 소방 최초로 GRIMP 경연장에 들어선 지난해, 필자와 동료들은 낯설고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소중한 경험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첫 대회 후 지난 1년 동안 팀원들은 그때의 부족했던 부분을 철저히 복기하며 훈련을 반복해 왔다. 각자의 역할을 넘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한층 단단해진 우리 팀은 다시 한번 세계 무대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GRIMP 대회는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대회’로 평가받는다. 좁은 통로, 복잡한 구조물, 고소 작업,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오직 팀의 협력과 경험, 순간 판단력으로 주어진 임무들을 완수해야 한다.
‘팀 가디언즈’는 이처럼 가혹한 상황을 대비해 수개월 전부터 매일같이 다양한 모의훈련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체력과 기술은 물론 상황 판단, 장비 운용 능력까지 반복적으로 점검하며 완벽을 기해왔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 그리고 묵묵히 준비하는 팀원들
필자와 동료들은 이번 대회에서 단순히 상위권 입상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여러 국가의 구조팀과 기술을 교류하고 최신 장비ㆍ운용법을 체득해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이 진정으로 추구한 목표였다. 이를 통해 우리 팀이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국내 구조 현장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더욱 두텁게 지켜줄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귓가를 스친 한국어: “대한민국 힘내세요!”, “소방관님들 너무 멋있어요!”
경연에 열심히 임하던 도중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 사이로 익숙한 한국어 함성이 흘러나왔다.
“대한민국 힘내세요!”, “소방관님들 너무 멋있어요!”.
스위스에서 체류하시는 현지 교민분들의 외침이었다.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우리 팀을 발견해 응원하고자 하루 종일 따라오신 것이다. 두 아이가 쑥스러워하면서도 옆으로 다가와 ‘우리나라 소방관 아저씨들이 너무 멋있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고된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하루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그 긴 준비의 시간들이 결국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끊임없는 훈련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준비하는 우리 팀의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그 긴 준비의 시간들이 결국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명을 구하는 일에 ‘대충’은 없다. 현장에서 단 1초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구조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팀원들은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열정과 묵묵한 노력이 실제 현장에서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시민들을 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는다. 나아가 대한민국 구조 시스템의 국제적 위상도 함께 높아지길 기대한다.
대회를 마치고
대회 후 시민을 지키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시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지하듯 로프기술은 험준한 지형에서 구조대상자를 구조하는 데 있어 요구되는 주요 구조기술 중 하나다. 하지만 로프기술을 경연함으로써 기술을 연마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소방청이 개최하는 로프대회인 ‘ONE TEAM 로프구조 전국 경연대회’는 지난해에야 제2회를 맞았다. GRIMP 대회의 경우 대원들이 사비로 계속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조직 전체로 봤을 때 구조, 그리고 로프는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고 발전을 위해 당면한 과제가 많다. 관심도 부족하다. 앞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홍보가 이어져 대원들의 로프기술 능력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이 더욱 굳건히 지켜지길 바라본다.
다시한번 머릿속에서 되뇌어본다. ‘오늘도 구조의 최전선에서 훈련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고.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소방교 유승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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