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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화학사고 대응 연구로 현장 대원 안전에 기여하고파”

조철희 경기 군포소방서 소방경
화학재난대응체계 시스템 구축 등 공로로 ‘제6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수상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0/08/20 [10:00]

[Hot!119] “화학사고 대응 연구로 현장 대원 안전에 기여하고파”

조철희 경기 군포소방서 소방경
화학재난대응체계 시스템 구축 등 공로로 ‘제6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수상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0/08/20 [10:00]


“대부분의 화학물질엔 유해성이 있어 흡입하거나 접촉하면 인체에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화학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공무원에겐 늘 이런 위험과 두려움이 따르죠.

그들이 안전하게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선

소방 대응에 초점을 맞춘 효율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2013년 화재조사 화학특채로 소방에 입문한 조철희 소방경. 그는 어릴 때부터 화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학부와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모두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임용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소방제복을 입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줄곧 화학 연구에 매진해 온 그는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싶었다.

 

“2004년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내ㆍ외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국제전문학술지(SCI)에 다수의 논문을 싣기도 했죠. 그만큼 화학 연구를 좋아했어요. 교원임용에 계속 도전했지만 안타깝게도 인연을 맺진 못했습니다”

 

끊임없는 노력에도 연거푸 고배를 마시자 그의 심신은 지쳐만 갔다. 그때 유일하게 힘이 돼 준 건 다름 아닌 조 소방경의 아내다.

 

“2013년에 소방공무원 화학 학위자 특채 공고가 났어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을 원하긴 했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많이 고민했죠. 그런데 아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북돋아 줬어요. 아내의 권유로 용기를 내 소방공무원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지난 2012년 9월 경북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의 화학제품 생산업체 휴브글로벌에서 불화수소 가스가 누출돼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가스가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 등이 호흡 곤란을 겪었다. 급기야 정부는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조철희 소방경은 소방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의 머릿 속엔 굉장히 안타깝고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다. 화학 테러에 준하는 사고로 관심이 집중됐는데 당시 소방공무원의 진압 방식을 두고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로만 진화해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 ‘오염수를 방치했다’ 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소석회 염기물질을 이용해 중화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방조직이 비판받는 게 안타까웠어요. 불화수소 기체는 물과의 용해력이 우수합니다. 따라서 물분무 대응이 크게 잘못됐다고 판단하긴 어려워요. 물론 오염수 누출과 같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걸 놓친 점 등은 아쉬웠지만요”

 


소방공무원이 된 조철희 소방경은 중앙119구조본부와 소방청 등에서 화학사고 대응 업무를 맡았다. 소방공무원의 효율적인 화학사고 대응을 주제로 여러 차례 강의도 진행했다.

 

“전국 소방본부와 소방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보람이 큽니다. 반면 늘 아쉬움도 남아요.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다 보니 교육생들이 강의 내용을 현장 대응에 완벽히 접목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모든 화학사고 현장 상황이 같을 순 없다. 따라서 조 소방경은 사고 상황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담은 ‘119화학사고 현장 대응 가이드북’을 편찬했다. 국내 현실에 맞춰 현장 대원들이 안전하게 화학사고에 대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에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이력 관리물질 119종이 순위별로 정리돼 있다. 2차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의 생성 억제와 허용 농도, 개인보호장비 사용 요령 등도 담겼다. 책은 소방공무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소방관서에 비치됐다. 현장에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화학사고는 워낙 경우의 수가 다양해서 무조건 표준작전절차(SOP)대로 대응하는 게 부적합할 수 있어요. 인체와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책이 그런 대응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4년 6월 23일 혈관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등진 고 김범석 소방공무원이 5년여의 소송 끝에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았다. 힘겨운 소송 과정에서 조철희 소방경의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고 김 소방공무원의 생전 활동과 혈관육종암의 인과관계를 역으로 추적해 논리를 이끌어 낸 것.

 

“건축물에 사용되는 가연성 내ㆍ외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염화비닐과 부타디엔이 포함된 유독 연기가 생성됩니다. 이 유독 물질에 간헐적 또는 지속해서 노출되면 심장혈관육종이 발병한다는 연구가 있어요. 이를 토대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공무원과 심장혈관육종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냈습니다”

 

“저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의료 전문의와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등 많은 이의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말하는 조 소방경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제6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소방 임용 7년 만에 이룬 성과다.

  

“소방은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하고 싶은 걸 다 할 순 없지만 소방 활동 중 노출될 수 있는 미상의 다양한 유해물질이 대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또 동료 대원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응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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