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Hot!119] 아들딸에 사위와 며느리까지…
한 지붕 다섯 소방관 가족

설장환 센터장 이어 아들, 딸도 소방관 임용
자녀들 소방학교 동기와 결혼… 소방 가족 탄생
교대근무로 인해 명절에 온 가족 모이기 어려워
서로 고충 잘 알아 마음속 얘기할 수 있어 큰 힘

광고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5/20 [10:00]

[Hot!119] 아들딸에 사위와 며느리까지…
한 지붕 다섯 소방관 가족

설장환 센터장 이어 아들, 딸도 소방관 임용
자녀들 소방학교 동기와 결혼… 소방 가족 탄생
교대근무로 인해 명절에 온 가족 모이기 어려워
서로 고충 잘 알아 마음속 얘기할 수 있어 큰 힘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5/20 [10:00]


아버지와 아들, 딸에 이어 사위와 며느리까지 한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있다.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거나 친인척에게 한 자리씩 내주는 소위 재벌가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옷을 입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그들. 바로 설장환 경북 성주소방서 선남119안전센터장을 비롯해 경북소방에서 근무하는 다섯 소방관 가족 이야기다.

 

올해 6월 정년퇴직을 앞둔 설장환 센터장의 첫째 딸 설다영 소방교와 둘째 아들 설재하 소방사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소방에 입직했다. 둘 다 소방학교에서 만난 동기와 결혼하면서 한 지붕 다섯 소방관 가족이 탄생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119플러스>가 교대근무 특성상 명절에도 다 함께 모인 적이 거의 없다는 다섯 소방관 가족을 만나기 위해 경북 성주로 달려갔다. 인터뷰를 위해 연차까지 쓰면서 함께 해준 이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Q. 다섯 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설장환 센터장 : 아버지이자 시아버지이자 장인인 설장환입니다. 1992년 소방에 임용해 경북 김천소방서 성주소방파출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성주와 안동, 칠곡, 영천 등에서 구조와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15년간 119구조대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1999년 소방행정발전유공 등으로 행정자치부장관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엔 제8회 KBS119상을 수상해 1계급 특진하기도 했습니다.

 

올 6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현재는 성주소방서 선남119안전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설다영 소방교 : 첫째 딸 설다영 소방교입니다. 저는 경북소방학교 83기 신규임용자과정을 수료하고 안동소방서를 거쳐 현재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시우 소방교 : 설다영 소방교의 남편 김시우 소방교입니다. 저도 설 소방교와 마찬가지로 경북소방학교 83기 신규임용자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안동소방서에서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설재하 소방사 : 둘째 아들 설재하입니다. 저는 2019년 4월에 소방에 입직해 현재 경북 구미소방서 상림119안전센터에서 화재진압 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지향 소방사 : 설재하 소방사의 아내 이지향입니다. 저는 2019년 경북소방 신규 소방공무원 공채에 합격해 의성소방서에 근무하다 올 1월부터 성주소방서에서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Q. 어떠한 이유로 소방관이 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설장환 센터장 : 성주군청에서 근무하는 삼촌께서 소방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해 주셨습니다. 원래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 말씀을 듣고 알아보니 소방관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제 생일이 1월 19일입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소방관은 저의 천직이자 운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하하).

 

설다영 소방교 : 소방관이신 아버지는 항상 정의로웠고 일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에 소방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김시우 소방교 : 처음부터 소방관을 꿈꿨던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소방관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다양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재하 소방사 : 저는 의무소방대원 출신입니다. 아버지가 소방관이셨지만 소방에 대해선 잘 몰랐습니다. 의무소방으로 근무하면서 막상 일을 해보니 적성에 잘 맞아 본격적으로 소방관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향 소방사 : 저는 원래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언니가 제 활동적인 모습을 보곤 소방관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줘서 소방직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Q.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설장환 센터장 : 소방대원은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구하고 재산을 지켰을 때 보람을 느끼죠.

 

설다영 소방교 : 119종합상황실에서 저만 하루에 150여 건의 신고 전화를 받아요. 도움받은 시민분이 “감사합니다”라고 짧지만 강한 한 마디를 건네주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시우 소방교 : 화재진압 대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구조할 때나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화재를 진화하고 소방서로 귀소할 때 그 힘듦이 다 잊혀질 정도로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설재하 소방사 : 현장에서 저희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시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이 저희를 보고 안도감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지향 소방사 : 현장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귀소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오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이런 뿌듯함이 다시금 현장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의성소방서에서 소방안전교육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제 교육에 집중해주실 때가 기억이 나네요.

 

 

Q.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설장환 센터장 :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사람을 구조한 일이라면 힘든 순간은 당연히 생명을 구조하지 못했을 때겠죠. 그땐 정말 많이 괴로웠습니다.

 

설다영 소방교 : 힘든 순간이라기보다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수많은 신고 중 주취 상태로 전화해서 집에 데려달라고 하거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하는 상습신고, 장난 전화 등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응대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김시우 소방교 : 화재 현장 출동 중 길이 협소한 골목길에 불법 주ㆍ정차된 차들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조금 힘이 듭니다.

