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모든 국민이 안전해지는 그 날을 꿈꿉니다”김영현 전북 부안소방서 소방위
잘한 일은 칭찬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서로 얘기해요. 그래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든요. 소방공무원은 실전에 강해야 합니다. 동료 대원들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김영현 전북 부안소방서 소방위는 소방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2004년 소방에 입직했다. 17년간 1500번 넘게 화재와 구조, 구급 현장에 출동한 베테랑이지만 그에겐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고가 있다.
2018년 4월 12일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 전주 시내의 한 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서에 접수됐다. 지하 1층 세탁실에서 시작된 불은 소리 없이 화세를 키워나가 건물 외벽으로 번졌다. 평일 새벽이었지만 당시 건물엔 수십 명의 시민이 갇혀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느 화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출동했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 대피한 시민이 많더라고요. 그때 심각한 상황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더군다나 제천과 밀양 화재 직후라 모든 대원은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곧장 불이 시작된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짙은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열화상카메라를 동원했다. 큰불을 잡곤 위층으로 올라가 구조대상자에게 보조호흡기를 씌워 대피시켰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이 구조한 시민은 총 55명. 다행히 사망자는 물론 중상자도 없었다.
“모든 대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시민을 구조한 그 현장을 잊지 못합니다. 뭐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함과 감동이 밀려왔어요. 그간 열심히 훈련하고 화재 활동을 복기했던 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영현 소방위는 화재 상황이 종료되면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다. 실수를 줄여 시민을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동료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2018년부터 진행해 왔다.
“간혹 현장에서 너무 긴장하거나 흥분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대원이 있습니다. 이럴 때 선배의 한마디 말보단 본인이 한 행동을 보며 스스로 잘못된 점을 느끼는 게 훨씬 효과적이죠. 실제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시너지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현장 활동에 늘 진심인 그는 지금까지 약 500여 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2013년을 제외하곤 2011년부터 2017년까진 전북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진압 분야에 꾸준히 출전하기도 했다.
“매해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린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대회 연습이 곧 더 나은 현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꾸준한 훈련이 쌓이고 쌓이니 습득한 전술들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수로 참가한 마지막 대회인 2017년, 전북에서 1위를 기록해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아쉽게 입상은 못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2018년부턴 대회 평가관을 맡고 있어요. 여섯 번이면 선수로서 출전할 만큼 한 것 같아서요. 이젠 선수가 아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그간 쌓아 올린 노하우를 전수하는 조력자 역할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화재진압 외에도 김 소방위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안전교육’이다. 소방안전교육 담당이 아님에도 비번 날이나 담당자 공석이 생기면 교육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간다.
“초등학생이 소방서로 견학 오면 기본적인 화재 대피 방법을 가르쳐요. 그러다 문득 ‘학부모나 선생님도 대처법을 알고 있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안전교육 강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김 소방위는 도민 재난안전교육 전문교관으로 자원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3천여 명에게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나 심정지 환자를 목격했을 때, 벌에 쏘였을 때,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등 유사시 대처법이 주요 내용이다.
2018년 제45회 소방안전봉사상 시상식에서 본상을 받은 김영현 소방위. 그는 1500여 회 현장 출동과 200여 명 구조, 전북소방기술경연대회 입상, 100여 회의 안전교육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1계급 특진하는 영예도 안았다.
“생각지 못한 수상 소식에 너무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고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이 밀려왔죠. 동료 소방대원과 모든 시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가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제가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아내 지현, 그리고 내 아이들인 연우와 시연, 소연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절 이해해주고 자랑스러워해 주지만 너무 바빠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모두가 안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는 김영현 소방위. 그에겐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위험에 처한 시민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것과 시민이 위험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해나가는 게 그의 계획이다.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동료 대원들과 효율적인 화재진압 방법에 관해 계속 연구하려고 합니다. 모든 도민이 생활 속 대처법을 숙지할 때까지 교육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제 목표를 이루면 그땐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겠죠?”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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