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어느 노장 소방관의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최인규 충남 태안소방서 근흥119안전센터장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한 소방관이 58년간 겪은 경험과 생각, 삶의 얘기를 담백하게 엮은 산문집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가 나왔다.
최인규 충남 태안소방서 근흥119안전센터장이 펴낸 이 책에는 ▲꽃, 바다, 꿈 그리고 안전! ▲끝없는 이야기에 붙여 ▲풍금에 대한 기억 ▲119구급대원의 제언 ▲가을의 단상 ▲길에서 길을 묻다 등 그의 일대기가 담겼다.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는 순전히 저를 위한 글쓰기였어요.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련의 과정을 촘촘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젠 제가 한땀 한땀 눌러쓴 글이 독자들에게 안전을 다시 생각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인규 센터장은 예산소방서와 서산소방서, 당진소방서, 태안소방서 등에서 28년간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다. 글쓰기 취미조차 없었던 그가 처음 펜을 잡은 계기는 지역신문사 편집부장의 부탁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지역신문 편집부장이 자신을 소개하며 다짜고짜 칼럼을 부탁했습니다. 글로 밥벌이를 하는 글쟁이가 아니라 무척 당황했죠.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몇 번이고 요청하는 바람에 연필을 잡고 글을 쓰게 됐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두 번째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최인규 센터장은 지금까지 일을 회상하며 매주 1회씩 화재ㆍ구조ㆍ구급ㆍ생활안전 관련 내용을 칼럼 형식으로 기고했다. 그 원고를 엮은 책이 첫 번째 저서인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다.
“책이 나오니 글에 대한 열망과 애착이 싹트더라고요. 소방관으로 활동해 온 경험과 소회가 안전문화 정착에 밑거름이 되고 독자들에게 삶의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두 번째 책까지 출간하게 됐습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소통의 창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책에는 최인규 센터장이 보고, 듣고, 느낀 일상 속 진솔한 얘기도 담겼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그가 두 딸의 이름을 ‘음정’과 ‘음표’, 그리고 강아지인 막내 닥스훈트를 ‘박자’로 지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들 이름을 음악 용어로 짓고 관련 교육도 힘쓰면서 주변 사람들은 음악가 집안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음악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죠. 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인연과 관심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최인규 센터장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교감 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가르쳤다. 어느 날 평소처럼 교내에 울려 퍼지던 풍금 연주가 그의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들며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땐 교내 합창단, 고등학교에선 밴드부, 군대 시절엔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마칠 만큼 음악과 늘 함께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전공까지 할 순 없었습니다. 가끔 피아노를 전공한 첫째 딸의 연주를 들으며 그 미련을 달래곤 하죠. 음악 3요소처럼 가족뿐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화합하며 더불어 살길 바라는 마음에 이 일화를 책에 담았습니다”
오랜 세월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했지만 보람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위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119를 찾는 이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일이 빈번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출동해야 하는 시스템상 무시할 수도 없는 데다가 정말 위급한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거나 출동이 늦어지는 일이 생겨 마음을 졸이곤 했다.
한 번은 50대 주취자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다. 다치거나 아픈 곳이 없는 것 같아 특별한 징후가 생기면 다시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취자는 ‘몸이 아파 119를 불렀는데 왜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냐’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겨우 기세가 꺾였다.
“주취자분께 몇 번이나 양해를 구한 뒤 현장을 빠져나왔어요. 그분이 119로 신고하신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구급대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구급대원의 손길이 꼭 필요한 분을 위해 비응급 신고는 자제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최인규 센터장은 이번 책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책 제목을 ‘나는 대한민국 소방관이다’로 정한 이유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을 땐 가슴이 뭉클했어요. 대부분 소방공무원이 이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이를 자축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런 제목을 정했죠.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하며 무한한 자긍심을 품고 있기에 그 기쁨을 선ㆍ후배와 동료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년 퇴임 후 여행 작가가 목표인 최인규 센터장은 힘닿는 대로 선ㆍ후배나 동료에게 자신이 갈고닦은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응급구조사 1급과 전문응급처치 강사 등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지식과 기술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간 습득해온 전문지식을 강의를 통해 전달하고 있어요. 퇴직 후엔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비며 그 지역이 지닌 매력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려고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세계 여러 나라에 가서 각 지역의 문화를 몸소 느끼고 많은 사람과 만나 시각을 넓히고 싶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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