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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부산 유흥업소 화재 사건에서의 소방공무원 책임

법률사무소 청원 한주현 | 기사입력 2021/05/20 [10:00]

[법률 상식] 부산 유흥업소 화재 사건에서의 소방공무원 책임

법률사무소 청원 한주현 | 입력 : 2021/05/20 [10:00]

들어가며

이 글은 2012년 5월 5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소재의 한 유흥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에서 발생했던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와 관련된 손해배상 판결을 분석한 글이다.

 

이 사건 화재 당시 유흥주점 내부에 있던 이용객 중 일부가 탈출에 실패해 사망했다. 그 유족들(이하 ‘원고들’)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피고는 이 사건 주점의 공동업주들과 이 사건 주점이 임차해있던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였다.

 

원고들이 ‘부산광역시’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부산광역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주점에 대한 소방검사를 세 차례 실시하면서 이 사건 주점의 비상구 두 개가 폐쇄된 사실 등을 발견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을 행했다는 이유다. 원고들은 이러한 소방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이용객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결과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하에서는 피고 부산광역시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중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 사건 화재에서의 소방공무원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실관계

이 사건 유흥주점은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는 주점으로 용도변경허가 당시엔 방 24개, 비상구 3개, 부속실, 다용도실 등으로 주점 내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용도변경허가 이후 부속실과 다용도실을 방으로 개조해 26개의 방을 운영했고 비상구 2개를 폐쇄했다. 

 

폐쇄된 비상구는 제2 비상구와 제3 비상구였는데 제2 비상구의 경우엔 비상구로 통하는 통로에 별도의 문을 설치한 후 그 문과 비상구 사이 공간을 창고 용도로 사용하면서 폐쇄했다. 제3 비상구는 비상구 문을 케이블 끈으로 묶어 열 수 없도록 고정하고 비상구 문 바로 옆에 있던 접이식 사다리를 철거하면서 폐쇄했다.

 

사실 제3 비상구는 법령상 의무 설치를 해야 하는 비상구는 아니었으나 담당 소방서 측에서 ‘2개의 비상구만으로도 법령상 요건은 충족하나 위 비상구들이 모두 주 출입구 쪽에 있으므로 손님들의 안전을 고려해 주 출입구 반대쪽에도 비상구를 하나 더 설치하라’고 권유해 설치됐다가 이후 내부 개조 과정에서 폐쇄됐다.

 

담당 소방서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매년 1회씩 총 3회에 걸쳐 소방검사를 진행했다. 소방검사는 총 두 명의 소방공무원이 짝을 이뤄 실시했는데 소방공무원들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각종 인허가 관련 서류나 도면은 소지하지 않은 채 건물을 방문해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수신반(제어반)과 소화 펌프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그 외에 소화기 등 기본 소방시설과 비상구 등 피난시설의 장애 여부에 관해선 육안점검과 몇 개의 방만을 확인하는 표본점검 위주로 소방검사를 했다.

 

그 결과 소방공무원들은 2010년 검사에서 ‘옥내소화전 주 펌프 흡입 측 밸브 불량’을, 2011년 검사에서는 ‘수신기 예비전원 및 수신기 10번 회로 도통 불량’을 각각 확인했다. 하지만 제2, 3 비상구의 폐쇄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원심의 판단(부산고등법원 2014. 8. 21. 선고 2013나51759 판결)

원심은 소방검사를 했음에도 제2, 3 비상구 폐쇄 사실 등을 발견하지 못한 소방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해 피고 부산광역시가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등에 의하면 ▲소방공무원들이 소방검사를 할 때 필요한 서류와 장비 등을 소지하고 건물소유자 또는 소방안전관리자를 입회시킨 상태에서 각종 점검을 할 업무상 주의의무 ▲관련 법규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시정조치를 명하는 등으로 건물소유자 등이 화재 또는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도ㆍ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 재판부는 소방공무원들이 도면을 소지하지 않은 채로 이 사건 건물을 방문해 소화ㆍ피난시설 등에 관한 육안점검이나 표본점검 등과 같은 외관 위주의 형식적인 점검만 한 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의 결과로 제2, 3 비상구의 폐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개수 명령 등 필요한 조치조차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을 범했다고 봤다. 