 

설재하 소방사 : 의무소방 때 일이 기억 나는데요.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습니다. 할머님께서 할아버님께 삼베옷을 입히고 잘 가라고 우시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울컥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지향 소방사 : 여성 대원으로서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입니다. 평소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다른 동료들에게도 미안해지더라고요. 

 

▲ 김시우 소방교, 설다영 소방교

 

Q. 소방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설장환 센터장 : 1999년 1월로 기억합니다. 정말 추웠던 새벽, 성주의 한 외딴집에서 불이 났어요. 그곳엔 10살, 8살 아이들이 거센 화마에 대피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끝내 구하지 못했죠. 그게 지금까지도 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신고했다면 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화재 현장이었습니다.

 

설다영 소방교 : 한 어르신이 119로 신고하셔서 끙끙 앓는 소리만 내고 다른 말씀을 안 하셨어요. 저는 본능적으로 위급상황임을 느끼고 신고자의 과거 신고 이력과 현 위치를 파악해 구급대원을 현장에 출동시켰습니다. 다행히 대원들이 집 안에 쓰러진 어르신을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던 일이 기억나요. 소방관의 역할이 이렇게나 중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입니다.

 

김시우 소방교 :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적이 있어요. 계단에 호흡이 없는 상태로 쓰러진 남성을 발견했는데요. 구급대원을 도와 신속하게 응급처치한 후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나중에 그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설재하 소방사 : 구미소방서에 발령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비상 근무하며 동료들과 교대로 계속 진화작업을 이어 갔는데요. 그날 ‘내가 진짜 소방관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지향 소방사 : 지난해 발생한 안동 산불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어두워지고 매캐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까지 과수원과 민가 등으로 불이 번지지 않게 방어했습니다.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지만 또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가족 소방관의 장ㆍ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설장환 센터장 :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서로 이해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설다영 소방교 : 가족끼리 만나면 매번 소방 얘기만 합니다(웃음).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러나 아무래도 조금 위험한 직업이라 걱정되는 것도 많습니다. 가족들이 무엇보다 사고 없이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김시우 소방교 : 소방에는 많은 업무가 있잖아요. 서로 다른 업무를 맡을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서로의 고충에 대해 공감과 격려를 해줄 때도 좋고요. 그러나 한편으론 서로 같은 조직에 있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고 말과 행동을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어렵기도 합니다.

 

설재하 소방사 : 가족 모임할 때 대화가 잘 통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도 해줄 수 있는 게 좋죠. 단점은... 서로 주머니 사정을 너무 잘 알게 된다는 것?^^ 

 

이지향 소방사 : 결혼한 지 이제 막 한 달 넘은 제게 가족 소방관으로서의 장점은 남편과 출ㆍ퇴근 시간이 같아 퇴근 후에 항상 같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단점은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성과금이나 월급이 나오는 시기요(웃음).

 

▲ 설재하 소방사, 이지향 소방사

 

Q. 센터장님은 퇴직을 앞두고 계신 거로 압니다. 퇴직 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또 아드님, 따님, 며느님, 사위님의 소방관으로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설장환 센터장 : 약 30년을 경북에서 국민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보냈습니다. 하루하루 긴장된 날들의 연속이었죠. 이젠 조금 쉬면서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항상 바쁜 저 대신 아내가 가족을 위해 많이 희생했어요. 항상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제가 아내에게 희생해야겠죠?

 

설다영 소방교 : 많은 국민이 소방관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항상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부끄럼 없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 

 

김시우 소방교 :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항상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위험한 순간이면 언제든 달려가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

 

설재하 소방사 : 앞으로 소방관으로서의 삶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여러 일을 배우고 싶어요. 항상 열심히 하는 소방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지향 소방사 : 흔히 소방관 하면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하고,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주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소방 조직에는 국민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거나 건물의 소방시설점검ㆍ지도, 조직 홍보 등 다양한 업무가 있습니다. 모든 업무를 다 잘하긴 힘들겠지만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멀티플레이가 되는 소방관이 되고 싶습니다.

 

▲ 설장환 센터장

 

Q. 전국에 있는 소방관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설장환 센터장 : 코로나19로 항상 고생이 많으십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계신 우리 자랑스러운 선ㆍ후배님들 정말 최고의 프로입니다. 항상 몸조심하세요. 파이팅입니다.

 

설다영 소방교 : 현장 활동하시면서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요. 응원하겠습니다.

 

김시우 소방교 : 코로나19에도 우리 모두 슬기롭게 잘 대처했으니 종식되는 그날까지 힘냅시다. 파이팅!

 

설재하 소방사 :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소방관이 고생하고 있는데 조금만 더 힘을 내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이지향 소방사 : 요즘 전국적으로 불이 많이 나는 계절입니다. 모두 산불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현장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Hot!119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