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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대비할 수 있다면 분명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소방장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20 [15:10]

[Hot!119] “대비할 수 있다면 분명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소방장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0/05/20 [15:10]


현장은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많아 가벼이 판단할 수 없고

스스로 ‘잘 안다’고 속단할 수도 없습니다.

한 번 잘못된 생각과 실수로 요구조자의 인명뿐 아니라

나 자신과 내 옆 대원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죠

 

경기도 안산소방서 구조대에서 근무하는 최기덕 소방장은 2006년 경기소방공무원 공채로 임용돼 안산소방서 구조대와 현장대응단, 대부119안전센터, 선부119안전센터, 성곡119안전센터, 부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등을 거치며 현장 속 소방관으로 지내왔다.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안산 관내 공장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화재 현장은 짙은 연기로 가득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이 난 곳을 발견하고 연기를 빼기 위해 작업장의 모든 창문을 개방했다. 서둘러 이동하던 중 열화상카메라 화면을 통해 바닥에 누워있는 마네킹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재빨리 공기호흡기에 부착된 보조마스크를 씌우고 호흡과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지만 의식은 혼미해 보였다. 무전기로 동료 구조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구급차량으로 인계했다. 사람을 살린 것이다.

 

“제가 소방관이 되고 화재현장에서 처음으로 요구조자를 발견해 구조한 현장인데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날 이후로 힘들어도 ‘내가 좀 더 열심히 하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생겨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요구조자를 신속하게 구하지 못한 기억이 이따금 떠올라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흙더미를 싣고 가던 덤프트럭이 도로에서 3m 아래 개천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트럭이 전도되진 않았으나 싣고 있던 흙더미가 운전석으로 쓸려 내려와 물과 함께 엉켜 진흙더미에 운전자가 매몰됐죠. 이 사고현장은 아직도 쓰린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진흙더미에 파묻힌 요구조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흙더미를 끌어내면서 요구조자의 얼굴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했다. 

 

요구조자는 힘없이 “살려달라”고 말했다. “조금만 참으면 제가 구해드리겠다”고 얘기했으나 출동 당시 보유한 장비로는 흙과 찌그러진 운전석 사이에 낀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후착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매몰된 요구조자를 계속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그의 의식이 흐려지는 게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후착대가 도착하고 나서야 요구조자가 구조됐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그는 병원 도착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아직도 그 요구조자의 의식이 흐려지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보람찼던 기억이나 힘들었던 기억 모두 소방관으로 살아가고 싶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합니다. 더 나은 소방관이 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금까지 그는 화재 진압과 구조에 관련한 다양한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홍콩소방학교에서 CFBT 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그가 교육에 매진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현장 활동 중 죽거나 다치고 싶지 않아서다. 

 

“소방관은 여러 재난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언제, 어떤 현장에 출동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하는 데 가장 좋고 수월한 방법이 교육이죠. 분명 대비가 돼 있으면 그만큼 안전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늘 현장에서 활동해 온 그는 우리나라 소방 환경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화재 출동이 빈번한 서에서 장기간 근무한 탓인지 화재진압 분야에 관한 관심도 남다르다.

 

“화재진압 분야가 발전하려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화재진압 전술이 개발돼야 함은 물론 고층건축물에 대한 화재진압 대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방학교 교육의 질을 더 향상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뒷받침돼야겠죠”

 

신임 소방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에서 소방학교 교관들의 신임교육 업무 하중은 급격히 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존 소방관에 대한 보수교육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먼저 소방학교 교수(관)에 대한 인력이 충원돼 교육과정 운영에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레 우리 실정에 맞는 소방전술에 대해 고민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의 노력이 결국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는 현재 구조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고자 뜻있는 선후배와 함께 만든 동호회 GFTR(Gyeonggi-do Fire Technical Rescue)팀과 한국안전수영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이 활동들과 연관이 있다.

 

“GFTR팀 활동에 많은 선후배, 동료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과 홍보를 하는 것과 ‘잎새뜨기’라는 구조영법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도록 하는 데 일조하는 게 제 작은 목표입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10여 년을 소방관으로 살았고 앞으로의 인생도 소방에 걸고 싶다는 최기덕 소방장.

 

“전 인명을 살리는 사람으로서 국민과 동료, 제 안전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있기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저는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 현장에 임하고 있습니다. 퇴직하는 날까지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소방관으로 남고 싶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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