 

피고 부산광역시는 소방검사대상물이 많고 검사인력은 부족한 현실에서 각종 인허가 서류 등을 모두 지참하고 정밀점검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심 재판부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필요에 따라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지 인력이 부족하고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정이 면책 사유가 될 순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6. 8. 25. 선고 2014다225083 판결)

이에 대해 피고 부산광역시 측은 소방시설법 등의 규정에 따르면 구체적인 소방검사 방법 등이 소방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소방공무원들이 육안점검이나 표본점검 위주의 점검을 했더라도 손해배상을 해야 할 정도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법’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이유로 상고를 제기했다.

 

가사 소방공무원들이 점검을 부실하게 했더라도 이러한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해 이용객들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한 건 아니라는 이유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주점이 대도시 번화가에 있는 다중이용업소로 그 내부 구조가 복잡해 화재 시 피난 통로를 찾기 어려운 영업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화재 시 이런 영업장에서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비상구와 피난 통로 등이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설사 업주가 법령상 의무 없이 임의로 설치한 비상구더라도 폐쇄된 상태면 피난안내도 등과 일치하지 않아 화재 시 신속한 대피에 혼란과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들은 비상구와 피난 통로가 피난안내도 등과 일치해 유지되는지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소방검사 방법 등이 소방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제2, 3 비상구의 폐쇄 사실 등을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지도ㆍ감독을 하지 않은 건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법’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또 대법원은 제2 비상구 폐쇄 사실이 이용객들의 대피에 현실적인 장애가 됐던 건 아니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제3 비상구 폐쇄로 인해 이용객들이 대피 과정에서 최단 거리 피난 통로를 찾지 못한 채 복도를 길게 우회하다 다량의 유독가스와 연기를 흡입해 사망한 사정 등을 고려했을 때 소방공무원들이 제3 비상구 폐쇄 사실 등을 점검 과정에서 발견해 필요한 지도ㆍ감독을 했더라면 더욱 신속하고 원활하게 대피 조치가 이뤄져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즉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이용객들의 사망 간의 인과관계 역시 인정한 판결이다.

 

맺음말

원심 재판부는 ‘소방검사대상물은 많고 검사인력은 부족한 현실’을 토로한 피고 부산광역시에 대해 ‘그러한 사정이 면책 사유가 될 순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열악한 소방조사 업무의 현실을 판결에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방조사 업무에 대한 기피 현상은 심해지고 적극 행정을 꺼리는 분위기마저 조성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제3 비상구’는 법령상 설치가 의무인 비상구가 아니었으나 담당 소방서에서 이용객의 안전을 고려해 추가 설치를 권유함에 따라 설치된 비상구다. 즉 소방서 측에서 적극적으로 설치를 권유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설치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폐쇄 여부가 문제 될 여지조차 없던 비상구였다.

 

그러나 판결에선 이 사실이 그다지 부각 되지 않았고 오히려 소방서 스스로 설치를 권유한 비상구임에도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소방공무원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주된 근거가 돼버렸다. 

 

물론 이 사건 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소방조사를 할 때마다 소방공무원들이 관련 건물 도면 등을 모두 지참하고 관계자를 모두 참석시켜 소방시설이 법규대로 설치돼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다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특정 소방대상물은 총 15만598개지만 부산광역시의 소방서는 11개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개 소방서가 약 1만 3천여 개의 특정 소방대상물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과 제도를 원래의 취지대로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인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이 사건 판결을 계기로 소방인력 부족의 문제가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한주현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법률사무소 청원의 대표변호사로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E. attorney.jhhan@gmail.com


 


법률사무소 청원_ 한주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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